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 Diary2016.01.30 06:24



방안으로는 점점 물기를 머금은 신선한 공기가 차오르고 유모차 속 이불은 전처럼 얇아졌다. 주행을 방해하던 뭔가 묵직한 고무 덩어리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덜컹거림도 줄어들었다. 하늘은 전보다 밝아졌고 이불속에서 꼼짝못하게 잠을 재촉하던 추운 공기는 조금 너그러워졌다. 이제 조금씩 이불 밖으로 팔을 꺼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직 서두르지 말아야지. 유모차 밖으로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으니. 털모자와 장갑 그리고 코트속으로 묵직하게 감긴 머플러도 전과 똑같았다. 바깥은 아직 추운 모양이다. 엄마도 나처럼 이불속에 들어가서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늘에는 아직 미처 내리지 못한 눈들이 많았다. 진작에 하늘을 떠나 차가운 땅 위에 내려앉아 한달 내내 꽁꽁 얼어붙어 사람들에게 밟히고 개들에게는 화장실이 되어주었던 그 눈들은 아직 내리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 보지도 못하고 녹아 버리고 있다. 하늘에 남아 있던 놈들은 또 그들의 사정대로 땅 위의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부랴부랴 눈물을 쏟으며 정신없이 내려왔다. 그 눈물로 땅 위의 친구들이 더 빨리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슬픈일이다. 엄마는 그 눈물 바다를 차마 건너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번에 눈이 내릴때엔 내가 너네들을 만져줄 수 있기를. 따뜻한 내 손바닥 위에서 기분좋게 사라질 수 있을거야.


(한국은 추웠다는데 빌니우스에는 따뜻한 날씨 덕에 눈이 전부 녹았다. 장마처럼 일주일 내내 비도 내렸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