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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en

Bergen 6_노르웨이 여인들



며칠전에 여권을 사용할 일이 생겨서 서랍을 뒤지다가 지난번 베르겐 여행에서 남겨온 노르웨이 크로네를 발견했다.

다 써버린 줄 알았다가 찾아낸 돈이면 엄청 기뻤겠지만 그런것은 아니고 베르겐말고 노르웨이 딴 도시에도  갈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굳이 환전하지 않았던것인데 그냥 잊고 있었던것. 환전한 돈이 많지 않아서 은행 직원이 500크로네와 100크로네를 섞어서 줬는데 그때 받은 화폐의 인물이 모두 여성이라 신기해서 사진으로 찍었던게 기억이 났다.

리투아니아의 은행에서는 왠만한 주변국 화폐는 거의 손쉽게 환전할 수 있다.  특히 빌니우스 중앙역과 버스 터미널 사이에 있는 환전소는 24시간 운영될뿐만아니라 환율도 좋고 수수료도 비싸지 않다. 서랍을 보니 작은 종이 상자에 담긴 몇몇 나라의 동전들도 보였다. 다음 여행을 상상하게끔 하는 최소한의 재료들이었는데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 이어 내년부터 리투아니아도 유로화를 쓰는것을 감안하면  이 남은 동전들을 써먹을수도 없을뿐더러 비유로존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굳이 환전할 필요가 없어지는거다. 화폐 하단에 친절하게 인물이름과 출생년도가 적혀져 있어서 이 여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저 100크로네 속의 여인은 Kirsten falgstad 라는 노르웨이의 오페라 가수.화폐 뒷면에는 오페라 하우스의 도면이 나와있다. 500크로네속의 이 여인은  sigrid Undset 이라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뭉크가 그려진 1000크로네는 사실 볼 기회가 없었는데 500유로권이나 우리나라 5만원권만큼 보기 힘든 현금일거다 아마.



노르웨이 여행전부터 마주친 이 여인들때문에라도 베르겐에서 마주친 현지 여성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안그래도 경사가 심한 베르겐인데 조깅복을 입고 위 아래로 뛰어다니는 튼튼한 여성들이 정말 많았다.  바이킹의 후손답게 건장하고 튼튼한 남성들이 많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남자들은 여성스러웠고 여자들이 강해보였다.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이동할때에는 여성 인솔교사 이외의 남성 교사들이 항상 동행했고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 곁에는 잡담하고 있는 남성 교사들이 보였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성들도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자신에게 할당된 육아휴가를 보내고 있는 남성들이었을거다.  노르웨이도 알고보면 유전이 발견되서 갑자기 부자가 된 나라가 아닌가.  국가 경제도 졸부의 타락처럼 끝날 수 있는 법인데 이들은 오일머니로 차근차근 빚을 갚고  남은 돈은 다시 저축해서 뒷세대를 위한 거대한 공공펀드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지키고 또 투자한다. 집에서 살림하는 여성들이 남편의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복지의 모토중 하나였다고 하지. 복지 국가의 양면이 분명 있지만 엄마 혹은 여자로써 살기 좋은 나라라는 팩트는 인정해야할 부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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