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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Jean marc Vallee (2013)



<Dallas Buyers Club>


일년에 한번 갈까 말까하는 극장이지만 영화 상영전에 기대작의 트레일러라도 나오면 눈과귀를 막는다.

많은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정작 모든것을 보여주는 트레일러. 

파마머리의 꼬마 아이가 피자를 집어먹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폭풍의 속도로 핥아 먹는 <내 사랑 컬리수>나

줄리아 로버츠가 거품이 가득한 욕조로 빨려 들어가는 <귀여운 여인>의 트레일러를 보고

'이 영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요' 라고 느끼게 하던 90년대의 티비 영화 광고들이 떠오른다. 

극장가서 돈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트레일러는 분명 마트 시식 코너 같은 유익한 존재이지만

실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트레일러의 특성상 속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존재하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마지막 장면을 캡쳐해놓고 갑자기 트레일러 얘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아주 대충이라도 알고 보지 않은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심지어 영화 포스터 속에서 고층 빌딩과 캐딜락을 배경으로 마치 원정 도박군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카우보이를 보고

 제목과 연관지어 상상해 본 줄거리도 내 허접하고 에프엠적인 상상력만 다시 한번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결정적인 계기는 <카페 드 플로르>의 감독인 장 마크 발레 때문이었는데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영화 음악은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가능했기 때문.

하지만 의외로 한 트랙의 영화 음악도 전혀 뇌리에 남지는 않았으며 이 영화는 드라마틱한 실존 인물과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에 전적으로 의존한 영화였으니 두 남자 배우가 동시에 오스카를 수상한것도 납득할 만한 결과이다. 

흡사 코주부 안경을 쓰고 말린 북어처럼 홀쭉하게 서있는 매튜 매커너히와 화장기도 초능력도 없는 엘렉트라, 제니퍼 가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수식에 걸맞는 면역력 제로의 푸른 눈, 자레드 레토를 예상치 않게 한자리에서 만났다.

매튜 매커너히는 '이 시나리오를 보자 마자 이 영화를 놓친다면 내 인생 최대 실수이다 라고 생각했죠' 라고 말했을지 모르지만

감독은 '주인공인 론 역을 보자마자 매튜를 떠올리고 당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죠' 라고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배역은 정말 많은 배우들을 거쳐 매튜 매커너히가 최종적으로 낚아 채서 자기 돈을 쏟아 부으면서 까지 연기한 배역일지도.

호색한과 매력남의 이미지에 지쳐 언제부터인가 점차적으로 탈 매튜화에 발동을 걸기 시작한 그가 

이 배역이야 말로 구릿빛 피부에서 완전 변태하여 HD 티비 광고에나 나올법한 컬러풀한 나비가 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며

덥썩 문 것이다 라고 나 혼자 또 신나게 상상해 보았다.

한편 자레드 레토의 푸른 눈은 너무 강렬해서 그의 시간은 <Requiem for a dream> 과 이 영화 사이에서 멈춘 듯이 보였다.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몹쓸 게이 분장에도 그는 전혀 늙지 않은듯이 보였다.

그는 마치 '난 이미 이 쓰레기 같은 모든것에 익숙해. 하지만 네가 가진 희망을 방해하진 않을게' 

라고 말하는듯 허무하고도 자포자기한 결백한 눈빛으로 론(매튜 매커너히) 옆에 머문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기 이전의 론의 삶은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이기 그지 없는데

삶에 대한 진지한 동경없이 그렇게 아무렇게나 살아 온 하루 하루가 

결과적으로 삶에 대한 동경의 여지 자체를 앗아 갔다는 사실에서 론은 절망스러웠을거다.

그런 론의 복잡한 심정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그가 과거의 장면 장면을 떠올릴때 잘 드러나는데

론이 놀기만 하는 한량도 아니고 직업도 있고 취미도 있지만 단지 그 취미들이 원초적이고 극단적이라는것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면서 그런 원초적이고 극단적인것들이 이상적 삶을 배반하는 요소라는것을 인지하는것이 쉽지 만은 않다.

우리가 삶속에서 동경하는것과 혐오하는것의 간극은 정말 한끝 차이인데

대부분은 둘 모두를 동시에 인지하지 못한채 한가지의 가치에 의존해서 살아가는것.

그렇게 해서 인생의 한 축이 겉잡을 수 없이 기울어 졌을때 비로소 후회하며 아슬아슬 다른 한 쪽을 향해 기어가는것이다.

사실 론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고 허가 받지 않은 에이즈 치료약들을 배급하기 시작한것은 

론 자신의 살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것이지만 로데오로 도박을 일삼던 그의 승부사로서의 천성이 반영된것이다.

나는 그가 과거의 행위를 뼈져리게 후회하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을 구제했다기보다는 

그 안의 긍정적인 부분이 그를 능동적으로 만들었고 그의 삶을 어느 정도 변화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것. 이번이 아닌 다음이 없다는 것에서 

론은 인생이 로데오처럼 승부를 띄우고 떨어지면 다시 오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길들여지지 않은 황소 위에서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 있는 그 몇초라는 찰나의 순간을 

타인의 몸을 빌려 승부수를 띄우던 도박사였던 그가 몸소 그 녹록치 않은 삶을 정복하려 투쟁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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