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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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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68_다른 방향으로 가면 집에서 멀리 갈 필요도 없는 곳에 버려진듯한 이런 장소와 풍경들이 많이 있다. 늘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죽어버린 장소들은 또 아니어서 어느정도 머물다보면 어디에나 눈인사 할 사람들이 낡은 창고 속에서 혹은 운행을 멈춘 듯한 트럭 안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사라질 것이 명명백백한 것들이 품고 있는 그만의 애잔한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다.
Vilnius 167_최초의 저녁 식사 헬싱키 경유하여 여행가는 친구 생각하다가 떠오르기 시작한 2006년 그 즈음 그 구간의 여행들. 뻬쩨르에서 산 걸쭉한 간장과 우주피스의 마트에서 산 야채 샐러드와 냉동 생선 스틱. 헬싱키의 일본 상점에서 산 쌀을 곁들여 지금은 없어진 우주피스의 호스텔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보면 리투아니아에서의 최초의 저녁 식사였는데 저런 기성품들의 맛은 지금도 이따금 생각나서 먹으면 그냥 똑같다. 그때 부엌에서 내가 거쳐온 루트로 거꾸로 여행을 가는 외국인 부부를 만나서 냄비 태우지 않고 끓일 수 있는 봉지쌀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들에게 스크랩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표를 구경시켜 주었다. 방으로 돌아와보니 집채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독일인 여자애가 침대밖으로 거의 다리가 삐져나온 채로 누워서 오에 겐자부..
Vilnius 166_카페가 있어도 좋을 자리 필하모닉에서 이어지는 뒷골목과 시장 앞 거리가 만나는 이 광장엔 술집도 있고 식당도 있고 벼룩시장 같은것도 간혹 열리는데 신기하게도 카페가 없다. 특히 저 이발소 자리에는 카페가 있어도 좋을 풍경인데. 여러모로 변화의 여지가 많아 보이는 건물들은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저 지붕, 저 낙서들, 반 정도 사라진 창문, 칠해지지 않은 벽들을 아마 가만 놔두지 않을테니 말이다.
Vilnius 165_성당 정원에서 손에서 놓으면 대부분은 그냥 미련없이 날아가 버리지만 하나 정도는 나무에 걸린다. 그렇다고 또 계속 나무를 붙들고 있는것은 아니다.
Vilnius 164_비 피하며 잠깐. 비가 무지막지 쏟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멈춰서 기다려줘야겠다 생각해서 들어 선 곳은 필리에스 거리에서 빌니우스 대학의 작은 마당을 잇는 낮은 궁륭을 이고 있는 통로. 빌니우스 대학 인문학부가 구시가 한복판에 있는데 이 길을 통하면 크고 작은 대학 정원들을 거닐다 대통령궁 앞광장으로 바로 빠져나올 수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가끔은 나무 아래에 서있을 수도 있고 성당안으로 들어 갈 수도 있고 건물의 중정으로 이어지는 이런 통로들도 그렇다. 비를 감상하는 동안의 머릿속은 어떨까. 집을 나오기 전 우산을 집을까 말까 망설이던 순간에 대한 짧은 회상, 금방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대부분의 경우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비에 대한 고마움. 비를 관람하고 있는 모두가 함께 어..
Vilnius 163_밤나무와 장난감 기차 구시가의 밤나무 지도를 그리라고 해도 얼추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무리 속에서도 보통 한 그루씩만 의젓하게 서있다. 아직 밤나무 꽃을 피울 정도로 날씨가 따뜻해지지 않았음에도 대성당 근처의 밤나무는 워낙에 채광이 좋은 위치에 사는 놈이어서 인지 주변의 나무 동료들 덕분인지 이미 꽃을 피웠다. 대성당 근처를 한 바퀴 야무지게 도는 장난감 기차도 운행을 시작했다.
Vilnius 162_5월 12일의 아침 밤 기온이 계속 내려가니 집은 춥고 10도 언저리에서 맴돌던 낮 기온은 그래도 이제 많이 올라갔다. 다소 늦게 찾아온듯한 봄이라고 하기에도 참 정의하기 애매한 계절이다. 그래도 화창한 날이 많아서 볕이 드는 곳으로만 걸어다니면 따뜻하다. 신발은 아직 바꿔신지 못했다. 나무엔 꽃이 제법 피었다.
Vilnius 161_4월의 아인슈타인 요 며칠 갑자기 맥머핀이 생각나서 토요일에 아침으로 먹기로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밤에 이동을 하며 여행을 하던 때에는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서 호스텔 체크인 직전까지의 배회를 위해 화장실을 쓰고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어서 이 작은 음식에 약간의 향수가 있다. 어딘가에서 만들어진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굳이 옷을 챙겨 입고 나가는 귀찮음에 웃음이 나왔지만 순식간에 안락하고 따사로운 기운에 사로잡혔다. 4월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칼바람이 불며 날씨가 걷잡을 수 없이 사나워졌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달걀과 치즈가 들어간 맥머핀을 먹고 속이 든든해져서 돌아오는데 아인슈타인이 너무 추워 보인다. 빌니우스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와 구시가를 향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지나치는 건물. 그러니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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