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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8 Vilnius 02_주말의 빌니우스 (1)
  2. 2012.02.29 Vilnius 01_빌니우스 걷기
Vilnius Chronicle2012.03.28 02:45

 

vilnius. arklių g.



주중에는 잔뜩 흐리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부터 화창해진다. 토요일 하루 반짝 따뜻하다가 일요일부터 다시 어둑어둑 추워지는 요즘. 벌써 2주째 이런식이다.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영상 1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친듯이 사람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작년보다 평균 5도정도 더 추웠던 겨울이었으니 모두들 갑자기 찾아온 봄을 맞이하고 싶었던거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갔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데 갑자기 해 조금 나고 날씨가 따뜻하다고 너도나도 작정하고 집밖으로 나오는것이 이상했다. 하루상간에 텅 빈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찬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좀비로 느껴질 만큼 이상하다. 한해 두해 지나고 나니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갔다. 삼년 사년 지나고 나니 나도 본능적으로 집밖을 나서게 된다. 지난 토요일은 자연광의 도움으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8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커피를 끓여서 다시 침대로 돌아가 신문을 뒤적거렸지만 결국 아홉시 반정도에 사진기를 들고 시내 중심으로 향했다. 추운 겨울 우중충한 날씨에 예외없이 텅 빈 거리를 생각하면 유모차며 자전거로 북적거리는 구시가지는 생동감이 넘친다. 작은 빌니우스는 구시가지와 한두개의 복합쇼핑센터를 제외하고는 휴일에 사람들이 모일곳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처럼 명동 신촌 종로 강남 이런식으로 몇군데의 유흥가가 있는것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가는곳은 정해져있다.  조금씩 영상의 기온을 찾아가는 요즘같은 경우는 그렇다고 교외로 빠져나가기에는 추운 날씨라 사람들은 보통 아이들과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구시가지를 찾는다. 구시가지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크로와상처럼 겹겹이 돌아 마치 부채꼴처럼 넓어진다.  그리고 나는 구시가지의 최외각이라고 할 수 있는 빌니우스 기차역에서 조금씩 중심으로 파고들어가는 루트를 더 좋아한다.  배낭을 매고 역을 빠져나와 호스텔을 찾아가던 첫 날의 기억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거닐다보면 대부분의 건물에 익숙해지고  남의 집 모양새까지 외우게 되니 간단하기 이를데 없는 리투아니아의 주소를 들면 집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건물 번호를 알고 막상 터널을 지나 주택의 내부로 들어서서 몇세대가 공유하는 마당에 서면 내가 어떤 거리에서 들어왔는지는 상상하기 힘들어진다.  거리를 뜻하는 리투아니아어의 가트베 gatvė 는 영어의 st. 처럼 거리 이름뒤에 g. 라는 약자로 표기된다. Arklių g. 는 아르클리우 거리.아르클리스는 동물 '말'이라는 뜻이다.  구시가지 유일의 재래시장인 할레hale 시장을 지나 내셔널필하모닉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위치한 이 거리의 널찍널찍한 거리는 곧있으면 시작될 올드타운의 서막과도 같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2.02.29 19:11



 재작년 말에 새해 선물로 받은 다이애나 미니. 두번째 필름을 현상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바꿔말하면 1년 반 동안 고작 필름 두개를 썼다는 소리다.  매번 헛도는 필름때문에 깜깜한 욕실에서 필름을 다시 끼워넣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연처럼 현상되어 나오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한컷에 두장을 담는 기능으로 36장짜리 필름이면 72컷이 찍히는 논리인데 제대로된 72컷의 사진을 가지기위해선 아마 대여섯통의 필름을 더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빛이 들어갔고 한번은 필름을 되감을때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것을 깜박 잊는 바람에 이미 한번 돌아간 필름위에 한번을 더 찍었더랬다.  그런 경우에도 솔직히 노출 조절만 잘하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지만 당연히 노출 조절에도 실패했다. 무거운 카메라를 싫어하는 나에겐 목에 걸어도 가볍다는것이 우선은 최고의 장점이다. 비슷한 토이 카메라 두세개를 목에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왠만한 전문가용 카메라보다 가벼울거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시간과 감정의 결과물을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는것이 이 예민한 장난감 카메라의 매력이자 단점일 수 있겠다.  따뜻한 여름, 다이애나 미니를 목에 걸고 시내 곳곳을 산책한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이라고해도 결코 분주하지 않은 한적한 거리들은 있기 마련이다.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자리잡은 이제는 길을 잃으려고해도 잃어지지 않는 그런 익숙한 거리들.  빌니우스는  걷기에 참 좋은 도시이다. 차가 다닌다고해도 보통은 일방통행이다.  주택과 상업용 건물, 역사 유적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섞여 있다.  주변국들의 올드타운과 굳이 비교하자면 탈린의 올드타운보다는 덜 아기자기하지만 라트비아의 리가보다는 훨씬 다정하고 바르샤바의 올드타운보다는 덜 인위적이고 크라코프보다는 더 정적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