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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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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 이브 쿠키- 쿠치우카이 Kūčiukai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리투아니아 마트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크리스마스이브 과자 '쿠치우카이' (Kūčiukai). 크리스마스이브를 뜻하는 kūčios라는 단어에 -(i) ukas라는 지소체어미를 덧붙이면 그 즉시 귀엽고 작고 소중하고 따뜻한 느낌의 단어가 된다. 그런 조그맣고 앙증맞은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복수 어미를 써서 Kūčiukai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마트에 수북이 쌓인 이들을 보면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친숙하여 마치 일 년 내내 마트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미처 다 팔리지 못한 쿠치우카이들은 한편으로 밀려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사라진다. 어김없이 자기 할 일을 다하고 축제 전의 산만했던 분위기에서 한발 물러서서 또 다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2월 지나가기 전에 회상하는 연극 <아연 Cinkas> 월초에 커피와 까르토슈까(https://ashland.tistory.com/1259)로 묵직하게 당충전하고 보았던 연극 '아연 '. 화학 원소의 그 아연 맞고 리투아니아어로는 찐카스 (Сinkas)이다. 리투아니아 연출가 에이문타스 네크로쉬우스의 작품이고 원작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보내졌다가 주검이 되어 아연관에 담겨 돌아오던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벨라루스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구소련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도 당연히 인기가 많다. 작년에 빌니우스 문학 페스티벌에서 한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러시아와 함께 전쟁의 원흉으로 취급되는 고국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가장 억울한 식민지일 뿐이고 벨라루스의 대통령 역시 루카쉔코..
8월 여행 회상_쉬벤치오넬리아이 Švenčionėliai 8월 말에 빌니우스에서 한 시간 거리의 쉬벤치오넬리아이(Švenčionėliai)라는 도시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 2명과 가기로 했는데 그나마 좀 아는 사람이 고양이가 아파서 못 가는 바람에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 가게 됐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오히려 할 말이 많아서 사실 편하다. 물 한 병과 읽을 책 한 권을 가져갔다. 물은 다 마셨고 책은 별로 읽지 못했고. 갑자기 이 여행을 회상하는 이유는 바르샤바-빌니우스 구간 기차가 12월 11일 재개통한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고 지난 주말에 연극을 보면서 백치의 므이시킨 공작이 타고 오는 기차가 아마 이 구간을 지났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 사진을 찍었던 순간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기차역 1층에 위치한 카페 벽에 바르샤바 뻬쩨르부..
리투아니아식 서양 자두 잼 만들기 2주 전쯤 마트의 할인 광고인데. 마트들이 가끔 이상한 방법을 써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바로 이런 식이다. '특가 (Super kaina) 푸른 자두, 54프로 할인' 이라고 쓰여있으나 할인된 가격은 적혀있지 않고 자두는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정직하게 2.79 유로라고 쓰여있는 엄청난 물량의 과일은 알고 보면 그 할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복숭아라는 것. 착각하고 얼떨결에 좀 더 비싼 복숭아를 사게 하려는 건지 괜히 이런 꼼수를 쓰다가 자두마저 못 팔게 되는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자두잼은 시판 제품이 거의 없고 텃밭이 있는 사람들이 주지 않으면 먹기도 힘들어서 이런 기회가 오면 보통 잼을 만들어 먹는다. 복숭아를 미련 없이 지나쳐서 자두를 찾아 나섰다. 껍질을 따로 ..
리투아니아의 게으름뱅이 케익, 팅기니스 Tinginys 짧은 바르샤바 여행에서 함께 돌아온 커피콩을 개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케익이라도 만들어서 같이 마시자 결심하고 얼마전부터 벼르던 리투아니아의 케익, 팅기니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여름에 빌니우스에 오셨었던 이웃 liontamer 님이 서울로 귀환하시면서 몇 조각 챙겨가셨던 팅기니스. 그 이후로는 마트나 카페에서 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6월을 떠올리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리투아니아의 게으름뱅이 케익 레시피 (https://ashland.tistory.com/277 ) 를 올린적이 있지만 사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진정한 팅기니스 조리법은 아니고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를 쌓아 올려서 굳히는 방법 때문에 그냥 게으름뱅이 케이크라 이름을 붙였었다. [리투아니아음식] 오븐없이 냉장고만으로 리투아니아 ..
리투아니아의 봉지쌀 여행 다닐 때 이런 쌀이 세상 방방곡곡에 있었더라면 혹은 마트 어딘가에 있었을지 모르는 이들을 발견했더라면 그 여행들은 어떤 면에서는 편했을 것이다. 뻬쩨르에서는 대학 기숙사의 법랑 냄비를 홀랑 태워먹고 동행과 깔깔거리며 한밤중에 새까맣게 탄 냄비 바닥을 씻기도 했고 지은 밥을 락앤락에 넣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도 했으니 냄비에 쌀밥을 짓는 것은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하는 것만큼의 일상이었다. 간장과 버터에만 비빈 밥이어도 껍질을 벗긴 프랑크 소시지 하나만 곁들여도 맛있었던 소박하고도 풍요로웠던 어떤 여행지의 끼니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빌니우스를 여행하던 첫날 지금은 사라진 우주피스의 호스텔 부엌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냄비에서 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여인..
리투아니아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한 한국어 캠프 지난 여름. 인구 50만 가량의 빌니우스에서 7명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했던 소박한 캠프. 여름 방학이 세 달 가까이 되는 리투아니아에서 학생들이 여름을 보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가족 친지의 여름 별장으로 바다로 호수로 숲으로 놀러가는 것.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일하는 학부형들에게 긴 여름방학은 큰 고민거리이다. 그렇게 여름 휴가를 꽉 채워서 쓰고도 남는 아이들의 방학은 이런 저런 캠프 참여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리투아니아에서는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체험 학습과 학교를 가듯 등학교를 하며 만났다 헤어지는 단기 사설 학원과 같은 것들을 통틀어 모두 Stovykla 라고 부른다. 출근 전의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침 8시 경에 모였다가 오후 5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종의 놀이방..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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