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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7.03.04 Maggie's plan_ Rebecca Miller_2015 (2)
Film2017.09.10 08:00



Fargo_1996


파고 Fargo 시즌 3 이 끝났다.  한때 코엔 형제를 많이 좋아했었다. 특히 파고는 학창시절에 비디오 테잎이 아닌 스크린으로 본 유일한 그들의 영화이기도 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파고는 그냥 정말 재밌고 웃긴 영화였다.  영화속에서 목격자들이 범인 스티브 부세미의 신상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그냥 웃기게 생겼어요, 그냥 웃겨요' 라고 말하는 딱 그 식이다. 그냥 웃긴 영화이다.  어쩌다 영화가 저런식으로 진행이 되는것이고 어쩌다가 평범한 주인공은 또 꼼짝없이 나락에 빠지게 되는것인지 처량한 주인공의 인생을 되돌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나쁜 놈들은 또 그들의 사정이 있어서 저렇게 나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모두에게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키는 전개, 선량하고 평범한 이들에게 피스톨을 쥐어주면서 과연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를 되묻는 블랙 코미디의 전형, 그 파고를 모티프로 한 드라마라니, 그런 발칙한 드라마가 있을 수 있다니 라는 미심쩍은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3년째, 벌써 시즌 3을 마쳤다.  파고 시즌 4가 방영 될지는 지금으로썬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무수한 뱀파이어 장수 미드들의 장황한 시즌들을 습관적으로 해치워 나가다보면 언젠가 또 생각지도 못한 배우를 내세우고 내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시즌 1)


이 드라마는 사실상 코엔 형제의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라고 해도 좋을것이다.  특히 <블러드 심플>을 시작으로 <그 남자 거기 없었다> 로 이어지는 그들의 데뷔작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 말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볼만했다. 그래서 사실 코엔 형제의 그 옛 영화들을 보지 않고 이 드라마를 보는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드라마를 봤다면 성지순례 차원에서 이들의 옛 영화들을 찾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나마 이 측은하고 악랄한 등장 인물들의 계보가 파악될것이고 불쌍한 놈들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것에 묘하게 안도하게 될것이며 '결코 너의 잘못은 아니다, 단지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다' 라는 눈초리로 서로를 물고 뜯는 등장인물들에 빨려들게 되며 결국엔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정신 차리자 라는 값지고도 엉뚱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들 드라마 곳곳에는 이전 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시즌과 시즌을 교묘하게 연결하고 있는 장치들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장면 장면에서 코연 형제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들이 드라마의 결말을 예견하는 가장 강력한 복선이 된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는 논리적으로 설명해내기 힘든 상황들이 많은데 그들이 설정해놓은 상황 자체가 비논리적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그 상황의 얼개가 되는  인과관계를 한 두 번 정도 비틀어서 묘사하기를 즐기고 혹은 아예 그 과정을 생략해버리기 때문이다.  '왜 굳이 저 장면이 필요했을까?' '이 장면은 왜 또 나오는 거야' '저 남자 지난 시즌에서 죽은거 아니야?'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을 납득하게끔 설명하려면 수업시간에 뒷문으로 나가서 복도에서 방귀를 뀌고 앞문으로 들어 오던 수학 선생님의 행위, 버스 앞 좌석에 앉은 모르는 사람의 등에 붙은 머리카락을 무심코 떼어버리는 행위, 자판기 커피가 동전을 먹지 않았는데 커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내야 할것이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어 질 수 있는 상황들 이겠지만 그것의 앞 뒤 부연 설명을 동강내고 그냥 황당한 상황 자체로 놔뒀을때 비로소 하나의 웃긴 풍경이 되는 것이다.  



The Big Lebowski_1998


세상 모든 것은 전부 연결 되어있다 라는 논리와 너에게 벌어지는 일 들이란 결국 우연이다 라는 극단의 논리를 용감하게도 동등하게 배치한다.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어어어어 이거 왜 이러지 하고 수렁으로 빠져드는 등장 인물들의 정해진 운명, 알리바이를 계산하고 치밀한 범죄 계획을 세우는 법을 모르는 순진한 주인공들의 말초적인 욕망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 우리는 다 아는 상태에서 관조한다. 코엔 형제의 문법을 따라 가려는 의지로 인해 때로는 지나친 직역으로 가득 찬 외국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때도 있었고 그 문법에 속박 당하지 않기 위해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현학적이 되었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감독과 그들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깊은 공감과 애정을 숨기지 않는 이 드라마가 어쨌든 좋았다.  전혀 친해 질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같은 뭔가를 너무 좋아하는것을 알게되고 밤새도록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면 정확할 것이다. 코엔 형제 자신이 드라마의 제작에 참여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것은 그들을 숭배하는 이들이 해낼 수 있는 가장 방대하고 시시콜콜한 작업이었다.  게다가 나는 그냥 앉아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됐다.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으랴. 




(시즌 1)


시즌 1은 아무래도 드라마의 이후 제작 자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다보니 큰 모험을 하지 않은듯 영화 파고의 큰 구조를 그냥 따라갔다. 시즌 1이 시즌 2 나 3 특히 시즌 3처럼 진행됐다면 아마 시즌 2는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즌 1의 호빗 아저씨 마틴 프리맨은 누가봐도 영화 파고의 자동차 세일즈맨 윌리엄 H. 메이시를 떠올리게 한다.  남편이 잘나가는 동생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는것을 알면서도 항상 더 큰 패배감을 안기는 아내의 무시속에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보험 판매원 레스터, 어쩌다 아내를 죽이고 끔직한 청부 킬러 빌리 밥 손튼을 만나고 설상가상으로 꼼꼼하고 성실한 여자 경찰관에 걸려들면서 모든게 꼬여버린다.  부유한 장인의 자동차 가게에서 월급을 받는 자동차 세일즈맨은 아내가 모르는 개인적 부채까지 떠안고 궁지에 몰리자 사람을 고용해 아내를 납치하고 장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낼 음모를 꾸미고 엉겁결에 살인 사건에 연루되며 역시나 시골의 부지런하고 야무진 임신한 여자 경찰관 프랜시스 맥도만드와 맞닥뜨린다.  평소에 범죄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모자른듯한 그들의 신변을 대신 비관하며 죄를 저지른 주인공들을 처량하게만 생각하기에는 그들은 어쨌든 나쁜짓을 한 엄연한 범법자이다. 나쁜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법이다. 그들은 이미 한 배를 탄것이다. 




(시즌2)


이들은 약간 케이스가 다르다. 이들의 살인은 엄연한 실수 였다.  하지만 그들은 물론 실수를 결국 범죄로 승화 시키고 만다. 아내는 실수로 차로 사람을 치었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정육점 직원인 남자는 한밤중에 시체를 고기 분쇄기에 넣어버린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함께 간다. 대책없는 미네소타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들은 때려주고 싶을 정도의 어눌함을 보이지만 딴에는 치밀하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며 현대판 보니앤 클라이드가 된다.




 (시즌 3)


항상 그랬듯 누가 등장하는지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즌 3도 보기 시작했다. 1회가 한참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난 이완 맥그리거를 알아 차리지 못했다. 시즌 3을 이끌어가는 가장 가련한 인물. 앞머리가 한창 벗겨진 가석방 보호 감찰관과 지역 주차장 거물이 된 곱슬머리 갑부, 형제의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 시즌 1의 호빗 아저씨와 시즌 2의 뽀글 파마머리 커스틴 던스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특히 시즌 3의 이완 맥그리거는 <그 남자 거기 없었다>의 이발사 에드 크레인, 빌리 밥 손튼을 원형으로 한 캐릭터이다. 항상 마지막 열쇠를 돌리지 않아서 내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인가 하고 자조하면서 욕조에 누워있는 마누라의 (프란시스 맥도만드) 다리 제모를 도와주는 그는 결국 그 열쇠를 야심차게 돌려버리고 남은 인생을 말아 먹는다. 




The Man Who Wasn't There_2001


결과가 어쨌든간에 그것은 실행한 자의 몫이라는 메세지를 웃기고 슬프게 전달하는 영화 그리고 이 드라마.  가석방 보호 감찰관 이완 맥그리거는 자신의 죄수를 사랑하는 순정남으로 약혼녀에게 결혼 반지 살 돈을 빌리러 부유한 쌍둥이 형제한테 갔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하자 팜프파탈 약혼녀와 아주 깜찍한 범죄를 계획하지만 그의 사주를 받은 또 다른 그의 가석방 죄수는 하라는 우표 훔치기 도둑질은 안하고 엉뚱한 사람을 죽여버리면서 역시나 일은 꼬인다. 



(시즌 3)


바로 이 여자.  이전의 코엔 형제의 영화에도 이런 캐릭터는 없었던것 같다. 불륜 관계의 상사와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백화점을 말아 먹으려는 <그 남자 거기 없었다>의 프랜시스 맥도만드가 떠오르긴 하지만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쓰고 속세에 미련을 버린듯 '내 탓이요'의 자포자기 상태로 일관하던 그녀와는 반대로 이 여자는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도 심지어 퇴폐적이었고 이런 잡초 같은 여자 캐릭터로 인해 한 번쯤은 딱한 주인공이 구제되는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게 했던 배역이었다. 그리고 1편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난 헌신적인 벙어리 카우보이는 엉뚱한 지점에서 나타나 거의 빈사상태였던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한 팀이 된다. 주어진 나쁜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이 캐릭터의 원형은  아마 <파고>와 <빅 레보우스키>에서 활약했던 영어 잘 못하는 악당 피터 스톰메이어 일것이다.   



(시즌 3)


영화 파고는 남편의 영화에 크고 작은 배역이든 꾸준히 출연하던 프란시스 맥도만드가 눈밭을 활보하며 범인 찾기에 여념없는 임신한 시골 경찰관을 연기하고 오스카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래서 드라마속의 여성 경찰들의 캐릭터도 비중있게 그려진다. 시즌 1 에서는 임신한 여경찰 그대로 였고 시즌 2에서는 남자 경찰들이 등장한 대신 부인이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거나 시즌 3 에서는 동성애자인 전 남편을 둔 싱글맘 여경찰이 등장한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동성애 코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집착도 코엔 형제의 전매특허이다.  이 경찰관들은 치밀하지 못한 범인들이 곳곳에 남겨 놓고 간 뻔한 단서들을, 그러나 남자 경찰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버리고 귀찮아 하는 그 명백한 단서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캐릭터로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들이 동료들의 부러움과 격려를 받으며 사건 해결의 선봉장이 되어 카리스마 있게 수사를 진두 지휘 하는것도 아니며 녹초가 된 범인들을 마주하는 풋풋함으로 드라마가 끝나는것도 아니다. 이들은 연방 수사국이 경계해 마지 않는 사건 해결에 엄청난 기지를 발휘하는 천재적인 꼴통 경찰관도 아니고 그냥 정말 성실한 평범한 경찰관들이다. 이런 경찰 캐릭터들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범죄자들의 위치와 신세를 더 처량하게 만든다.  이들이  '내가 너 같은 쓰레기들 한 두명 본게 아니야' 라는 경찰들의 단골 대사를 내뱉는다면 몹시 어색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들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드라마를 찍어도 될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의 도시이기도 하고 범인들은 쓰레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한 표정으로 금세 번복할지도 모르는 뻔한 거짓말을 내뱉는것이다.   그리고 이 아저씨.  <트윈픽스>에서 에이전트 쿠퍼를 시골 마을로 초빙하게 만드는 살해 사건의 희생자 여고생의 아버지로 딸이 죽고 결국 미친채 죽어버리고 마는 이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서 <빅 레보우스키>의 콧수염 미남 할아버지에 빙의해서 바 앞에 앉아 있다. 



The Big Lebowski_1998


바로 이 할아버지. 영화에서는 아마 이름도 없이 그냥 Stranger 로 나온다.  사실 시즌 3 에서의 저 캐릭터의 재등장과 저 배우의 캐스팅은 뭔가 코엔 형제가 당신, 데이비드 린치의 똘끼에 동지애를 느껴요 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트윈 픽스에서의 이 아저씨 캐릭터만큼 현실적이고 수긍할만한 캐릭터는 없다.  딸이 죽었으니 미쳐버린것이다.  근데 이 드라마에서 그는 오히려 상상속의 인물이고 초현실적인 인물이다. 그가 이 영화에서 트윈 픽스에서 미쳐버린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되돌아 갈 수 없는 강, 앞으로 계속 걸어도 안개 투성이인 강을 피투성이가 된 채 건너고 있는 등장 인물들 앞에 나타나 뜬 구름 잡는 소리들을 하고 나면 등장인물들은 마치 구원을 받은듯 환생 한 듯한 표정을 하고 바를 빠져나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트윈픽스와 파고라는 작은 도시에서 뜻밖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주민들 모두가 조금씩 연결되어있는 구조들은 흡사하다.  시즌 1의 여경찰은 퇴근 후에 아빠가 운영하는 동네 카페에 가서 도넛을 먹곤 했었다. 축축하고 을씨년스러운 트윈 픽스를 그나마 조금 따스하게 느끼게 해주던것도 항상 도넛과 보온병 커피였는데. 너무나 재밌게 본 파고를 기억하고 싶어 주저리 주저리 결국은 뜬금없이 도넛 이야기로 마무리. 



Twin Peaks_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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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7.08.09 09:00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 사이의 채울 수 없는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어릴때 실수로 탄 기차로 인해 집에서 1600킬로미터나 떨어진 캘커타로 튕겨져나와 결국은 바다 건너 호주로 입양되는 인도 소년에 대한 이 영화는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그가 다시 인도로 돌아와 잃어버린 가족과 조우하고 자신의 이름이 '사루' 가 아닌 사자라는 뜻의 힌디어 '셰루' 라는것을 알게되는 과정까지를 다룬다.  뭔가를 기억한다는것은 때로는 채워넣으려는 욕구, 결핍에의 대항과 닮은면이 있다.  사루가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던것은 혼자가 된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얼마되지 않았던 작은 세상을 되새김질한 결과이다.  마치 꿈을 꾸고 난 직 후 점차 형체없이 사라지는 이야기들을 붙들어보려 몸부림을 치는것과 다르지 않다. 석탄을 훔쳐서 되바꿔온 우유를 온 가족이 함께 나눠먹던 기억, 곧 오겠다던 형을 하염없이 기다렸던 한 밤중 텅 빈 기차역에 대한 기억이 점령한 세상속에서 그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더 이상의 유사한 기억들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깡그리 잊어버리거나 영영 잊어버리지 못하게 된다. 과거의 조각들로 하여금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구멍난 현재를 채우게 할것이냐 영원히 구멍난 가슴을 지니고 살것이냐의 문제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7.07.09 09:00




오랜만에 중국 영화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랜만에 공리의 영화를 보았다. 언제봐도 새로운 얼굴. 많은 그녀의 영화를 봤지만 새로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영화들은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그냥 보고 있는 영화의 그 인물만이 그가 연기해내는 유일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영화속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한 인물조차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이라고 여기게 한다.  탈출해서 돌아온 남편을 만나기위해 밤새 화빵을 굽는 여인과 20년을 기다린끝에 돌아온 남편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여인은 분명 같지만 다른 인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편지속의 남편으로 남아서 이미 돌아온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편지를 읽어주는 동네 남자로 그녀의 곁에 남는 진도명의 연기도 뭉클했다. 피아노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슬프지만 진도명이 연주하던 피아노를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하게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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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7.03.08 00:57



(Blue is the warmest color_2013)




꽤나 이슈가 되었던 영화이던데 이 영화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다가 얼마전에 크라이테리언 인스타계정에 영화 포스터가 몇번 계속 등장하길래 호기심에 적어놨다가 찾아 보았다. 이 계정에는 크라이테리언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이나 어떤 배우의 생일이나 기일을 기념하면서 배우의 출연작 포스터가 올라오거나 가끔씩 오늘 어떤 영화를 보겠냐는 살가운 질문들도 올라온다. 환호와 애정 일색의 짧은 코멘트들을 읽고 있으면 동호회같은 기분이 들어 재미있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그런다. 이 영화의 포스터속에는 눈부시게 밝은 파랑 머리를 한 레아 세이두가 있었다. 고개를 약간 들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듯 반쯤 감긴 눈은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완전히 굴복당한듯한 애띤 소녀, 아델이 그녀와 마주보고 있었다. 아델의 표정은 단순히 사랑받고 싶은 이의 표정을 넘어서 내가 널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더 확실한 굴복의 조건을 채워 달라고 애원하는 이의 얼굴에 가까웠다.  엠마 (레아 세이두) 는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것 같은 누구에게서라도 영감을 얻을 수 있을것 같은 표정으로 군림하고 있다.  관계에 종속되길 원치 않는 이런 이들은 보통 상처를 주는데 익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에 아델은 어떨까. 내가 누군가에게 큰 영감을 주는 주체가 됐음을 깨닫게 될때 단순히 자존감 수치가 올라가는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것 이름을 가지게 된다는것은 한편으로는 종속되는것이다. 아직 덜 성숙한 아델은 그 달콤함에 취해있는듯 보였다. 누군가는 큰 좌절을 안고 뒤돌아설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지만 차이고 차였다는 단순 동사로 설명될일은 아닐것이다. 단 한시간이라도 가슴깊이 사랑했다면 아픔은 고스란히 절반씩이다. 사실 포스터가 인상 깊었던것은 아마 내 자신이 엠마의 아우라에 전복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력을 지닌 사람에 대한 묘한 질투 같은것,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매력을 지닌 타인이고 싶다는 욕망과 다르지 않다.  거리를 걷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엠마를 처음 봤을때 아델이 침묵속에서 표현해내던 전율의 근원은 나의 그것과 동일한것이었으리라.  아델의 평범하고 팍팍한 일상들이 성실하게 나열되는 상황에서 영화가 장장 3시간짜리라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왠만큼 재미있지 않고서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버겁다.  '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며 정체성을 탐험하는 아델의 질풍노도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 엠마는 가능한한 거침없고 치명적이고 잔혹해야 할거고 아델은 아마 등장하는 모든 이와 갈등을 겪겠지. 그리 오래 지속될 종류의 관계가 아니야. 상처는 자체적으로 치유될거다.'  이런 이야기에 3시간이나 필요할까. 실제로 영화는 그런 플롯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들이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싸우고 헤어지고 미련을 못버리고 발버둥치고 슬픔에서 헤어나려는 긴 시간속의 과정들을 그대로 축소하고 축소시켜서 3시간으로 압축해놓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관계의 미니어쳐 같은 영화이고 그것이 이성간이든 동성간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것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어느 과정 하나에 더 긴 시간을 할애하거나 감상적인 현미경을 들이대거나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선댄스 느낌이 농후한 이 영화가 칸에서 상을 탔다고 해서 신선했다.  재작년인가 상가일레의 여름 (The summer of Sangaile) 라는 리투아니아 영화가 선댄스에서 감독상을 탄 적이 있는데 그 영화 역시 두 소녀에 관한 이야기여서 그랬던것 같다.  상가일레가 어떤 소녀를 만나면서 치유를 경험하고 도약하는 과정들을 시적으로 은유하며 달콤한 결말을 상상하도록 하는데에 촛점이 맞춰졌다면 이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한 두 여자의 관계를 기록영화처럼 보여준다.  이 영화에 은유가 있었다면 아델이 먹는 스파게티와 엠마가 먹는 굴과 와인에 관한 정도일거다. 아델은 굴과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고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차이점에 대해 토론하는 엠마에게서 영감을 얻는 대신 소외감을 느낀다. 그 예술가들을 잘 몰라서 사랑이 깨진것은 아니다. 아델에게는 사랑만으로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너무 많이 생겼고 무엇으로 그 공간을 채워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연스레 자기 세계로 걸음을 옮기는 엠마를 보는것이 고통스러웠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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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7.03.04 00:04




출연 배우들의 조합에 혹해서 보게 된 영화.  <프랜시스 하>의 그레타 거윅이 예술 경영을 전공한 젊은 대학 강사로, 앞서 많은 영화속에서 소설가를 연기했던 에단 호크가 또 다시 어딘지모르게 궁색한 소설가로, 무슨 배역을 맡아도 배역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능청스러운 줄리안 무어가 보호 본능 자극하는 에단 호크의 까칠한 인텔리 부인으로,  미드 <바이킹>의 주인공 라그나르역의 트래비스 힘멜은 뜬금없이 수제피클에 페티쉬를 가진 피클 가게 사장님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감독인 레베카 밀러가 특정 배우들의 전작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들이 연기한 배역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은 생생했다. 영화는 몹시 수다스럽고 마치 많은 영화들을 거쳐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역설하기라도 하듯 시시콜콜하다.  자신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이래저래 마음이 통한 여자를 만나 갑작스런 이혼과 재혼을 겪게되는 에단 호크는 영락없이 비포 트릴로지와 <파리7구의 여인>의 주인공이 이렇게 저렇게 혼합된 캐릭터로.  구석에 자그마한 부엌이 붙어있는 곳곳에 책이 쌓인 싱글녀 매기의 아파트는  긴 방황을 끝내고 새 직장을 얻어 혼자 살  집을 임대해서 우편함에 자신의 이름을 잘라 집어넣던  <프란시스 하>의 프랜시스의 공간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마치 그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경력을 쌓고 점점 더 독립적인 여인으로 성장해가던 프랜시스이자 매기가 사랑에 빠지고 깨지기를 반복하면서 염증을 느끼고 결국은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하게 되는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다가왔다. 트래비스 힘멜은 어떤가. 바이킹에서 가는곳마다 자식을 만들어내던 그가  피클 만들기를 업으로 삼으며 허무하고 나른한 어조로 누군가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심미주의자로 분한것은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의외의 그리고 가장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Maggie's plan> 과 <Blus is the warmest color> 는 요새 본 영화들 중 왠지 묶어놓고 기억하고 싶은 영화이다. 전자는 아는 남자로 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려는 매기에 관한 이야기이고 후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자신들이 규정 지은 관계의 덫에 걸려서 상처받고 관계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다시 성장하는 모습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냈다.  그것은 얼마나 다양한 방식의 사랑과 가족의 형태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진보적인 관점에서 보여주기도 했지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비틀어지기 시작할때의 진부함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똑같음을 몹시 담담하게 묘사해낸다. 굳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때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바에야  그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매기는 동네 아는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시도한다.  사실 그 자신이 싱글맘인 엄마와 단 둘이 외롭게 자랐음에도 (하지만 엄마와 보낸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하는것은 잊지 않는다) 정자를 제공받아 홀로 아이를 키우려고하는 매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의 부재라는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가 둘있는 유부남과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해버린다. 같은 전공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아내 옆에서 겉돌듯 소설쓰기에 집착하는 남자는 흡사 모계사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뒤바뀐 가정속에서 자존감이 바닥난 상태이다. 하지만 그에게 결핍된것은 남편이나 아버지로써의 견고한 지위가 아니라 창작을 위한 영감이다. 그는 그의 소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일종의 뮤즈를 만나면서 뚱딴지 같이 이혼을 해버리고 새 가정을 꾸린다.  꽤나 성공한 학자인 줄리안 무어는 에단 호크와 이혼을 하고 그가 새 가정을 꾸렸음에도 그와 부부관계와 별로 다를것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공부외에는 모든것이 서툴러 보이는 전부인에게 그는 어찌됐든 정신적 동반자로써의 지위를 잃지 않는다.  모든 관계 맺음의 가장 강력한 동기는 결핍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싶은 이기적인 욕구와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주겠다는 이상적이고도 전인류적인 오지랖이 세상에 하나뿐인 둘만의 집합을 만들게된다.  하지만 그 집합에 교집합이 생기고 그것이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어떤 더 거대하고  이상적인 세상 한켠에 들러붙은 좁은 구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관계는 변질된다. 그  변질된 관계에 돌을 던지면서 증오와 질투가 섞인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시작할것인가 쌍방이 함께 경험하는 어떤 결핍에 연민을 가질것인가. 영화는 후자를 택하면서 지극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을 오히려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관계는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 덫을 벗어날 수 없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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