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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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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올리브영에서 산 핸드버터인데. 왼쪽 초록계열의 튜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집어서 계산대로 갔다. 무슨 냄새인지 성분이 뭔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끝까지 비교적 남김없이 잘 짜지는 질감의 용기와 색깔이 단지 마음에 들어서. 점원이 '이거 원 플러스 원 행사인데요. 똑같은 브랜드 제품 아무거나 하나 더 가져오세요.' 하는데 난 그 말을 잘 이해를 못하고 '아니요 그냥 이것만 살게요.' 를 세번정도 반복했다. 하나를 더 사면 두번째 제품이 반값이거나 하는 말로 알아들었던것 같다. '아니요. 그냥 같은 브랜드를 하나더 가져오시면 공짜라구요.' 라고 어리둥절해 하며 설명을 해서 결국 다른 색깔 버터를 가져오고 말았다. 저게 하나에 7000원 짜리였는데 난 사실 5000원에 팔아도 좋으니 한개만 사고 싶었다...
미성년의 책갈피 여행지에 가면 마그넷만큼 많이 파는게 책갈피이다. 서울은 이제 나에게 여행지 비슷한곳이 되어버렸기에 이번에 갔을때 도 의도한것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책갈피를 손에 넣게 되었다. 인내심과 집중력 부족으로 책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는 나에게는 사실 많은 책갈피가 필요하다. 이책에도 찔러 놓고 저책에도 찔러 놓고 기억이 안나서 또 처음부터 다시 읽고. 미성년속에서 직분을 다하고 있는 책갈피는 르코르뷔지에 전에서 사온 그의 모듈러 책갈피이다. 연필글씨를 쓸때 또독또독 소리를 내는 빳빳한 책받침같은 질감을 내서 좋다. 그나저나 미성년의 한 부분을 읽다가, 아르까지 돌고루끼가 경매장에 가서 빨간색 가죽 가족앨범을 2루블 5카페이카에 사서 10루블에 판 날인데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 이런 구..
s tiLL Ife 이전까지 난 내가 멋진 풍경화속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유로운 인물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내 전두엽 깊숙한곳 어디쯤에서는 그냥 평화로운 정물화속의 고정된 피사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는것은 어때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누군가가 움직여줘야만 비로소 그때 내게 할당한 빛으로 인해 내 신체의 극히 일부분만이 빛을 발하고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부자유로 획득할 수 있는 영혼의 자유가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타르코프스키의 사진첩 속의 정물들이 너무나 자유롭고도 생동감있게 움직인다. 금방이라도 구를것같은 양파. 물병을 헤엄쳐나와 공기중으로 사라질것만같은 꽃다발.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한 빛은 곧 자리를 옮겨가겠지만.
르코르뷔지에_빌니우스의 롱샹성당 (Vilnius_2017) 가장 자주 걷는 길인데 항상 보던 이 건물이 오늘은 퍽이나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어딜봐서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 눈엔 매우 몹시 그렇다. 실제 롱샹성당의 둥그스름하고도 오묘한 카리스마는 분명 없지만 그것을 누그러뜨린 직선의 형태로. 언제일지 모르지만 꼭 가게 될것 같은 공간. 가야하는 공간. 매일 지나다니면서 이곳에서 묵념을 해야겠다.
미드 Stranger Things 봄. 최근에 본 재미난 미드. 8부작으로 비교적 짧아서 이틀에 걸쳐 보았다. 오랜만에 본 가족 드라마라고 해야하나. 다채로운 세대별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강력한 소재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포진되어있었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각자의 마음속에서 서로 다른 기억을 건드리며 회상에 젖고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드라마인데 물론 미국 드라마이니깐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80,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당시 방영되었던 티비 외화나 아동용 어드벤쳐 영화들에 조금이라도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슴이 콩닥콩닥해질 수 있는 드라마였다. 어둠속에서 자전거의 전조등이 켜진채로 멈춰서있는 포스터속 꼬마들의 모습에서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이티의 명장..
선물받은 식물 휴가를 맞이하여 시골 본가에 다녀 온 친구가 가져다 준 것들. 한 손에는 개를 끌고 한 손에는 저 종이 봉지를 들고 얼굴에 함박 웃음을 안고 나타났다. 크기가 다양한 토마토와 짧은 오이 한개 그리고 바질과 세이지. 3주 휴가 동안 1주일 내내 엄마랑 밭에서 일했다고 평소보다 더 피곤하다고 투덜댔지만 대충 틀어 올려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아직 가시지 않은 시골 공기의 청량함이 느껴졌다. 남은 휴가의 1주일은 집에서 좀 쉬어라고 말했지만 캠핑가는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곧 다시 떠날거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여름을 보내는 방식이란것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더 피곤해지지만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삼은 이들은 그 짤막한 순간을 완전한 방전, 쉼이라고 느끼는것 같다. 나는 그럴 수 없을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그래도 나..
아마존 프라임 회원비 환불 받기 두달전에 선물로 아마존에서 책을 몇권 샀다. 책값은 계산됐고 책도 받았는데 한 참 뒤에 계좌에서 100달러 상당의 돈이 빠져나간것을 발견했다. 선물 산 후에 다른 주문을 넣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체크카드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아서 주문이 자동적으로 취소되었는데 그것이 오류를 일으킨것인지 싶어 아마존 페이지에 들어가서 취소된 주문 목록을 확인해도 이미 가격이 지워진 상태라 총 금액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애꿎은 판매자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부탁하는 메일을 넣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제히 아마존 측에 문의해보라는 답변을 보내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카드 결제 창을 재차 들여다보니 결제 내역의 '프라임'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그것은 주로 배송 종류를 체크할때 아..
하늘을 향한 스테인드글라스 체리사과주스+베르무트 (버무스라고도 하던데 개인적으로 베르무트의 어감이 훨씬 좋다). 베르무트 자체가 달고 주스도 달아서 엄청 달다. 마트에 가면 많은 종류의 베르무트가 있는데 보통 길쭉하니 투박한 병에 담겨있다. 세일을 해서 3유로 하길래 한병 샀다. 사실 그냥 얼음을 넣어 먹는것이 가장 좋은것 같지만 재밌게 (?) 마시고 싶을때 안먹어본 주스랑 섞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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