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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Bright days ahead> Marion Vernoux (2013)



'레이캬비크에 갈래?'

나는 누군가가 가장 힘들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나에게 내뱉는 외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치 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듯 나를 시험하듯 던져보는 그 한마디에 나는 상대가 기대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가장 이상적인것은 아마 상대가 궁지에 몰려 그런 질문을 내뱉는 상황까지 이르지 않도록

상대로 하여금 내가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고  당신은 여전히 내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항상 느끼도록 해주는것일거다.

우리가 이상적인 사랑과 인생과 배우자와 친구에 대해 꿈꾸며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 궁리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타인의 이상으로 가득찬 그림속에 내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한장의 도화지에 함께 채워가는 그림에 대해 상상하지만 모든이들이 그 그림을 매끄럽게 완성하는것은 아니다.

퇴직 후 상실감과 무력감에 젖은 캐롤라인은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남편과 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것은 형식적인 관심뿐이다.

교양센터의 컴퓨터 교사와 짧은 사랑에 빠지지만 여전히 남편과 가까워질 수 있을거라 희망한다.

그녀에게 레이캬비크는 남편에게 내뱉은 일종의 구조신호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조난상태로 남는다.

하지만 우아하게 나이든 그녀의 로맨스에 취해서 그녀에게만 편파적인 동정심을 가질 수만은 없다.

같은 배를 타고 여전히 같은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거슬러야 할 거대한 파도. 

캐롤라인과 필립은 함께 레이캬비크로 떠나지 않았지만 추운 겨울바다에 함께 뛰어들면서 여전히 같은 배를 타고 간다.



가진것은 시간뿐인 삶에서 느끼는 무료함과 무의미함은 어떤 것일까. 

일을 그만두면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며 함께 나이들어가는 배우자와 다 자란 자녀들 사이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통제는 느슨해지고 타인의 형식적인 관심에 쉽게 서운함을 느낀다

그토록 꿈꿔왔던 자유와 그 넉넉한 시간들을 잃어버린 가치들을 찾는데 사용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의 감정을 동경한다. 그것은 실제 사랑일때도 있고 그냥 지나가는 감정일때도 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지는 감정에 대한 그리움'을 사랑에 빠졌다고 오해하지 않을만큼 이성적이다.

집으로 찾아온 손님들을 내팽겨치고 와인병을 집어들고 줄리엔의 집으로 줄행랑쳐 와인따개대신 칼로 와인을 따는 이 장면.

칼로 와인병의 목 주변을 위아래로 쓱쓱 문지르다 그 방향 그대로 위로 쳐내니 병목이 부러진다.

교양센터의 소믈리에 시간에도 그녀는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는데 와인에 관한 이 두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편과 함께 그녀가 마셨을 수십병의 와인. 그에게서 들었을 와인에 관한 많은 얘기들. 그녀 앞에서 와인을 따보이는 젊은 남편.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젊은 줄리엔은 캐롤라인이 와인을 따던 저 모습을 오래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캐롤라인과 필립의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의 소재는 전염될 수 있지만 같은 추억을 서로 다른 두 사람과 공유할 수는 없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사랑하는 우리는 그 사실에 위로받고 또 질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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