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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Berlin 18_베를린의 티벳 하우스



베를린 3일째. 도착했던 날 밤 케밥집에서 다 못먹고 통째로 남겨온 케밥을 메인으로 샐러드와 삶은 계란등으로 이틀 내내 든든한 아침을 먹었다. 지속적인 카페인 섭취때문에도 그랬겠지만 여행 모드에 취해 흥분상태였는지 사실 별달리 먹는게 없어도 종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허기를 그냥 망각해버린다는것.  매순간 그렇게 살아야하는것 아닐까.  너무 흥분되고 행복해서 배고프다는것도 까먹는 그런 상태.  근데 3일째부터 결국은 늦잠을 자는 패턴으로 바뀌고 늦게 일어나니 아침도 잘 안먹고 나오게 되자 차츰 돌아다니다보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결국 허기는 망각할 수 없는건가보다. 그냥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 그랬던건가. 베를린에도 익숙해진건가. 뭐 그런 생각이 또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날 찾아간 티벳 음식점은 친구가 이미 가봤던곳으로 일종의 찜을 해놓았던 장소였기때문에 베를린 갤러리와 유태인 뮤지엄에 갔던 날 여행 코스의 종착점이었다.  우선 목이 너무 말라서 망고 라씨를 시켰고 며칠째 국물을 먹지 못해서 스프가 포함되어있는 세트 메뉴를 각자 하나씩 시키고 같이 먹겠다고 티벳 만두 모모까지 한접시 주문했다. 이미 샛노란 망고라씨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반정도 먹은 스프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 주문한 요리들을 맛깔나게 다 먹는것은 무리일것이라고 생각한 현명한 친구 덕분에 커리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모모요리는 몇개만 먹고 포장을 하기로 했다.  티벳 만두 모모는 인도의 다르질링을 여행할때 너무나 맛있게 애달프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캘커타에서 부터 배탈이 나서 오렌지 주스 같은 신물을 토해내던때여서 국물이 몹시 고팠는데 인도에 후루룩 마실 수 있는 맑고 얼큰한 스프를 못찾았고 다르질링에 가서야 생각지도 못한 매운 칠리가 들어가는 국물을 만나게 된것이다. 그것도 딱히 스프라고 시킨 요리가 아니라 물만두같은 모모를 주문하면 그냥 마시라고 한 컵 가져다주는  뜨거운 냉면 육수 같은 그런 느낌. 그 모모집은 정말 어릴적 교회에 올라가는 길에 있었던 작은 떡볶이집이랑 비슷했는데. 그때 먹은 모모를 잊지 못하여 모모를 주문했는데 이 모모는 너무나 고급졌다.  생각지도 못한 완두콩이랑 그런것들이 고급스럽게 꽉꽉 채워져있는. 매운 김치국물이 배어 나올듯한 포스였는데 콩이 들어간 송편 같은 식감이었다. 다행히 두개의 소스가 맛있어서 끝까지 맛있게 먹었지만 기대했던 동네 모모가 아니라서 좀 아쉬웠다. 



이 망고라씨는 정말 너무 맛있었다. 목이 너무 말랐고 배가 고프기도 했으니 이 걸쭉하고 어느 정도 칼로리가 있는 라씨를 먹으니 금세 배가 불러졌다.  인도나 티벳에서 먹어보고 오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될만큼 뭘 모르면서 그냥 이게 오리지널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기분.  엄마랑 손잡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내 컵을 가리킬때 정말 한 모금 주고 싶었다.  이날의 티벳 하우스의 주인공은 단연 망고 라씨. 




그리고 먹은것이 아마 구운 오리가 들어간 커리였는데. 이것도 맛있었으나 배가 불러서 또 본연의 맛을 만끽하지는 못했던듯.  다음에 가면 절대 밥이 나오기전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모모도 시키지 않고 스프 안들어간 커리만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시원한 망고 한잔.  




모모는 예쁘게 포장해왔고 쏟아질까 걱정했던 소스도 무사했다. 다 먹은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던 한 조각의 케밥과 함께 그 다음날 아침으로 먹었다.  양상치에 소스를 뿌리고 케밥 고기를 주섬주섬 싸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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