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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heltering sky> Bernardo Bertolucci (1990)



어제 본 영화의 잔상이 오늘 본 영화로까지 그대로 이어져 더 큰 감동을 느끼게 할때가 있다.

<Sheltering sky>와 <Track>. 아무렇게나 골라 놓은 영화인데 사막이 배경인 영화를 연달아 두 편 보고나니 더 그랬다.

사막 한 가운데에 모래 바람이 뒤덮은 트럭속에 갇힌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도 덩달아 떠올랐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 <쉘터링 스카이>의 데보라 윙거.

둘이 배역을 바꿔서 연기했거나 어느 한명이 이 두 편의 영화를 모두 찍었더라도 잘 어울렸을것 같다.

다 가진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사람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더 가지려고도 애쓰지 않는 사람들의 영화에 사막만큼 적절한 배경이 있을까

더이상의 보탬도 더이상의 빼앗음도 용납하지 않는 0이라는 숫자처럼 

비어있으면 비어있는대로 충분해서 상실이 설자리 없는 절대적인 공간. 사막.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가지지 못해서 내내 불안해하고 절망하는 이들의 사막 여행을 보는것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속의 잿빛이나 회색이 깃든 옅고 차가운 초록의 색감과는 전혀 반대되는

오히려 태양이 깃든 주황에 가까운 몹시 따뜻한 진흙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막의 해가 지며 그들의 긴 그림자를 만들어낼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극심한 감정적 고통에서 잠시 안식을 찾았다.

 배우들의 대사는 영화라기보다는 연극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상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내뱉는 대화의 일부라기 보다는 관객인 나에게 내뱉는 방백처럼 들렸다.

작곡가인 포트가 사하라를 여행하며 만드는 오선지위의 음악들. 

정해진 마디속에서 정해진 박자의 음표를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그가 표현해내려고 하는 그의 답답한 내면.

그가 열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그를 평안함으로 이끄는 음악은 오히려  

음표로는 기록되어있지 않은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즉흥과 신념으로 만들어지는 아프리카의 토속음악들이다.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 갈 순간을 생각하는 사람, 여행자는 어쩌면 영원히 돌아가지조차 않을 수 있는 사람'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에 대한 포트(존 말코비치)의 정의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모든것을 내려놓은듯 허무주의로 일관하는 그 역시도

여권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필요 이상의 돈을 줘서라도 찾아야하는 이방인일뿐이다.  

잃어버린 여권에 대한 포트의 집착은 사막이라는 공간을 빌어 복원하려했던 키트와의 관계에 관한 마지막 희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되돌리고 싶어했던 관계는 

디디면 디딜수록 깊게 빠져드는 사막의 모래처럼 남기는 즉시 사라지는 사막위의 발자국처럼 목적지를 잃고 헤매인다.

이미 내 안에서 큰 위치를 점령해 버린 타인.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내 자아가 쉽게 바뀔 수 없다는것에 대한 절망. 

혼자임을 두려워하지 않는것처럼 보이는 상대에게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어떻게 타협할것인가.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몹시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상대의 행동에 어떻게 적응할것인가.

하지만 그 모든 불안감의 원천은 어쩌면 단지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름에서 온다는것을 어떻게 깨달을것인가.

그리고 상대의 사랑하는 방식이 나의 그것과 다르다는것을 인정하면 과연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는걸까.

키트(데보라 윙거)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을지 모를 이 질문들에 가슴이 아파왔다.

나 역시도 언젠가 가졌었던 질문들. 슬프고도 벅찼던 어떤 여행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감정적인 방황도 가치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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