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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1.16 Vilnius 65_어떤 석양 (2)
  3. 2017.12.29 Vilnius 64_겨울 휴가 (4)
  4. 2017.12.17 Vilnius 63_소년 (3)
  5. 2017.12.16 Vilnius 62_여인 (4)
Vilnius Chronicle2018.02.21 08:00


Vilnius_2018


겨울 햇살이 따가운 추위를 뚫고 거리 거리 차올랐던 날, 고요했던 건물들의 마당 구석구석 햇살에 녹아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가득했다. 돌아오는 봄은 다음 겨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응축된 짧은 정거장, 의도한 만큼 마음껏 바닥으로 내달음질 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 아름다운 곳들은 늘상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누비고 싶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식 성당들이 즐비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의 성당에서도 두세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빌니우스이다. 화재로 불타 버린 목조 건물 터에 벽돌을 쌓고 전쟁, 전염병으로 그마저도 파괴되고나면 남은 벽돌 위에 다시 돌을 얹고 바르고 칠하고 새기며 어떤 시간들은 흘러갔고 그만큼 흘러 온 역사를 또 복개하고 걷어내면서 옛 흔적을 찾아내는 식이다. 타운홀 근처의 내셔널 필하모닉에서 새벽의 문까지 이르는 거리,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성당들이 이 짧은 거리의 말미에 아직 끝이 아니라며 앞다투어 나타난다. 지금은 1층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이 일반 건물은 다양한 건축 양식의 콜라주를 연상케하는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단면을 보여주는 미니어쳐이다. 여러개의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듯한 균일하지 못한 빨간 벽돌들이 계단처럼 하늘로 치솟고 그 사이에서 겨우 발굴되어진 스그라피토, 사이사이를 메운 투박한 시멘트조차도 그저 20세기의 흔적일 뿐. 난 이곳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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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01.16 08:00


왜 더 사랑해주지 않아 라고 말하는 순간 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더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한없이 부족해진다. 어느 도시에 관한 애착과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즈음에 이렇게 아슬아슬 황급하게 사라져가는 석양이 어느 건물의 어느 모서리쯤에 걸쳐져 있을 것을 알고 그 고인 따스함을 마주하러 일부러 그 골목길로 들어설 수 있을만큼 다 알고 싶은 것, 빗물이 흥건하게 채워지는 거리를 걸어나갈때 속도를 늦추지 않는 무심한 자동차가 내 곁으로 다가오기 전에 미리 조금 비껴 설 수 있을 만큼 발바닥 아래 콘크리트의 굴곡을 기억하는 것, 여기서 멈춰 뒤돌아섰을때 손가락 한마디 정도만 고개를 내민 성당의 종탑이 내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속에 차오르는 무언가, 항상 그 자리 그 빗 물 고인 웅덩이에 잠겨 침묵하는 건물의 능선을 일부러 발을 뻗어 건드려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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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29 08:00


토요일이었던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명절. 공식적으로는 24,25,26일이 크리스마스 휴일이지만 보통 새해까지 이어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운송회사도 다른 유럽나라의 거래처도 다 긴 휴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물건을 싣어 오느라 지난 한 주일은 꽤나 긴장상태였다. 그래서 평일이었던 오늘 조차 도로가 한산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횡단보도 앞 중고 옷가게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이 종이는 크리스마스 훨씬 이전의 14일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Dirbsiu nuo 2018 01 08'  '나는 1월 8일부터 일할겁니다.' 라는 뜻. '일할겁니다' 동사는 명백히 1인칭 단수였다. 보통 이런 경우 1인칭 복수 동사 (Dirbsime) 를 써서 '우리는 언제부터 일합니다. 언제까지 휴가입니다' 로 쓰는데 1인칭 단수를 쓴것은 점원이 주인이거나 항상 혼자 일하는 점원이 휴가에서 돌아와 알아서 종이를 떼고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옷가게 자신이 일한다고 했거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빌니우스에 돌아와보니 정작 눈은 다 녹아있었다. 보통 거리에서 잔디위로 비켜난 눈은 조금 남아있게 마련인데 마치 겨울들어 단 한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양 깡그리 다 녹아버렸다. 아직 10일이나 남은 누군가의 휴가. 휴가에서 돌아올즈음엔 밟히지 않은 예쁜 눈이 다시금 소복히 쌓여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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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7 08:00


날씨가 추워져서 놀이터에 조차 인기척이 없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근처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에서 담배를 물고 장난치는 다 자란 청소년들이 간혹 보인다. 내리고 녹는 눈으로 축축해진 모래상자의 모래들은 몽글몽글해진 흑설탕처럼 장난감 채로도 좀체 잘 걸러지지 않고 한여름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내던 나무들은 휴가를 떠났다. 구름은 그들의 사나운 발톱 위로 무서운줄도 모르고 내려 앉는다.  적적하고 을씨년하고 쾡한 느낌이 흥건한 놀이터에서 30분이 넘게 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네를 타던 소년. 왼발에 깁스를 했는지 투명 비닐봉지로 발을 감은채 너무나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네를 움직였다. 땅이 얼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깁스를 풀게 되기를. 그 순간 헝가리에서 만났던 또 다른 소년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쯤 그는 그네 위의 소년 정도의 나이가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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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6 08:00


이곳에 오면 늘 그녀가 '오느라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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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