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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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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n mountain (2015) 핑크색으로 쓰인 영화 제목이 전체적으로 차갑고 엄격한 포스터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눈에 확 들어왔다. 난 이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가 무슨 현대판 무소르그스키 전기 영화쯤 되려나 생각했다. 레핀이 그린 빨간 코 무소르그스키와 너무 닮지 않았는가. 비록 남자는 술 대신 우유를 들고 비교적 말끔한 차림새에 또렷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왠지 무소르그스키의 인생 말미가 떠올라서 서글퍼졌다. 제발 우유를 든 이 남자의 삶은 순탄하기를 바랐다. 이 영화는 공항의 수화물 파트에서 일하는 남자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헤비메탈을 즐겨 듣고 금요일마다 태국 식당에 가서 팟타이를 먹고 전쟁 장면을 재연하는 미니어처들을 섬세하게 손질하며 여가를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기를 좋아하는 남자..
Stockholm (2018) 스톡홀름의 찻집에서 친척언니가 사다 준 홍차통이 있다. 그래서 부엌에 가면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스톡홀름의 정경과 매일 마주친다. 여름인가 카페에서 읽은 커피 매거진 속의 스톡홀름의 카페들도 가끔씩 떠올린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제목이 눈에 들어왔을거다. 하지만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에단 호크 때문이었다. 브래드피트와 디카프리오, 조니뎁 혹은 크리스챤 슬레이터가 한창 젊었을때 내가 좋아했던 그 또래의 청춘 스타는 에단 호크였다. 포스터 속의 가발을 쓰고 콧수염을 붙인 저 인물이 과연 에단 호크가 맞는지 재차 확인해야했다. 여전히 많은 작품을 하고 있고 나이든 지금의 모습에 익숙해졌음에도 알아보지 못할 얼굴이었다. 영화를 보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가 심지어 은행 강도 역을 맡았다는것..
Arctic (2018) 추운 영화 좋다. 누가 나왔어도 봤겠지만 매즈 미켈슨이 나와서 더욱 기다렸다 봤다. 사실 그가 이 영화에 몹시 잘 어울릴것이라는 예감 자체가 영화의 첫인상이다. 이 배우가 어떤식으로 처절하게 고생하는지 보고싶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즈음에서 재난 구조 영화 한 편 찍으시면 딱 좋을 것 같은데요' 라는 제안을 받은 매즈 미켈슨이 현장에 도착해서는 산악용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빨간 패딩을 입혀주는 스텝을 향해 팔을 벌린채 몇 문장 안되는 대사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영화 내내 대사없이 누워있는 여배우를 제외하면 유일한 등장인물인 그는 단 한 벌의 의상을 입고(심지어 나중에는 그마저도 손수 불태우며)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짧은 대사를 내뱉으며 북극의 설원을 고독하게..
Le Havre (2011)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은 가끔 이렇게 의외의 일러스트를 타이틀 커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자체제작한 커버들이 대부분 개성있고 인상적이지만 이렇게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귀엽기까지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장하고 싶어진다. 사실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 전부를 갖고 싶다. 소품 같은 영화, 마치 일요일 오후 2시경의 EBS 세계의 영화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어 이 영화 심상치 않은데 하면서 부랴부랴 공비디오(라니 어느 시절 이야기인가)를 집어 넣고 녹화 버튼을 누르게 했던 영화들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들도 무덤덤한 유머로 살짝 스치고 건드리며 가볍게 풀어내는 감독 특유의 재주, 사연이 많은 주인공들이지만 스스로를 향한 연민으로부터 자유롭고 관객에게도 그런 인물들을 향한 편파적이고 인위적..
Saint amour (2016) 개인적으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술 특히나 와인에 관한 영화들은 보통 재밌다. 음식 영화도 그렇고 어떤 요소들이 이런 영화들이 재밌고 유쾌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상처받을 걱정없이 어떤 대상을 마음껏 찬양하며 일방적인 애정을 쏟아내는 주인공들과 그 대상을 통해 그들이 위안받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흠뻑 빠져서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으면 행복하고 나 역시 그럴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대화 속에서 어느정도 공통분모를 찾을때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단연 영화 사이드웨이 (https://ashland11.com/90)이다. 사이드웨이를 본..
A Better life (2011)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을 보다가 머릿속으로 급소환 된 프랑스 영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 엄마 면회 장면이 발단이었다. Guilliaume Canet. 매번 구일리아움? 귈레르메? 뭐 이렇게 저렇게 읽다가 얼굴을 봐야 아 기욤이였지 하고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이 프랑스 배우. 나름 원어를 최대한 살린 한국식 표기이겠지만 왠지 프랑스 시골에 가서 당신 나라의 유명한 배우 기욤 까네 알아요 하고 현지인과 나름 친해지겠다고 이름을 내뱉으면 정말 아무도 못알아들어서 멋쩍어질 것 같은 배우 기욤 까네가 출연한 프랑스 영화이다. 헥헥. 사실 그가 요리사로 나왔던 어떤 영화를 이전에 본적이 있어서 아 혹시 이미 본 그 영화인가 긴가민가 하며 보기 시작했지만 풀죽은 월급쟁이 요리사가 자기 식당을 차려서 희망찬 삶을 시작..
Winter sleep (2014) 입속에서 제목을 읊조리마자 단번에 마음에 들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코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오래 전에 이 터키 감독의 다른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도 있지만 제목에 겨울이 들어간다니 무조건 마음에 들었다. 세상 모든 곳의 어떤 추위가 기본적으로 공감과 동경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겨울과 추위들을 많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통해서도 좀 더 풍부하고 산문적인 감정으로 보존하고 싶은 욕구도 있는듯하다. 길고 지루한 겨울임에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곳에서 짧고 찬란한 여름 이상의 빛과 따사로움을 맛보고 싶은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영화의 분위기를 너무나 잘 포착했다. 포스터의 첫인상은 어느 소인국의 버려지고 황폐한 성을 걸리버 같은 사람이 케익인줄 알고 가져..
Greenberg (2010) 부산 국제 영화제 상영작들 구경하는데 노아 바움백의 신작 Marriage story 가 눈에 들어왔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가 의외로 어울리는 부부 포스를 풍기며 아이를 사이에 두고 누워있는 포스터였는데 12월 초에 넷플릭스에서 해준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 우후후. 그린버그 Greenberg 이 영화는 프랜시스 하 (https://ashland11.com/323) 의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의 초기작이다. 언제 이들이 다시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협업할 일이 있을까 싶을만큼 완전히 독립해서 소피아 코폴라만큼 성장하고 있는 그레타 거윅이지만 이 작품은 몇몇 작품을 통해 보여진 그들의 케미스트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조심스레 훔쳐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하다. 감독적 역량 뿐만아니라 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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