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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커피들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근처 빵집에서 리투아니아 과자를 사갔던 바람에 베를린에서 왔다는 스페인 남자와 독일 여자 부부와 나눠먹었다. 그들은 1살배기 여자 아이와 함께 였다.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실내 공간에 대해 물었지만 별로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그런 공간이라면 지나다니면서 본 아기 전용 미용실 한 군데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근처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그들은 화요일에 돌아간다고 했다.  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그들은 카페를 떠났다. 이 카페는 거의 매일 지나는 골목 어귀에 있어서 왠지 정말 한번 더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뒤이어 단체 여행객들이 들어왔다.  건장한 여자 한 명과 남자 두명이 앉았다. 일부는 서서 커피를 마셨다. 그들은 무슨 컨퍼런스때문에 빌니우스에 모인 유럽 각국의 사람들이었는데 일이 다 끝나서 남은 이틀은 자유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비가 좀 오지만 빌니우스가 내려다보이는 좋은곳을 물어서 대성당 근처의 언덕에 오르라고 알려줬다. 





쉴새 없이 내 앞의 빈 커피잔들을 치우던 여자 직원이 오늘처럼 이렇게 여행객이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가 넓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대꾸해줬다. 그리고는 소파로 파고 들었다. 뒤이어 누군가가 앞에 와서 앉았지만 커피를 마시진 않았고 잠시 혼자 중얼거리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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