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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서울 11_작은 집



 (Seoul_2017)


약수동의 The 3rd place 라는 전시공간 옆에 있던 또 다른 공간.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꼬레아트라는 곳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보고 듣고 기억에 남겨지는 많은것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이야기를 만들고 또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집을 봤을때 그냥 기뻤다.  많은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편이 되어 흩어져 자취를 감추지만 비슷한 놈들을 만나면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쇳가루처럼 달러붙어 존재를 과시하기 마련이다.  작은 집 Une Petite Maison 은 르 코르뷔지에가 쓴 동명의 책이기도 한데 그가 남긴 많은 건축 저서와 비교하면 몹시 얇고도 짧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의 여행기 동방여행처럼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달 초 전시회를 다녀와서 일주일쯤 지났을때 작은 집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그때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날 이 집을 봤었더라도 지금 이 기록은 다른 내용이었을수도 있고 아예 기록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문화공간 역시 건축가의 공간이라고 했다. 마당에 놓인 커다란 도자기들(그의 또 다른 저서 동방여행에 보면 도자기들에 대한 언급이 간혹 있다), 풍경을 한정하는 어떤 창문들, 이 집은 또 다른 건축가를 향한 오마쥬였을까. 





 도시 계획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물론 많은 이름있는 건축가들처럼 부유한 사람들에게 집도 많이 지어준 그였지만 죽은 직전의 몇년은 4평짜리 통나무집에서 보냈고 이 책은 또 그가 부모님에게 지어 준 작은 집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그가 지은 집은 그렇게 작은 집은 아니었다. 창밖에는 호수가 있고 알프스 산맥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게다가 남쪽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11미터에 이르는 창문을 가진 집이었다. 오히려 이 문화공간이 면적의 개념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작은 집의 모습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곳이 눈 앞에 자기것처럼 가둔 전망과 뜨거운 지붕위의 고양이가 내뿜는 쉼의 기운이나 도시에서 고립된듯 하늘 아래 놓여있는 그 독립적인 공간을 떠올리면 이 공간 역시 작다라는 수식을 허용하기에는 비범하고 배타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어떤 공간을 이해할때 우선적으로 면적의 맥락에서 받아들인다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종의 넓고 높은 공간에 대한 습관적이고 고질적인 컴플렉스 같은것인지도 모른다.  공간이라는것이 누군가가 애정을 가지고 만들고 점거하고 보살피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이 모든 건축가들의 이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작은 집을 받아들이기는 조금 수월해진다. 르코르뷔지에는 부모님에게 지을 그 작은 집에 대한 설계도를 몸에 지니고 오랜간 집을 지을 장소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이 문화공간은 쓰여질 목적에 맞춰 새로 지어진 공간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 공간의 주인도 르 코르뷔지에처럼 오랜동안 꿈꾸던 집의 설계도를 주머니에 지니고 다녔는지는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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