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7.08.10 09:00



(Vilnius_2016)



3월말에 서울에서 돌아와서 맞닥뜨린 빌니우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 건물이 없어진것이다. 이 건물은 이제 없다. 그냥 없다. 없다는것만큼 명백한것이 없다.  없는것을 제외하면 없는것은 없는것이다.  '우리 리에투바 극장 앞에서 만나자' 하면 '어? 그거 오늘 거기에 없을걸? 그거 없어졌잖아.'  라고 말하는것이다.  무심코 서있었던 콘크리트 덩어리 들이지만 특정 시간과 공간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가느다랗게나마 생채기를 남긴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더 짙은 회색으로 반짝였던 저 Lietuva 라는 글자도 이제는 없다.  빌니우스의 중앙역 부근부터 시작해서 구시가지의 핵 Gediminas 대로까지 구시가지를 감싸안듯 척추처럼 연결되는 Pylimo 거리의 허리쯤에 위치한 이 건물은 한때 '리투아니아 Lietuva ' 라는 이름을 걸고 극장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거의 10년도 넘게 이 장소는 방치됐고 난 이 건물이 제 기능을 하는 모습을 결국 한번도 보지 못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본것은 이따금 업데이트되는 냉소로 가득찬 스프레이 낙서와 붙인 자리에 또 붙여지고 또 다시 덧붙여져 역사를 만들어가던 공연 포스터들이었다.  저 얕은 계단에 앉아 음주를 즐기는 청소년들과 집없는 자들도 무수히 맞닥뜨렸다. 과연 언제쯤 이 버려지고 황폐해진 오래된 극장을 쓸고 닦고 광을 내서 빛을 보게해 줄 자가 나타날것인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걸까. 그렇게 오랫동안 안타까워했는데 정작 드디어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니 청개구리처럼 마음이 좋지가 않다.  아마 기존의 건물을 수리하고 새단장하는것이 아니고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전혀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것에서 마음 한켠이 서늘해진것 같다. 이곳에서  수업을 빼먹고 영화를 봤다거나 주머니속 동전을 탈탈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기억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오며가며 바라본 움직임없는 그 풍경만으로도 짧은 시간속에 노스탤지어가 생겨버린것이다. 건물을 지나치던 무수한 행인중의 하나였을 나의 추억도 거대한 굴삭기로 파헤쳐저 파쇄기의 소음과 함께 공중분해되었다.





이 극장 뿐만아니라 이 극장의 뒤쪽의 언덕배기에도 극장의 왼편에도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방치된 건물들이 많았는데 2년 사이에 새로운 주택들이 지어지고 극장 왼편의 새롭게 리노베이션된 건물 일층에도 카페 두개와 베이커리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일전에 레몬 타르트를 먹었던 커피가 맛없던 카페와 (http://ashland11.com/430)  리투아니아의 성공한 카페 브랜드 커피인의 로스터리와 향초가게와 고급 식료품점도 들어섰다. 물론 불에 탔거나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그런 건물들은 그리고 이 극장 건물 또한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가 사들인 상태였을것이다.  입찰을 받고 재원을 모으고 설계자를 찾고 건설과 관련된 행정 업무등등에 쏟아야 했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을것이다.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낸다는것은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오랜 시간이 녹아들어간 꿈이었을것이다. 빌니우스의 구시가지가 점점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장소에 이 카페들이 생겼을때만 해도 극장이 드디어 수리에 들어가나보다 했는데 왠걸 아예 철거를 하고 이 장소는 2018년 말에 모던 아트 뮤지엄 개관을 앞두고 있다. 건축 설계를 맡은 사람은 다니엘 리베스킨트이다. 이 건축가의 작품은 부산에서도 봤다. 얼마전에 보고 온 베를린 유태인 뮤지엄을 지은 사람인데 사실 난 그 건물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된다. 가뜩이나 이 극장 자리는 부지가 넓지도 않고 트롤리버스 정거장도 있고 주변의 주택가들도 상당히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이런 요소들에 조화를 이룰 건물을 어떤식으로 지어낼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