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7.03.10 카페 메타포 (1)
  2. 2017.01.24 약방의 커피 (2)
  3. 2016.12.03 폴 바셋_ 룽고 (2)
  4. 2016.09.16 빌니우스 카페_Crooked nose & coffee stories (10)
  5. 2016.07.25 [빌니우스풍경] 오랜만의 엽서 (4)
Cafe2017.03.10 00:41



(Seoul_2017)


어제 티비에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라오스의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체구의 사람들이 질퍽한 진흙탕길을 걸어 들어가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빽빽한 커피 나무 숲에서 허리춤에 큰 광주리를 차고 하루종일 커피 열매를 딴다. 여인들은 울긋불긋한 커피 열매를 채반에 넣고 근처 개울에서 흔들어 씻으면서 쓸만한 콩들을 분류해 햇볕 아래에서 말렸다. 골고루 잘 마를 수 있도록 몇십번을 뒤집으며 또 분류해서는 자루에 담아 작은 트럭에 싣는다. 갑자기 내린 비로 여기저기 움푹 패인 1 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움직이는데 다들 밀고 끌며 급기야는 바퀴가 걸린 트럭을 견인하러 다른 트럭이 도착해서야 긴긴 작업은 끝이났다. 말린 콩은 장작위의 커다란 드럼통속에 넣고 장작을 지피고 물로 불세기를 조절하며  2시간 가량 뜬눈으로 볶는다. 다행히 드럼통은 기계 엔진으로 돌아갔다.  50세 나이의 남자는 경력이 40년이었다. 방송은 힘들게 일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착취당하거나 하는 사람들의 자기연민을 조명하진 않았다.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나름의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저렇게 평생을 커피나무에 붙어서 손이 부르트도록 커피열매와 씨름하는 그들에게 커피 한잔을 어떤 의미일까. 유명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려면 하루 일당의 반을 써야하는 그들에게 커피가 꼴도 보기 싫은 지긋지긋한 어떤것이면 어쩌지. 비록 반토막이 나고 화해도 타협의 여지도 두려고 하지 않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나라여도 최소한 커피 한잔 마시는 호사를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이곳에서 태어난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하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때 드디어 그들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오정 머리 보다 더 길고 깊은 잠자리채 같은 천 필터속에 스스로 따고 씻고 말리고 볶고 분쇄한 원두를 가득넣고 라면 네개는 족히 끓일수 있을것 같은 투박한 냄비에 펄펄끓는 소나기 같은 물로 커피를 내리고는 깡통을 뜯어 연유를 부어 섞었다. 작고 투명한 유리컵 속의 커피는 진흙탕에 고여있던 물색깔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달콤했으리라. 





사진속 카페는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의 카페인데 이번에 우연히 발견해서 2번을 더갔다. 나중에 왔을때도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카페를 발견하고 가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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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1.24 01:06


(Seoul_2017)


을지로의 이 카페는 홍콩 가기 전 홍콩 카페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친구랑 남산 한옥 마을을 구경하고 커피 마실 곳을 찾다가 생각보다 충무로에서 을지로가 멀지 않아서 친구 모바일에서 길찾기를 켜고 찾아갔다. 가는 길에 자주갔던 명보 극장이 나왔고 개관작인 트루 라이즈를 보려고 긴 줄을 섰었던 을지로 3가역으로 이어지는 그 길을 쭈욱 걸었다.  명동성당에서 백병원을 지나 명보 극장으로 이어지던 길, 종각의 씨네코아에서 명동 성당으로 이어지던 길은 영화를 볼 때 빼고는 걸어 본 적이 없는 길이다. 극장을 지나쳐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이곳이 홍콩의 어딘가를 연상시킨다고 했던 블로거는 아마도 이곳에서 화양연화나 2046 같은 영화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카페가 위치한 좁은 골목과 을지로 특유의 공업적이고 사무적인 분위기도 그랬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의 커피콩 볶는 소리에 대한 대답으로 반대편에는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의 타자 소리가 들릴것도 같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내부는 넓었고 테이블 배치가 개방적이었다.  홍콩의 어딘가라고 했을때 난 오히려 벽에 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양조위와 장만옥, 장학우와 유가령등의 밀착된 모습을 얼핏 떠올렸던것 같다.  계절메뉴에 팥빙수와 함께 뱅쇼와 상그리아가 보였다. 이 카페가 겨울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아마 지금이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글쓴이는 여름에 이 카페를 갔던것일지도 모르겠다. 





주문을 하고 한참이 지나도 내 주문이 안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래서 저 주문지가 혹시 날아가면 어쩌지 좀 지켜보고 있었다. 






골목이 그렇게 좁았는데도 이곳엔 바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골목 끝에서 시작되는 길에는 백반집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러 들어갔지만 점심시간이 지나서 마땅한 반찬이 없다고 다음에 오라며 미안해 하셨다. 식당 한 가운데에는 노가리 같은것을 놓고 술을 드시는 어른들이 계셨다. 





커피 한약방이라는 이름때문인지 자연스레 구스반산트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가 생각났다.  헤더 그레이엄이 약물과용으로 죽자 맷딜런이 천장에 난 뚜껑을 열고 시체를 숨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카페의 화장실 가는 계단을 오르며 삐걱 소리가 들리자 별로 단단해 보이지 않는 천장이 시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조마조마 하며 보던 기억이 났다.  실수로 죽인 남자를 엘레베이터까지 낑낑대며 옮기는 언페이스풀의 리차드 기어도 떠올랐다.  죽은 사람의 무게도 무게지만 시체를 옮긴다는것의 긴장감이 가중되면 그 심리적 부담감은 엄청 날거야.  이 카페는 건물 일층과 맞은 편 건물 이층에 위치해 있는데 아무튼 화장실이 있는 건물 이층 공간으로 올라가면서 쭉 그런 생각을 하고 문을 열었을때 확실히 현실감이 떨어지는 카페의 첫인상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영화적이고 아니면 많이 인위적인 느낌이었다. 





친구가 마신 아메리카노는 마치 검은 융단이 깔린 소파 같았다.  커피의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초콜릿색 휴지통 때문인지 비오는 날의 수채화 노래가 생각났다. 방금 전 떠나온 홍콩의 기억들과 여러가지 기억들이 뒤섞여 비현실적인 느낌에 사로잡혀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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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6.12.03 00:37



꼭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도 눈에 띄는 카페는 그냥 들어가서 메뉴판이라도 확인하고 나오게 된다. 이 카페는 얼마전 종각에서 교보문고 가는 도중에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부산에서 가보게 되었다.  아직 분점 수도 적은것 같고 5년전에 왔을때는 아마도 없었던 카페였던것 같고 결정적으로 커피 메뉴에 내가 먹고 싶은 커피가 있을것 같은 기대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빌니우스의 카페 메뉴에 보면 보통 에스프레소에서 라떼로 넘어가는 사이에 juoda kava 라는 커피가 있다.  직역하면 블랙 커피 인데.  근데 그 블랙커피에 상응하는 커피를 파는곳을 서울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빌니우스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그 특별할것 없는 '블랙 커피' 라는것은 에스프레소 두샷을 부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걸쭉하고 시고 고소한 그런 커피인데 





그것이 아마도 이 카페가 팔고 있는 룽고나 리스트레토의 변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카페들이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메뉴에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콘파냐,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같은것을 집어 넣는데 이곳은 에스프레소 메뉴 구성이 좀 다르고 아메리카노 없이 룽고가 들어가있어서 좀 신선했다. 





사실 카페에 가면 주는 이런 기계도 까맣게 잊고 있던 물건중의 하나였다.  그냥 한발짝 물러서서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목소리에 섞여 서성거리며 기다리는것이 좋은데 한 카페에서는 심지어 '앉아서 기다리시면 되거든요' 라는 소리를 들어서 한번 더 놀랐다. 이곳에는 커피를 준비하는 앞쪽에 의자없는 긴 원통형 탁자가 있어서 팔을 얹고 서서 커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날은 룽고를 주문해서 마셨다.  시간이 별로 없었던 관계로 양이 적을것을 감수하고 둘이서 커피 한잔을 시켰는데 룽고 한잔의 양은 의외로 많았다. 검은 잔속에 휘감겨 있는 커피의 끈적하고 기름진 끄레마는 빌니우스의 블랙 커피를 생각나게했지만 그리고 커피맛도 색다르고 맛있긴했만 결과적으로 이 커피는 그냥 좀 많이 진한, 에스프레소 세네잔 정도가 들어간 아메리카노에 가까웠다. 다음부터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마실때는 커피 양을 꼭 확인하고 주문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룽고는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한샷을 좀 길게 추출해서 양이 좀 더 늘어나게 되는데 이 룽고는 아마 에스프레소 두샷을 길게 추출해서 추가로 또 물을 부운것인지도 모르겠다.  엄청 고소한 맛이 강한 신기한 맛의 커피였다. 이 커피를 마시다보니 빌니우스에서 철마다 길거리의 잔디를 깎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여러 종류의 풀이 기계속에 섞여서 마구 갈리면 그속에서 나는 냄새가 엄청 역하다고 그랬다. 사실 잘 깎인 잔디 곁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숨을 들이쉴때는 신선하다는 생각만 들때가 많은데 막상 장시간 잔디를 깎는 사람은 코밑에서 섞여서 깎이고 날리는 풀찌꺼기들 한가운데 서서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추출시간이 긴 룽고는 깎여나가는 잔디가 심오한 향기를 풍기듯 추출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에스프레소나 리스트레또보다 맛이나 향이 좀 다채로운것 같다. 양이 좀 적었으면 이 커피는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었을거다. 결국 매장내에서 다 못마시고 일회용 종이컵에 남은 커피를 부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나저나 빌니우스에서 널리 마시는 블랙 커피는 리스트레토 도피오 라는 커피일 확률이 높다. 도피오는 더블이라는 뜻인데  마트에 파는 조그마한 이탈리아 농축 토마토 깡통에 보면 아니나 다를까 저 단어가 적혀있다. 리스트레또는 룽고와는 달리 오히려 추출시간이 일반 에스프레소 보다 짧아서 그런지 빌니우스의 블랙 커피는 에스프레소 두샷보다는 좀 양이 적고 농도도 좀 연한듯하다. 다음에 이 곳에 갈기회가 있다면 룽고 물 양을 좀 줄여달라고 하던가 리스트레토 두잔을 따로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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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6.09.16 08:06





집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로스터리가 한군데 있다.  1년 반 전쯤 완전 주택가의 볕이 아주 잘드는 신축 주택 단지의 1층에 생겼는데 다행히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마트에서 집으로 곧장 가는 길에서 옆길로 약간 새어야 하긴 하지만 아침에 한두시간 정도 여유가 생길때, 돌아다니다 잠깐 조용히 앉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르곤한다.  




이곳의 이름은 Crooked nose,  리투아니아의 법인 이름도 Krieva nosis,  삐뚤어진 코이다.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질문에 답하는게 이력이 났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지 않을 생각이다. 혹여 뭐라고 답해줄지 모르면 여러 손님이 있는 가운데에서 난처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모두가 서로의 숨소리를 공유할 수 있을정도로 침묵이 흥건히 고여있는 공간이다.  누군가가 내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도 드물다.  가끔 들러서 속삭이고 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곳이 외진 거리에서 아직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것은 아마 가게의 철학이 확실하기 때문인것 같다.  커피를 정신없이 탬핑하고 번쩍거리는 머신에서 커피가 쏴 하고 요란스럽게 추출되는 소리를 등지고 서서 그 사이에 계산을 하는 여느 카페들의 모습이 이곳에는 없다. 이곳에는 다양한 핸드 드립이 있고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가 없으며 커피에 곁들일 수 있는 디저트도  리투아니아의 전통 과자인 Šakotis 샤코티스 가 전부이다. 그래서 드립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도 이곳에 오면 로마에 와서 로마의 법을 따라야하는것처럼 순순해진다.  누군가가 뭔가에 애정을 쏟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이곳에는 항상 볕이 든다.  지난 겨울에는 이 카페가 위치한 긴 보도블럭을 볕을 쏘여주겠다고 유모차 덮개를 젖힌채 1시간 넘게 왔다 갔다하던때가 많았다. 그 겨울은 날씨가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렸던 인생 최초의 겨울이었던것 같다. 





짙고 둔탁한 나무의 느낌을 더 좋아하지만 아마 이렇게 밝고 완전무결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것이다.  사실은 약간 가학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디자인의 가구들이다.  





아마도 이들의 가장 귀한 재산일지도 모르는것.  





아마도 그런 존재는 이런 작은것들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계란과자와 비슷한 맛의 리투아니아 전통 과자. 샤코티스.  주문을 하면 커피가 내려지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창고로 들어가서 부스럭 부스럭 과자를 분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준비물들. 마치 도자기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첫 작품을 전시해놓은 느낌이 든다. 물체들 사이의 미묘한 간격과 알력이 느껴진다. 




이들이 항상 지친 기색없이 손으로 가리키며 기구들 사이의 차이점을 설명해주는 메뉴. 





보통은 지나치게 시지 않은 최대한 쓰고 진한 커피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커피콩이 든 용기를 다 열어서 냄새를 맡게 해준다. 보통은 과일향이 강조된 콩, 넛종류 향이 진한 커피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하루에 몇번의 용기를 열었다 닫을까. 특히 저 용기들은 밀폐력이 좋아서 뚜껑 열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작년에 맨 처음 갔을때 수도 꼭지 어디서 사셨어요 라고 물어봤는데 적절한 답변을 듣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집에 물 나오는곳은 수리를 다해서 알아도 소용없지만.  





지지난주에 마셨던 커피. 





가끔은 드립커피가 바퀴벌레 날개 처럼 엷은 빛을 띄며 결벽증 커피 같은 느낌을 풍길때가 있다. 그래서 드립커피는 오히려 깊고 좁은 잔에서 마시는게 좋은것 같다.     





어제 마신것.  150ml 가 약간 모자른 감이 있어서 300ml로 주문했더니 아예 드립서버를 함께 주었다. 300ml는 또 너무 과한 감이 있었다.   





그윽한 커피의 유분.  냅킨이 예뻐서 책갈피로 넣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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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6.07.25 08:00



커피를 줄때 우유를 따로 내어주는곳도 좋다. 우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을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원한다면 우유를 부을 수도 있다.  정 아니면 우유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이 베이글 카페는 10센트를 추가하니 따뜻한 우유를 따로 내어주었다. 같은 커피 두잔을 주문하고 우유를 추가했는데 커피 한 잔은 약간 큰 잔에 담아주었다.  기계에서 추출된 획일적인 커피 맛이 좋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전부 다르다.  내가 짐작할 수 있는것이라곤 각설탕을 혀 위에 얹으면 녹아버릴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카페 건너편에는 작은 출판사가 있었다. 이 출판사의 책을 한권 가지고 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조각과 동상들에 관한 책이다.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바깥에 내놓은 엽서 진열대를 마주치곤 했기에 나중에 엽서를 한장 사서 건너편에서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에게 엽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엽서 진열대를 꺼내놓지 않아서 엽서를 사러 안으로 들어가야했다.  대여섯명의 직원들이 한 겨울 난로 근처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양상으로 저마다의 일에 분주했다.  한쪽 창문과 다른 쪽 창문의 사무실은 개방된 채 두세개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무실 한켠에는 팔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출판사의 연혁을 설명하듯 진열된것에 가까워보이는 엽서들이 놓여져 있었다.  나는 어렵지 않게 엽서 한장을 골랐고 현금 50센트가 없어서 카드를 써야했다.  갑자기 들어온 외부인에 약간 당황한듯한 직원들이었는데 카드 사용에도 난처한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 고마웠다.  불편한 표정을 보였더라면 엽서 두세장을 더 샀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를 생각해서 두번째 세번째 엽서도 미리 봐두었다.  내가 가진 책도 진열되어 있어서 이 책이 너무 좋은데 책이 잘 팔리는지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화를 위한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카드 단말기를 마주하고 흐르던 침묵은 헝클어버리기 아까운 커피의 크레마처럼 섬세했다.  




엽서 속 그림을 지배하고 있던 것도 어떤 침묵이었다.  침묵은 두 종류이다.  더 커다란 침묵으로 감싸줘야 할 종류의 절대적인 정적과  모든 상처를 감수하고 깨뜨려야 하는 위험한 고요.   나는 쉽사리 엽서를 뒤집을 수 없었다.  은근한 빛과 파도 내음이 감도는 어둡고 잔잔한 바다.  커튼은 흔들림없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호텔방에 들어서서 쉽사리 짐을 풀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창밖을 응시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혹은 이미 문 옆에 짐을 내려 놓고 밖으로 나가 벽에 등을 대고 철퍼덕 앉아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듬성듬성 놓여진 가구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던 그 정적은 기다려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출구가 없는 통유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갑갑해졌다.  흩트러 버리고 싶지 않았던 침묵을 삼키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듯했다.  나는 받는이를 결국 생각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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