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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Toast> S.J Carkson (2010)



죽을때까지 딱 한 종류의 통조림만을 먹어야 한다면 어떤 통조림을 선택할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하하하.

아마도 이 통조림이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뜨거운 밥에 얹어 먹으면 의외로 너무나 맛있는 이 통조림. 

통조림 이래봐야 가끔 토마토 소스나 스위트 콘, 파인애플 통조림 따위를 필요에 의해 사는게 전부이지만 

이 통조림은 가끔이지만 정말 먹고 싶어서 사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이 콩 통조림이 부대찌개의 중요한 재료라는것. 

예전에 서울에 살때 동네 모퉁이에 바로 부어서 끓여 먹을 수 있게끔 부대찌개 재료를 스티로폼 그릇에 포장해서 팔곤 했었는데

그때 그 그릇에 이 콩들이 들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통조림 콩도 처음에 따서 먹을때가 맛있지 두번째 먹을땐 맛이 좀 별로다. 모든 통조림이 그렇듯.

그래서 먹다 남은 통조림 콩으로 벌써 두번씩이나 부대찌개를 끓여먹었다. 그런가? 정말 부대찌개는 이 콩 맛인가?



그래서 오늘 통조림 통조림 하다가 생각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다. 

이 영화하면 먼저 생각나는것도 저 두 인물 사이의 갈등의 정점인 저 매력적인 레몬 머랭 파이라기 보다는 통조림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통조림을 뜨거운 물에 통째로 넣어 데워서 먹을 수 있다는것도 알게되었다.

가족에게 끼니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만큼 건강하지 못했던 엄마는 때때로 통조림을 데워서 식탁에 올리곤 한다.

나이 어린 꼬마의 미각은 또 얼마나 발달했던지 기특하게도 살림이 여의치 않은 엄마를 원망하는 대신 

스스로 식료품점에 들러 재료를 사서는 이런 저런 요리를 해보기도 한다. 물론 가족의 반응은 냉정하기만 하다.

자기 자신을 돌보기에도 역부족인 엄마. 그런 엄마를 간호하기에 여념이 없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결핍된 상황에서 소년은 부모의 존재속에서 그들의 부재를 느끼며 자라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더 맛있고 환상적인 음식을 해 줄 수 있는 새 엄마가 생겼을때,

파이며 케잌이며 고기를 굽는 꿈꿔왔던 엄마가 생겼을때의 상황은 오히려 역설적이다 .

그 자신 역시도 누군가의 보살핌이 절실했던 아버지는 재혼한 부인에게 모든 관심을 쏟고

아이에게 남겨진 과제는 새 엄마보다 더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것. 그녀보다 더 맛있는 파이를 아버지에게 대접하는것.



조니 뎁과 마찬가지로 헬레나 본 햄 카터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팀 버튼이 감독이 아닌 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것 같다.

팀버튼의 그 망할 상상력과 연출력속에서 이 두 배우의 얼굴과 표정은 이미 화석이 된지 오래이다.

<파이트 클럽>에서도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을 지탱했던것은 그녀였고

사실 이 영화에서도 얄밉기는 커녕 꼬마 주인공보다 오히려 더 설득력있는 인물은 그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머시니스트>의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역을 그녀가 했어도 은근히 잘 어울렸듯. 

사실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를 지니고 있고 진정한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한다.

영화가 영국 요리 평론가이자 셰프의 자전소설을 바탕으로 한 탓에 소외된 소년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으니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새 엄마의 노력, 여전히 아들에게 냉담한 아버지라는 설정 모두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새 엄마의 머랭 파이 만큼 맛있는 파이를 만들기 위해 그녀와 경쟁하고 발전하는 소년과

결국 자신의 힘으로 자기 길을 개척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 사람은

새 엄마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녀는 그에게 무관심하지 않았기에.

<어거스트 러쉬>라는 나름 감동적인 영화에서도 유일한 실패라고 느껴졌던 이 아역배우의 캐스팅. 

그 영화 이후 선입견이 생겨서인지 이 배우가 출연한 어떤 영화를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헬레나 본 햄 카터를 상대로 하기에도 역시 개성없는 연기였다. 

이런 캐릭터를 이렇게 설득력없는 캐릭터로 바꿔버리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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