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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Chef> Jon Favreau (2014)



<Chef>


이런 영화를 가끔 보면 좋다. 우선은 누군가가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드니깐. 우린 오늘도 내일도 계속 먹어야하니깐.  

무엇보다도 일시적이나마 정신차리고 잘 챙겨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해서 좋다. 

누군가는 목숨 걸고 만드는 음식, 목숨 걸고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해야하는것에 비하면 그게 가장 현실적인것 같아서 또 좋다.

음식 영화를 보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요리들이 많이 있다 생각되지만 막상 마트에 가면 요리 목록이 그려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식재료들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고

그럼에도 그 무수한 맛집과 부지런한 블로거들과 이런 귀여운 영화들 덕에 색다른것을 먹고자 해야겠다는 욕망은

혀 끝 언저리에서 평형수처럼 촐랑거리고 있는거겠지?

올리브 오일속에서 하염없이 볶아지고 있는 저 마늘을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것들이 많았다. 

기름 흥건한 스파게티를 앞치마에 사정없이 집어 던지며 기름에 떡진 머리 같다고 독설하던 솊 이선균과

이 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면도칼을 쥐고 마늘 얇게 자르기에 여념이 없던  수감자 폴 소르비노.

그라파로 끓인 리조토를 몽땅 남기고 문닫기전에 가까스로 들어간 식당에서 나를 구해 준 코르토나의 그 스파게티.

그 알리오 올리오를 한번 시작해보겠다고 손목이 부러져라 동전 담긴 후라이팬을 쥐고 비틀던 공효진의 집념어린 표정까지.

누군가가 음식에 가진 철학. 그 철학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음식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결국은 그 당당함의 결정체 같은것인지도 모른다..

음식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아마도 누군가가 고집스럽게 지탱해가는 그 고유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이겠지.



스칼렛 요한슨이 레스토랑 매니져로 출연하길래 역시 이 영화 저 영화 캐릭터 안가리고 나오는데 다 어울린다 싶어 흐뭇했다.

뒤이어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까지 카메오로 나오는걸 보고 뭐지 싶더니

알고보니 감독이 아이언 맨 감독이고 이 자존심 쎈 주방장이 실제 감독이네. 

요리 평론가와 싸울땐 정말 미친듯이 연기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자존감 충만한 셰프가 요리 평론가와 레스토랑 주인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때려 치우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는 식의 

 일부 음식 영화들의 플롯은 대개 비슷하지만 남의 부엌이나 그들의 요리 장면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비평을 부르는 레스토랑 속 요리들은 대부분 언제 한번 먹어볼날이 올까 싶은 삐까뻔쩍한 요리들이지만

그들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들은 저런 파스타나 토스트 같은 소박한 음식들이지.

세 남자가 텅 빈 주방에 앉아  아무말없이 빵 한 조각과 함께 삼키는 <빅 나이트>의 프리타타같은 음식들말이다. 

 인생은 어쩌면 정말 단순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살면 그냥 살아지는 놈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복잡하고 화려하게 만들지못해 안달난것인지도.



아들에게 먹이려고 토스트를 만드는 장면인데 토스트 장면 실제 촬영씬이 크레딧과 함께 올라갔다.

토스트 조각 하나에 모든 영혼을 다 쏟아 부을듯한 실제 셰프의 설명을 정말 신기한듯 흐뭇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버터를 바른 표면에 식빵을 얹어 두세종류의 치즈가 알맞게 익을 때까지 지글지글 굽는데

의도적으로 강조된 토스트의 식감이 스피커가 터질듯 바삭거렸다. 

재밌었던것은 셰프의 주방 한켠의 많은 식재료들 사이에 엉켜있던 빨간 고추장 통인데.

'아 이거 고추장 아니야, 너 고추장 만들었냐, 아 정말 맛있어 고추장.' 이라며 무려 세번이나 고추장을 강조하던

동료 주방장의 대사였다. 뭔가 너무 의도적이어서 왜지? 라고 의문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아니다 다를까 저 토스트 굽기 묘기를 보여주는 저 인물은 아마도 미국에서 유행한 푸드 트럭 고기를 만든 재미교포 같았다.

영화속에서도 셰프가 레스토랑을 나와 푸드트럭을 개조해 타코를 팔아 대성공하는데,

영화가 이 재미교포의 실제 인생 스토리를 토대로 만들어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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