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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9 베를린 카페 03_Father Carpenter (4)
  2. 2017.06.30 베를린 카페 02_Sociale Cafe bar (2)
  3. 2017.06.24 베를린 카페 01_Companion coffee (3)
  4. 2017.03.10 카페 메타포 (1)
  5. 2017.01.24 약방의 커피 (2)
Cafe2017.08.19 09:00





베를린에서는 거의 30곳에 육박하는 카페에 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좀 더 시시콜콜한 사진들을 많이 남겨왔더라면 베를린 카페들에 대한 그럴듯하고 유용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러가면 습관적으로 기계적으로 찍는 커피 사진도 남기지 않은적이 많다.  카페에 가면 으례 커피와 카페들에 대한 담론으로 그 시간들을 채워나갔음에도 낯선 도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듯 존재했던 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에 완전히 빠져들었던것이 아닌가 싶다.  카메라와 폰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음에도 내가 뭔가를 기록하는 그 순간 놓쳐버릴 지 모르는 주변의 공기와 호흡들에 은연중에 그 우선순위를 내어준것 같다. 그리고 카메라 셔터로 멈춰서 세워놓을 수 없는 그 커피향은 결국 그 어떤 추억보다 가장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이 카페는 그나마 매우 많은 사진을 남겨온 유일한 카페이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하루 이틀정도의 워밍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찾아다니는 모드가 되었을때 우연히 발견한 카페. 특히나 거대한 중정을 낀 매우 붐비는 정오의 카페에 들어섰을때 이런 스타일의 카페를 한곳 정도는 들르고 가는구나 싶어서 기뻤던것 같다.  그것이 우연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을것이다. 





지나가다가 이 카페를 보자마자 바로 들어간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어떤 문구점을 향하던 길이었고 로버트 드니로 영화제의 티켓예매를 할 계획이 있었다. 문구점과 영화관은 지척에 있었고 영화관은 그룹 행사로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있어서 들어갈 수 없어 발을 돌리던 차에  금세 지나쳤던 이 카페가 생각나서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이 사진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에 마주보고 있던 연인이 키스를 한것이지 저 장면을 찍으려던것은 아닌데 카메라 셔터를 감지한 저들에게 순간 미안했었다. 그리고 카페로 들어섰다.  





꽉 차있던 테이블. 하지만 앉을 곳이 널려있던 이 카페.  하지만 아무도 앉지 않았던 정원 가장자리 바닥에 앉기로 했다. 앉을 자리가 있었더라면 혹시 간단한 디저트라도 먹었을지 모르겠다. 이날은 커피 한잔만을 마셨다. 중정을 둘러싸고 여러 상점들이 있었는데 따로 눈여겨 보진 못했다. 태양이 한가득 내리쬤고 밝은 얼굴로 중정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맛있어보였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전 날 식당에서 남겨온 티벳 모모와 여전히 남아있던 케밥 고기와 샐러드 쌈을 아침으로 먹은 상태였기때문에.  

 



벽돌장식을 붙인것이 아니라 벽돌로 만들어진 창틀을 끼운것 같은 느낌이다. 톡톡톡 치면 쏙 빠질것 같은 느낌.





드디어 카페에 들어왔다. 친구는 이 카페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보았다. 전전날 카페에서 진하고 걸쭉한 아메리카노라고 이름 지어진 옅은 에스프레소 두샷 정도의 진정한 블랙 커피를 맛본 후 (http://ashland.tistory.com/548)  늘상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아닌 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것이다.  나는 이날 라떼에 샷을 하나 더 부탁해서 마셨는지 두잔의 에스프레소에 조금의 우유를 부탁해서 마셨는지 아무튼 뭔가를 부탁했고 추가로 돈을 지불하진 않았다. 우유를 부탁한것 같다. 커피를 다 추출했을때 부탁을 하는 바람에 스팀 밀크가 아니라 그냥 차가운 우유인데 상관없겠냐고 물어오던것이 쓰다보니 기억이 난다. 이 사진은 커피 가격을 찍은것 같은데 정작 커피 가격은 정확하게 안보이지만 에스프레소 가격이 2.2유로 더블샷이 3유로정도 였을까. 이 가격은 베를린에서도 비싼축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의 커피 가격에 비하면 정말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앉을 공간과 분위기가 넉넉하니 테이블 회전율이 높지 않을거다.  이 카페는 항상 붐비는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맛있었던 더블아이라는 카페의 에스프레소 가격은 1.5유로였다. 그리고 모두 다 길거리에 서서 커피를 들이켰다. 





저런 볶은 커피 콩도 한봉지 정도 사왔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지금 든다.  7킬로 기내 반입용 트렁크만 들고 타는 비행기 티켓이긴 했지만 보딩패스까지 프린트해간 상태라 아무도 짐의 무게 따위는 재지 않았다. 물론 여행가방이 워낙에 작아서 들어갈 자리도 없었지만. 그래서 안샀을거다. 게다가 친구는 집에서 커피를 끓여먹지 않았다. 베를린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커피콩을 사서 아침에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서 마실 수 있었겠지만 집에서는 오히려 5봉지 정도의 터키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가서 먹을 커피를 좀 더 여러 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에스프레소 값이 3유로에 육박하는 곳들은 대개 이런 원칙있는 인테리어를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것 같았다. 별다른 감흥은 없다. 





이 카페는 옅은 파랑색 잔만 사용했다. 정원 바닥에서 앉아서 마셨기에 잔을 깨면 어떡하나 싶어 일회용 컵에 주문하는 바람에 저 커피잔은 만져보지 못했다.  





커피가는 소리 커피 찌꺼기 털어내는 소리 스팀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베를린 카페에는 어딜가나 저런 커다란 사각 케잌들이 한 두덩어리씩 있었다. 한국에서도 리투아니아에서도 그 이전의 여행지에서도 보지 못한 규격인데. 조각 케익을 팔기보다는 저렇게 큰 케잌을 정말 큼직하게 한 조각씩 잘라서 팔았다. 이탈리아에서 길다란 사각형의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구워서 원하는 만큼 잘라서 파는 피자를 봤을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접시에 담겨진 케익을 보면 정말 한조각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싶었다. 7년전인가 베를린에 갔을때 빵집의 빵과 케익들이 너무 맛있었어서 이번에 여행을 가면 커피 한잔에 반드시 케익 한조각을 먹고 독일식 베이킹 책까지 사올 생각을 했었는데 왠걸 케익이 그렇게 많이 땡기지 않아서 저런 케익도 결국 먹어보지 않았다.





이 카페 이름을 떠올리고 있자면 축구구단 이름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베를린에서 자체적으로 로스팅을 하는 카페들은 벽돌을 부숴놓은것 같은 거친 질감의 흑설탕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 카페에서는 그냥 일반적인 흑설탕이 놓여져 있었다. 





무슨이유로 굳이 하늘색을 사용한것일까. 물어보고 싶다. ㅋ





이것이 아마 커피 값을 지불하려고 올려놓은 동전같은데 4.8유로다. 뭔가 계산이 안맞는데. 난 더블 에스프레소를 마신것이 아닌가 보다.  다음에 가면 아침을 거르고 가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며 커피 두 잔 정도를 마시고 오면 좋을것 같다. 친구가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마셨고 그 이후로 곧 잘 카페에선 에스프레소를 마시게된 계기가 된 카페여서 기억에 남는다. 바닥에 앉아서 중정위에 고스란히 고인 하늘을 바라봤던 기억, 내리쬐는 햇살에 선글라스를 끼고 선글라스를 폰에 댄채 필터삼아 사진을 찍던 친구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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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2017.06.30 09:00




콘서트 표를 찾았고 커피도 마셨고 몇장의 엽서도 샀다. 이제 편안하게 앉아서 엽서를 쓰며 땀을 식힐 수 있는 카페만 찾으면 된다.  이날은 오후 8시 넘어서 엠비언트 콘서트를 볼 계획이 있었는데 같이 콘서트 장소가 있는 동네로 갔다가 친구가 볼일을 보고 콘서트 시작 후 합류하는것으로 일정을 짰다. 이 카페는 콘서트가 열린 클럽 Berghain 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다.  메르세데츠 벤츠 아레나가 보이고 따지고 보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도 멀지 않은 장소인데 역에 내려서 걷다보면 꽤나 외진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콘서트 장소를 찾아내고서도  버려진 공장 같은 그 건물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댔다.  사나운 개 한마리가 잠들어있는 건물 1층에 온몸에 문신을 한 용접 마스크를 쓴 아저씨에게서 여기가 맞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저녁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카페는  Comenius platz 라는 공원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늪의 분위기를 풍기는 고인 햇살로 가득한 폐쇄적인 공원이었는데 선탠을 하는 사람, 가발에 머리 심는 작업을 하는 사람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는 <빅 레보우스키>의 존 굿맨보다 좀 덜 뚱뚱하고 온순한 느낌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았다.  카페 이름 때문일까. 소브착이라는 극 중 그의 러시아 성도 뒤따라 떠올랐다.  그의 독일어를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우리의 영어를 그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는 존굿맨처럼 불같이 화를 내지 않았다. 아 생각해보니 존 굿맨이 사나운 캐릭터는 아니었던것 같다. 단지 얼빵한 스티브 부세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칠게 다가왔던것뿐. 아 어쩌면 카페 주인 아저씨는 몸집이 좀 컸다뿐 스티브 부세미에 가까워보였다. 문득 스티브 부세미는 요새 뭐하지 싶어 검색해봄. 여전히 살아서 연기를 하고 계셨다. 




레아 공주가 쾌변의 뮤즈로 활동하고 계시던 바로 그 카페이다. 남자 화장실에는 어떤 그림이 붙어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지 않은거라면 아마 별볼일없는 스티커였을거라고 생각한다. 레아 공주에 맞설려면 츄바카 정도는 되어야 했을까. 츄바카는 혹시 여자는 아니었을까? 





빌니우스 같은 경우 여름에 날씨가 더우면 카페 내부에는 사람이 없다. 베를린도 왠지 비슷할거라 생각한다. 날씨의 흐름이 베를린과 빌니우스가 거의 유사하다. 에어컨이 없는 카페나 식당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노천으로 나가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존 굿맨 아저씨도 음료 주문을 받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앉아서 지인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문 근처에 앉아계시는 분이다. 




이 카페에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너무 더웠고 카페의 노천 테이블에는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으며 내부로 들어가기는 더 싫은 마음이 있었다.  나중에 주인 아저씨가 충전기를 빌려줘서 전화기를 충전하러 들어가긴 했지만 이제는 더운 날씨에도 바깥에 있는것을 즐기는 습관이 자리잡은것 같다.  상대적으로 습기가 적으니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더위가 가시기도 한다.  일조량이 부족한 유럽이니 비춰준다고 할때 마음껏 비타민D 를 빨아들여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내가 마신 음료수는 독일의 국민 음료라고 할 수 있는 프리츠 콜라 (Fritz cola) 이다.  독일의 카페에서 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구경하기 힘들다. 전부 프리츠 콜라 아니면 클럽 마떼 (Club mate), 보스톡 (Wostok)  같은 음료들을 판다. 프리츠 콜라는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도 취급하는 음료이다.  대략 4년전쯤에 병에 그려진것과 정말 비슷한 남자 두명이 판촉을 위해 식당에 들렀다.  콜라처럼 카페인이 있지만 카라멜 시럽같은 인공 원료 대신에 각종 과일로 맛을낸 차별화된 청량음료인데 그 맛의 수가 다양해서 어떤 맛을 식당에 들여놓을지 고민했던적이 있다.  커피맛 콜라, 오렌지맛, 멜론맛, 체리맛, 사과맛이 우리 식당에 있고 내가 이번에 베를린에서 맛본것들은 루버브, 블랙커런트 같은것들이 첨가된 것들로 다양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 프리츠 콜라 담당직원이랑 메일을 몇차례 주고 받았는데 역시나 그도 이 음료를 독일의 내셔널 드링크라고 표현했다. 프리츠 콜라는 독일의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서 물어보니 아직까지 빌니우스에서는 상점에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맛본 프리츠 콜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니 자기들도 모든 종류의 맛을 구비하고 있으니 식당에 다른 맛을 시도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어쨌든 독일의 거리거리 이 음료수 병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 정말 많다.  이 음료수는 함부르크 출신 남자 두명이 개발해낸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음료수 병속의 남자 둘처럼 베를린의 카페에도 식당에도 남자둘이 커피를 마시거나 다정하게 식사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이 꼭 연인들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오손도손 수다를 떠는 여자들의 모습보다는 친근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남자들을 마주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것 같다. 베를린의 힙스러움을 증폭시키는 요소중 하나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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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6.24 09:00




베를린에서의 첫 카페.  도착 다음날 아침, 친구가 예매해둔 콘서트 표를 찾기위해 Kreuzberg 의 Kottbusser Tor 역으로 갔다.  표를 찾고 나와서 길을 걷는데  눈에 띄는 거울 재질의 입간판이 건물 안뜰을 가리키고 있었다.  베를린에 건물 중정을 널찍하게 사용하는 괜찮은 카페가 많이 숨어있다는 이야길 듣긴 했지만 첫날부터 우연히 발견하게 되서 느낌이 좋았다. 이 카페는 Voo 라는 편집샵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아침이어서였는지 비교적 한가했다.  쓰레기 컨테이너와 자전거들이 일상적으로 어우러진 모습은 전형적인 베를린 주택의 뒷마당 풍경이었다. 야외에 테이블이나 의자가 신경써서 가득 준비되어 있지 않은것이 오히려 소탈하게 다가왔다.  편집샵의 옷이나 소품들의 가격이 상당했는데 구석 카페의 캐주얼함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 한명이 혼자 일하고 있어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옷이며 물건이며 책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이런 상점들의 시크하기 그지없는 고가의 옷들은 보세옷가게나 벼룩시장에서 헐값에 구할 수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기대와 함께 외면하곤 한다.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카페와 편집샵의 미묘한 경계라고 할 수 있는 계단 근처 벽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던 잡지들이었다.  벽속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같은 시기에 잡지 표지 모델이 된 우연일뿐이겠지만 틸다 스윈튼이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소피아 코폴라 같은 개성있는 인물들이 전부 왠지 베를린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뉴욕 출신의 소닉유스가 뭔가 베를린스럽다는 느낌에 자꾸 생각이 났던 터라 작년에 빌니우스에서 갔던 카페에서 읽은 Reader 속 킴 고든의 인터뷰가 떠오르기도 했다. (http://ashland.tistory.com/447) 베를린의 첫 커피를 마신 이 날 그 잡지속에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모나리자처럼 이 방향에서도 저 방향에서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곳에 혼자 오게 된다면 먼저 옷들을 둘러보고 커피를 주문하고 이 잡지들중 한권을 골라 의자에 앉게 될것 같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하고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는 스툴 몇개가 놓여있는 바깥으로 나갔다. 




저렇게 칠이 다 벗겨진 공간이어도 좋으니(아니면 굳이 칠이 벗겨져 있기때문에) 딱 저 정도 크기의 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 떼굴떼굴 굴러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오만과 방종의 온상.  빛은 저 창문의 반 정도만 가로로 길게 들어오면 될것 같고 커피 머신은 2인용이면 될것 같고 책상도 필요없이 미니 싱크대가 놓인 아일랜드 하부장을 제거해서 편안한 의자 두개를 넣고 내가 가진 물건들을 다 놓으려면 직원 뒤로 보이는 저런 가구 하나면 될것 같고. 신발은 바닥에 늘어놓으면 되고 옷은 별로 있지도 않으니깐 상자 두세개에 구겨넣고 하면 벽에 거울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넓어보이는 이 공간의 반정도 되는 공간도 충분할것 같다. 어떤 도시가 좋아지면 그곳에 한번 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것처럼 마음에 드는 공간들은 그 공간이 품을법한 나의 단순한 일상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빛이 아낌없이 들어오던 그러나 그 빛을 과감히 사양하고 밖으로 나갔어도 한가득 고인 직사광선속에서 뜨겁고 차가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이 카페의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편집샵에서 카페로 연결되는 저 계단이 결정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베를린의 여러 카페들중에서 이만한 공간을 확보했던 카페들은 빛의 기근에 시달리던가 빛으로 충만했던 카페들은 오히려 가파른 다락방같은 광활한 2층을 가졌음에도 짓눌린듯한 느낌을 주던가 커피가 가장 싸고 맛있었던곳은 앉을 의자는 물론 걸터앉을 땅바닥도 모자라 선채로 커피를 마셔야했다. 다 가질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커피들이 약간의 결핍을 지니듯 모든 카페들이 저마다의 특성과 모자란 구석으로 꽉 채워져 있다.   





친구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얼음이 채워진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이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내가 빌니우스에서 간혹 먹는 그 블랙커피와 거의 동일한 커피였다. 그 후 다른 카페에서 친구가 아메리카노를 몇번 마셨지만 더 이상 이런 아메리카노는 구경할 수 없었다.  물을 많이 부어 싱거울대로 싱거워진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에스프레소 두잔 보다는 좀 더 묽지만 여전히 크레마가 감도는 이 커피를 친구도 마음에 들어했다. 친구가 며칠후 다른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처음 시도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이 날  조금은 쓰고 진했던 이 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마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작 토닉 에스프레소의 맛은 기억이 안난다. 그냥 차가워서 너무 좋았다는것. 좀 달게 마시고 싶어서 설탕을 섞으러 들어갈까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마셨다는것만 기억이 난다.  베를린의 카페들은 직원이 충분치 앉아 보이는 상황에서도 카페에서 마실 거면 주문을 받으러 갈테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던가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을 해도 친절하게 커피를 가져다 준다. 그것은 참 의외였다.  과도한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서  힘이 쫙 빠진 세련된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 허겁지겁 냉장고문을 열어 뭘 대접할지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하고 있던 일을 서서히 마무리 지으며 와인병을 들고 다니며 우아하게 와인을 따라주는 여인의 여유가 느껴졌다고 할까.  사실 베를린에 있는 동안 전반적으로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웠기에 설사 어떤 불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했더라도 나름의 개성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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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3.10 00:41



(Seoul_2017)


어제 티비에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라오스의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체구의 사람들이 질퍽한 진흙탕길을 걸어 들어가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빽빽한 커피 나무 숲에서 허리춤에 큰 광주리를 차고 하루종일 커피 열매를 딴다. 여인들은 울긋불긋한 커피 열매를 채반에 넣고 근처 개울에서 흔들어 씻으면서 쓸만한 콩들을 분류해 햇볕 아래에서 말렸다. 골고루 잘 마를 수 있도록 몇십번을 뒤집으며 또 분류해서는 자루에 담아 작은 트럭에 싣는다. 갑자기 내린 비로 여기저기 움푹 패인 1 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움직이는데 다들 밀고 끌며 급기야는 바퀴가 걸린 트럭을 견인하러 다른 트럭이 도착해서야 긴긴 작업은 끝이났다. 말린 콩은 장작위의 커다란 드럼통속에 넣고 장작을 지피고 물로 불세기를 조절하며  2시간 가량 뜬눈으로 볶는다. 다행히 드럼통은 기계 엔진으로 돌아갔다.  50세 나이의 남자는 경력이 40년이었다. 방송은 힘들게 일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착취당하거나 하는 사람들의 자기연민을 조명하진 않았다.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나름의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저렇게 평생을 커피나무에 붙어서 손이 부르트도록 커피열매와 씨름하는 그들에게 커피 한잔을 어떤 의미일까. 유명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려면 하루 일당의 반을 써야하는 그들에게 커피가 꼴도 보기 싫은 지긋지긋한 어떤것이면 어쩌지. 비록 반토막이 나고 화해도 타협의 여지도 두려고 하지 않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나라여도 최소한 커피 한잔 마시는 호사를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이곳에서 태어난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하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때 드디어 그들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오정 머리 보다 더 길고 깊은 잠자리채 같은 천 필터속에 스스로 따고 씻고 말리고 볶고 분쇄한 원두를 가득넣고 라면 네개는 족히 끓일수 있을것 같은 투박한 냄비에 펄펄끓는 소나기 같은 물로 커피를 내리고는 깡통을 뜯어 연유를 부어 섞었다. 작고 투명한 유리컵 속의 커피는 진흙탕에 고여있던 물색깔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달콤했으리라. 





사진속 카페는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의 카페인데 이번에 우연히 발견해서 2번을 더갔다. 나중에 왔을때도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카페를 발견하고 가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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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1.24 01:06


(Seoul_2017)


을지로의 이 카페는 홍콩 가기 전 홍콩 카페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친구랑 남산 한옥 마을을 구경하고 커피 마실 곳을 찾다가 생각보다 충무로에서 을지로가 멀지 않아서 친구 모바일에서 길찾기를 켜고 찾아갔다. 가는 길에 자주갔던 명보 극장이 나왔고 개관작인 트루 라이즈를 보려고 긴 줄을 섰었던 을지로 3가역으로 이어지는 그 길을 쭈욱 걸었다.  명동성당에서 백병원을 지나 명보 극장으로 이어지던 길, 종각의 씨네코아에서 명동 성당으로 이어지던 길은 영화를 볼 때 빼고는 걸어 본 적이 없는 길이다. 극장을 지나쳐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이곳이 홍콩의 어딘가를 연상시킨다고 했던 블로거는 아마도 이곳에서 화양연화나 2046 같은 영화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카페가 위치한 좁은 골목과 을지로 특유의 공업적이고 사무적인 분위기도 그랬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의 커피콩 볶는 소리에 대한 대답으로 반대편에는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의 타자 소리가 들릴것도 같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내부는 넓었고 테이블 배치가 개방적이었다.  홍콩의 어딘가라고 했을때 난 오히려 벽에 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양조위와 장만옥, 장학우와 유가령등의 밀착된 모습을 얼핏 떠올렸던것 같다.  계절메뉴에 팥빙수와 함께 뱅쇼와 상그리아가 보였다. 이 카페가 겨울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아마 지금이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글쓴이는 여름에 이 카페를 갔던것일지도 모르겠다. 





주문을 하고 한참이 지나도 내 주문이 안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래서 저 주문지가 혹시 날아가면 어쩌지 좀 지켜보고 있었다. 






골목이 그렇게 좁았는데도 이곳엔 바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골목 끝에서 시작되는 길에는 백반집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러 들어갔지만 점심시간이 지나서 마땅한 반찬이 없다고 다음에 오라며 미안해 하셨다. 식당 한 가운데에는 노가리 같은것을 놓고 술을 드시는 어른들이 계셨다. 





커피 한약방이라는 이름때문인지 자연스레 구스반산트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가 생각났다.  헤더 그레이엄이 약물과용으로 죽자 맷딜런이 천장에 난 뚜껑을 열고 시체를 숨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카페의 화장실 가는 계단을 오르며 삐걱 소리가 들리자 별로 단단해 보이지 않는 천장이 시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조마조마 하며 보던 기억이 났다.  실수로 죽인 남자를 엘레베이터까지 낑낑대며 옮기는 언페이스풀의 리차드 기어도 떠올랐다.  죽은 사람의 무게도 무게지만 시체를 옮긴다는것의 긴장감이 가중되면 그 심리적 부담감은 엄청 날거야.  이 카페는 건물 일층과 맞은 편 건물 이층에 위치해 있는데 아무튼 화장실이 있는 건물 이층 공간으로 올라가면서 쭉 그런 생각을 하고 문을 열었을때 확실히 현실감이 떨어지는 카페의 첫인상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영화적이고 아니면 많이 인위적인 느낌이었다. 





친구가 마신 아메리카노는 마치 검은 융단이 깔린 소파 같았다.  커피의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초콜릿색 휴지통 때문인지 비오는 날의 수채화 노래가 생각났다. 방금 전 떠나온 홍콩의 기억들과 여러가지 기억들이 뒤섞여 비현실적인 느낌에 사로잡혀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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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