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2017.06.21 09:00




베를린에서든 드레스덴에서든 이런 시커먼 동상을 보면 친구와 항상 반복된 농담을 하고 웃곤 했다. "토머스 제퍼슨 아니야? 왜 여기있어?' 토머스 제퍼슨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왠지 뭔가 법원이나 국회의사당 같은곳앞에 서있는 토마스 제퍼슨 같은 사람의 느낌이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의 환상을 깨지 않기위해 일부러라도 누구인지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지 않았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12 09:00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연두색 플릭스 버스를 타고 나와 함께 이동하여 다시 프라하로 그리고 한국으로 토끼님 손을 잡고 돌아간 이 친구들.  내 품을 떠나기 직전에 토끼님의 주스 옆에서 자비롭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들은 유태인 뮤지엄에  갔을때 산 로스코 엽서와 드레스덴 가기 바로 전날 패브릭 마켓에서 가까스로 만난  데이빗 보위가 프린트된 타일이다.   유태인 뮤지엄 기프트 샵에 로스코 엽서가 여러 종류 있었지만 이 한 작품만  집어온 이유는 파리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단 한 장의 로스코 엽서처럼  이번 베를린 여행에서도 한 장만 데려가는 원칙을 고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색감의 로스코 그림은 사실 본적이 없기도했고 이미 그때부터 토끼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것인지 똑같은 엽서를 두장을 사는 바람에 한장을 드리고도 로스코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남았다. 이번에 한국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로스코를 세번씩이나 봤는데 한번은 초등학생 조카의 티셔츠속에서 한번은 리움 미술관에서 한번은 경복궁 옆 카페에서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베를린에서 다시 만난 로스코. 이 화가를 향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손바닥 만한 엽서속의 그를 처음 접하고 며칠 후 퐁피두에 가서 실제 작품을 봤을때 먹먹하게 억누르던 감흥이 지금까지도 계속 그를 기억하게 하는것 같다. 데이빗 보위는 베를린에 가기전부터 관련 엽서나 음반이든 뭔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다가 드레스덴 약속이 정해지고 아침에 버스표를 끊고 아..보위가 그려진 뭔가를 찾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던 와중에 몇시간후에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토끼님은 보위를 사랑하신다. 보위는 곧 성인으로 추대될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지도 모른다. ㅋ 진열되어있던 타일은 모서리가 깨져있었는데 다행히 보관중인 여분의 타일이 있었다. 나름 이른 아침이었기에 장사의 개시를 도와준것 같아 기뻤다. 타일을 파는 남자는 종이로 포장을 하고 돈을 받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물건을 나에게 이미 준 줄 알고 착각했던것이다. 그럴땐 달라고 하기 미안해진다. 남자도 겸연쩍어했다. 이미 세상을 뜬 두 거장들은 세상 여기저기를 여행하다 이제는 냉장고 문위의 먼저 도착한 친구들 곁으로 그리고 경건하고 적막한 교회 성소같은  선반 한켠에 놓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죽어서 누군가의 가슴 한켠에 남는다면 아마 삶의 소임을 다했다는 증거일것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10 09:00



베를린과 커피. 나로 하여금 수십잔의 커피를 마시게 한 도시. 당분간은 다른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대신 이곳에만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 그곳에 갈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찾아가고 싶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듯한 정말 마음에 드는 나만의 카페를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곳.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난 누군가가 몹시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카페에서  손수 고른 예쁜 에스프레소 잔과 커피콩과 엽서를 선물받았다. 베를린도 아닌 드레스덴에서 가슴이 따뜻해졌던 유쾌한 만남이 있었다. 이 정열적이고도 몽환적인 커피잔은 프라하의 에벨이라는 카페문을 나서서 똑같은 이름이 적힌 종이 가방에 담겨져 노란 꿀벌 버스를 타고 나에게로 왔다.  꿀벌이 날라다 준 커피. 어찌 달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만간 프라하로 달려가 커피에 메도브닉을 먹으라는 토끼님의 계시라고 받아들였다. 




그 낯선 도시에서의 급조된 만남이라는것은 때마침 프라하로 휴가를 오신 블로그 이웃인 토끼님과 프라하와 베를린의 중간 쯤인 드레스덴에서 조우한것이다.  사실 드레스덴은 베를린보다는 프라하에서 오히려 더 가까웠지만 갑작스럽게 성사된 만남은 새벽 버스도 마다하지않고 국경을 넘어와주신 덕택에  가능했던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식당을 찾아 일요일의 드레스덴 시내를 조금 걸었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차와 커피를 마셨다. 나는 오스트리아 슈니첼은 본래  송아지 고기로 만든다는 사실과 와인 chianti 를 챤티가 아닌 키안티로 읽는다는것을 토끼님을 통해 알게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접했던 토끼님의 일상이나 삶의 방식, 향기로운 홍차 냄새와 달콤한 조각 케잌들. 물병에 담긴 장미들. 아름다운 발레리나들. 모든 소소한 감상들과 이미지들, 짧은 댓글을 통해 나눴던 교감들이  지지직 거리는 3D 프린터를 통해 드레스덴의 카페 테이블 건너편에 토끼님을 구현해낸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주하고 있었지만 실감하기 힘든 만남이었고 5시간 남짓한 시간이  거꾸로 세워놓은 유리병속의 모래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았지만 실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토끼님의 블로그를 우연히 알게되어 가장 먼저 읽게된 포스팅의 주제도 베를린이었던걸로 기억한다. 7년전에 베를린에 왔던것도 프라하를 여행하다 충동적으로 기차를 잡아 타고 온것이기에 내게 프라하와 베를린은 여러 경로로 항상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언젠가 프라하에 다시 가게된다면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통해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카페 에벨에도 꼭 가보고싶다. 엘베강이 흐르던 드레스덴. 그리고 에벨. 드레스덴이 딱히 마음에 드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에벨 덕택에 엘베는 절대 잊지못할 이름이 되었다. 꼭 다시뵈요. 토끼님. 그곳이 리가이든 뻬쩨르이든 프라하이든 빌니우스이든 이문동 영화장이든요. 감사해요!









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05 09:00



거리 이름들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돌아 온 지금 어떤 거리들을 돌아다녔는지 그곳이 베를린의 어디쯤이었는지 별로 감이 안온다.  환승을 자주 했던  Hermannplatz 나 Kottbusser tor 역 정도만이 선명하게 기억날뿐이다. 다행히 론리플래닛을 남겨놓고 오는 대신 데리고 온 베를린 지도를 가끔씩 들여다보니 내가 갔던곳들이 어디의 어디쯤이었는지 좌표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기 거기 저기를 가자고하면 친구는 아침에 루트를 만들고  R2D2 와 같은 헌신적인 자세로 모든 여행을 지휘했다. 그 덕에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Jabba 처럼 거리에 눕다시피한 무대뽀 마인드로 베를린을 부유할 수 있었다. 나는 단지 떠나왔기때문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구글맵스같은것을 켜면 지도위의 나와 목적지를 가리키는 마크에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 나로써는 우리가 어디쯤인지 어떤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리고 가장 가까운 카페가 어디쯤인지를 척척 알려주는 친구가 신기하고 고맙기만 했다. 이 날은 친구가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본 날이었다. 여기저기 생각지도 못한 장소들을 짧게 짧게 들르면서 마음에 드는 카페 하나를 발견하고 예쁜 물건들로 가득했던 문방구와 옷가게를 지나서 걷다 브란덴부르그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까지 지나와 밤에 문을 연 카페를 찾아 100번 버스를 탔다. 100번 버스는 베를린 중심의 많은 명소들을 지나치는 노선이라 내리고 타고 내리고 타는 투어버스 같다고 한다. 그리고 내리지 않았어도 굴러가는 버스의 차창밖으로 티비타워가 보였다. 티비타워를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보았지만 이날 버스에서 본 이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상의 모든 높은것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보일것처럼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것이라 포장된 포스를 지닌다. 그것은 일견 아름답지만 그 존재는 더 많은 아름다운것들을 그 아래에 거느리고 있기때문에 가치있는것 같다. 창밖의 티비타워는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휙하고 사라졌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Berlin2017.06.04 09:00



베를린에 있는 동안 날씨가 좋았다. 나는 내가 낯선 곳에 도착했을때 방금 막 비가 내린 상태의 축축함이나 공기중에 아지랑이처럼 묻어나는 흙냄새를 느낀다면 가장 이상적인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지나간 어떤 여행들이 그런 모습이었고 그 모든 여행들이 좋았기에 그런것같다. 하긴 여행이 싫었던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베를린에서는 매우 짧고도 인상적인 비가 딱 한번 내렸다. 내가 비를 맞은 횡단보도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지경이다.  밤이되면 친구의 어플속에서 새어나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그것이 베를린에서 나에게 할당된 빗방울의 전부였다. 그외의 순간들은 모두 해가 쨍쨍났다. 도착한 다음날부터는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었다. 다소 덥다 싶은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지만 카페에 가만히 앉아있을때나 공원 벤치따위에 몸을 뉘였을때 나를 배반하지 않는 착한 바람들이 불어왔다. 이탈리아 도시들의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형태의 블라인드나 파라솔들은 아니었지만 베를린의 주택가에도 햇살을 이겨내기 위한 울긋불긋한 파라솔들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그것은 태양에 저항한다기보다는 인사를 건네는, 태양에 달궈진 붉은 하늘이 반사된 색안경 같은 느낌이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