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 Diary2016.01.19 05:56


마지막 일기를 쓴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난 정말 너무나 바빴다. 운동을 한번 시작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던것이 첫째 이유이고 둘째 이유는 놀아 달라고 조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파까지 기어가서 엄마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말겠다고 마지막 일기에 적었는데 요즘의 나는 부엌에 서있는 엄마에게도 세탁기 근처의 엄마에게도 기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기어가는 길목에 재밌는것들이 너무 많아 애초에 목표로 했던 엄마는 곧 잘 잊고 만다. 가끔은 엄마에게까지 가는것이 귀찮아서 일부러 구석에 숨거나 의자 바퀴나 아빠의 헤드폰 줄 따위에 입을 대어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엄마가 어느새 걸어와서 내 옆에 서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알아서 나에게 오니 엄마가 보고 싶을때 내가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다. 소파를 잡고 일어 설 수도 있게 되었고 잡고 옆으로 움직일 수도 있게 되었다. 놀아 달라고 조르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물 밖에서도 항상 잠수 안경을 끼고 있는 노란 오리 한마리가 있고 귀가 빨간 커다란 무당벌레 한마리가 있고 하마 친구도 있다. 내가 놀아주지 않으면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내가 끊임없이 말을 걸지만 아직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동물들이다. 이 동물들이 나만큼 자라있을때 내가 아직 얘네들과 놀고 싶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오늘은 공원에도 다녀왔다. 눈이 정말 많이 왔는지 유모차가 몹시 덜컹거렸다. 눈을 가만히 감고 얼굴에 닿았다 말았다 하는 털이불의 감촉을 느꼈다. 간지러울때쯤 엄마가 이불을 정리해주었다.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는 조용한 작은 숲 한가운데에서 엄마는 유모차 덮개를 아주 조금 젖히고 운전을 멈췄다. 나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노랗고 빨갛던 낙엽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나뭇가지는 집에서 창밖으로 보던것처럼 앙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소리를 내며 한무리의 까마귀들이 내 머리 위의 나무를 점령해버리고 말았다. 어떤 까마귀들은 나무에 내려 앉지 않고 주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까마귀들도 나처럼 이제 막 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것일까. 저렇게 높고 추운곳에서 까마귀들은 무슨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까. 혹시 너무 춥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유모차속의 따뜻한 양털 속에서 포근히 누워 가만히 까마귀들을 올려다보는것이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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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