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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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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와 메추리알 리투아니아에서 파는 가지는 이렇게 생겼다. 가끔 하얀 바탕에 보라색 줄무늬가 길게 들어간 가지도 팔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가지를 손질해 본적도 없고 가지 반찬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중국에 있을때 가지가 몹시 좋아졌다. 재료를 기름에 튀기고 양념을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중국 요리 방식에 사실 음식이 맛없기는 힘들다. 그런데 특히나 기름을 완전 흡수해서 말랑해져 고소한 가지가 때로는 달고 짠 양념에 때로는 고추와 팔각, 마라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매운 맛을 내는 요리로 변신할때 정말 밥 두 그릇은 거뜬히 비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먹은 토마토 양념과 모짜렐라가 잔뜩 들어간 파르미지아노 멜란자네. 가끔씩이라도 그 맛을 기억해내고 싶..
아보카도 익히기 빌니우스 생활 초창기때 가장 훌륭한 리투아니아어 교과서가 되어 주었던 이들은 마트에서 발행하는 부클릿이었다. 아니 현지에 살면서 현지 언어를 배우려는 자에게는 마트 자체가 사실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그곳은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명사들의 집합소인 것이다. 직접 만져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으니 사전과는 또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트의 부클릿은 거의 매거진 수준의 질로 업그레이드 됐다. 단순히 그 주의 할인 품목들을 자극적인 빨간 글씨로 열거하는 대신 생소한 식재료 들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레시피들을 추가해서 구매율을 높이고 이제는 좀 더 예쁘게 건강하게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상냥한 선동을 시작한것이다. 한국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있다면 리투아니아에도 막시마(Maxima), 이키(Iki), 리..
꿀과 코티지 치즈 고양이 맡기고 간 윗층 여인이 오레가노와 함께 키프로스에서 사다준 것. 양과 젖소와 염소의 젖으로 만들어진 코티지 치즈. 헉. 너무 맛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먹는 것은 아무리 압축된 것이어도 소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마련인데 이 코티지 치즈는 손가락 사이에서 뽀드득거리는 전분처럼 수분 제로의 짱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자연스레 꺼내는 것은 꿀. 정말 자동적으로 이제 꿀에 손이 간다. 리투아니아 꿀집에서 꿀을 사거나 양봉을 하는 사람들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중에는 숲속에서 생활하며 소규모 양봉도 하는 삼촌을 가진 이들이 꼭 한 두명씩 있게 마련이다.) 에게서 꿀을 얻어 먹으면 보통 저런 플라스틱 용기에 꿀을 담아 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오이에도 가끔 저 꿀을 찍어 먹는데 정말 맛있는것은 ..
Roman Saltimbocca 요리책 속에 많은 요리가 있는데 보통은 사진이 있는 요리를 먼저 해보게 된다. 그 다음에는 물론 요리 시간이 짧은 것,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순으로 진행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요리 시간도 짧고 사진도 있는 그런 요리들이다. 그런 요리들은 또 맛있다. 재료 그 자체의 맛만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깐. 반죽을 얼마나 잘하느냐 얼마나 제대로 숙성하고 온도 조절을 잘해서 구워내느냐 하는 것들이 맛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요리들이다. 물론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요리하고 싶은 날이 드물게나마 있긴 하지만 보통은 간단한 요리들이 항상 더 맛있다. 이 요리는 20분이라는 요리 시간에 혹해서 했던 요리. 재료 준비를 잘못하는 바람에 그 보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정말 금세 어렵지 않게 ..
빨간 양파와 피스타치오 그냥 보고 있으면 예쁜, 그런 정물화 같은 식재료들이 있다. 예를들면 약간의 물기가 흩뿌려진 푸릇푸릇한 아스파라거스나 우둘투둘 검버섯이 피어서는 속은 한없이 부드럽고 고소한 아보카도 같은 아이들, 저기 멀고 먼 페루나 볼리비아 어디쯤에서부터 약에 절어서는 수일이 걸려 이곳에 도착한 아이들이겠지만 가끔씩 집에 데려오게 되는 것이다. 빨간 양파 같은 경우는 보통은 푸석푸석한 검붉은 자주색 껍질에 휘감겨져 있어서 야채 코너의 채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군데 군데 벗겨진 껍질 위로 마트 조명이 내려 앉으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빛나는 자줏빛을 꺼내 보인다 . 아무런 세공도 거치지 않은 이 야채 코너의 자수정을 보통은 하나씩만 사다 놓고 드레싱에 잘게 썰어 집어 넣거나 그냥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그렇게 ..
빌니우스 마트의 생강청 리투아니아에서도 감기 걸릴 기미가 보이면 생강차를 끓여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그냥 생강을 얇게 썰어서 꿀과 레몬과 함께 타 먹는 식이다. 리투아니아 음식에 생강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좋지만 생강과 시나몬 향이 진하게 밴 크리스마스 쿠키는 익숙한 음식이다. 반죽을 얇게 밀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나 동물 모양처럼 만들어 굽는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와인과 먹으면 맛있다. 마트에 생강이 거의 항상 있지만 항상 쓸만한 생강인것은 아니다. 구부려뜨려보면 별 저항없이 구부러진다던가 심하게 상해있던가 바싹 말라있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그래도 단단하고 건강하게 생긴 적당히 수분이 함유된 괜찮은 생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한번은 생강차를 담궈보겠다고 했다가 설탕을 아낀건지..
살구 자두 하이브리드 마트에 새로 등장하는 과일이나 식품들은 보통은 비싸다. 하지만 할인 스티커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시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트의 판촉 상품으로 등장하는 그들은 그런데 보통은 또 매력적이다. 12색 기본 물감 팔레트에는 없지만 36가지 색 크레파스에는 고고하게 꽂혀있는 그런 색다른 빛깔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 그리고 다른 것보다 조금 값비싼것들에 으례 덧씌워진 환상이나 허황같은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수입 담당 직원에게 가해진 끼워팔기의 강매였을수도 있고 다 식은 커피와 함께 유통기한이 지난 마트의 도넛을 먹으며 식품 카탈로그를 보다 혹해서 주문 버튼을 눌러버린 그의 모험일 수도 있다. 설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할인의 할인을 거듭한 딱지가 덕지덕지 붙여진다..
Treccia pasta 이 파스타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우선 푸질리나 펜네에 비해 밀가루 맛이 덜 나게 생긴것이 실제로도 식감이 부드럽고 결정적으로 길게 비틀어진 몸통의 중간에 패어진 홈에 포크의 날 하나를 살짝 밀어 넣어서 집어 먹으면 정말 재밌다. 파스타 봉지에는 보통 Treccia 라고 적혀있었는데 간혹 Trecce 라고 적혀있는 봉지도 있고 특히 Trecia 는 리투아니아어에서 세번째 라는 뜻이 있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더랬다. 여튼 구글 이미지에는 여러 형태의 면이 뜨는데 살짝 밀대로 굴린 느낌의 이런 짧은 파스타들을 이렇게 칭하는것도 같다. 지난번에 먹다 남은 파스타 양념을 또 면 끓이는 냄비 곁에서 하염없이 볶다가 길쭉하고 얄상한 면에 왠지 잘 어울릴것 같아서 올리브도 추가로 넣어 보았다. 구르는 올리브 흩날리는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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