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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밀러의 The Colossus of Maroussi





지난번에 중고 상점에 들렀을때 여행 가방 속에 한가득 담겨져 있던 서적들. 혹시 유용한 책이 있을지 몰라 습관처럼 뒤적여 보지만 보통은 허탕을 치고 마는데 그날은 색다른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저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마도 6번이 적혀있는 저 그리스 요리책 때문이었을거다. 딱 눈에 띄지만 역시나 파란색 하얀색을 섞은 디자인이다. 이것은 언젠가 구입한 Phaidon (어떻게 읽어야 할까. 페이동?) 출판사의 요리책 속에 끼워져 있던 출판사의 요리책 리스트였는데  이 출판사의 두툼하고 묵직하고 느릿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긴 시간을 가지고 한권씩 구입하면 참 좋겠다 싶어서 가지고 싶은 순위를 매겨서 보관하고 있었다. 6권의 책을 골랐는데 그리스 요리책은 6번에 랭크됐었다. 파랗고 하얀 저 줄무늬 책표지가 그리스 국기는 물론 산토리니의 올망졸망한 집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하면 항상 파란색이 연상되곤 했었지만 그리스는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가가 헨리 밀러이다. 헨리 밀러의 책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살던 동네의 비디오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교복을 입은 나에게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무표정한 얼굴로 빌려 주시곤했다. 그때 참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기억이 안나는 영화가 너무나 많다. 이 북회귀선이란 영화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너무 외설적이어서 영미권에서 금지 서적이었다는 이 책. 영화속의 몽환적인 우마서먼의 눈빛만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이 책이 너의 그리스 여행에 좋은 친구가 되어줄거야, 나의 여인!' 내가 책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는 책의 첫 페이지에 적힌 이 글 귀 때문이었다. 그것도 파랑색 볼펜으로. 2014년 4월이면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 선물로 받은 이 책이 어쩌다가 빌니우스의 중고 상점까지 다다르게 되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이 메모를 내가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것인지도 급 미안해진다. 가까운 미래에 함께 하자는 남자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은걸까. 



그리스로 여행을 가는 여인에게 선물을 할 정도의 책이라면 이미 그리스를 여행 해 본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꽤나 혹할만한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은 여행서의 걸작이며 <길 위에서>를 쓴 케루악을 위시한 비트 세대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준 헨리 밀러의 걸작이라고 한다. 게다가 나는 아직 그리스에 가본적이 없으니 언젠가 그리스에 가보기 전에 꼭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기 전에 모든 구절 구절이 명언이라는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기 위해 영어 공부부터 해야하겠지만...어쩌면 한글 번역본을 사게 될지도 모르겠다. 상점에서 급한대로 첫장을 찍었는데 알고보니 소개글이넹. 헨리 밀러가 쓴거 아님..



그래서 난 이 책을 구입했다. 가방에 붙어 있는 딱지도 퍼즐속의 하늘도 내 지갑도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파랑색이다. 생각날때마다 우선 이 페이지 저 페이지 넘겨가며 읽혀지는 곳만 재미삼아 한두줄씩 읽고 있는데 짧은 구절 하나가 머리를 쾅 때린다. 


'현명한 자는 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


-> 마루시의 거상 일부 구글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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