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 Diary2015.11.15 07:03



엄마는 나를 가슴으로 끌어당겨 커다란 샤워 가운을 입어 나를 감쌌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엄마 품은 항상 따뜻하지만 그날 유난히 따뜻했다. 머릿카락 사이로 찬 바람이 지나가려는 찰나에 엄마는 내 머리 정수리까지 옷깃을 끌어 올려 여몄다. 엄마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그 느낌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내가 피노키오가 빨려 들어갔던 고래의 뱃속보다 훨씬 어두웠던 그곳을 뚫고 나오던 날, '아아 우리 엄마는 저기 있는데요' 라는 내 외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번도 본적없는 이 사람 저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며 드디어 엄마의 가슴 위에 얹어졌던 그 날, 졸려서 감기는 눈꺼풀에 겨우겨우 힘을 줘서 엄마 아빠를 보았을때, 불빛이 내 눈동자에 닿을까 담요를 끌어 올리던 그날의 엄마 말이다. 엄마는 집안의 모든 창문과 발코니 문을 열어 젖히더니, 비가 올땐 신기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에서 날아와 모인 공기중의 먼지들이 자신의 모든 역사와 추억과 슬픔들을 남김없이 빗방울에 쏟아 부으면서 사라져가는 그 순간, 그 먼지들이 뿜어 내는 냄새들로 사람들도 많은 것을 기억해 낸다고 했다. 온 집안에 한번도 맡아 본 적 없는 냄새가 가득차 올랐다. 선반위의 종이 인형들도 우두커니 서있는 마네킹도 침대위의 하마 인형도 심지어 액자 속의 엄마 아빠도 순식간에 퍼진 향기에 뭔가를 분주하게 기억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과연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도 가운속에 꽁꽁 숨겨진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나는 그날의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엄마는 들뜬 표정이었다. 엄마와 나는 그 날 결국 샤워 가운 속을 빠져나와 처음으로 비오는 세상을 함께 걸었다. 창밖으로 살랑살랑 거리던 나뭇잎들은 이미 빗물에 말갛게 된 후였다. 내 자동차 바퀴는 평소와는 다른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더 많은것들이 기억나려는 순간에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비가 그친 줄 알고 엄마가 잠시 유모차 덮개를 열어 젖힌 사이 빗방울 하나가 내 얼굴을 적셨다. 비는 정말로 그친 후 였다. 그것은 아주 작은 낙엽 끝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 결국 떨어지고만 나만큼 작은 빗방울이었다. 나에게 또 다른 친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아기와 비를 맞으러 나갔던 어떤 날)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