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7.23 <Nebraska> Alexander Payne (2013)
Film2014.07.23 05:44



가끔은 보다가 잠들것을 알면서도 아예 옆으로 포근하게 누워서 정말 능청스럽게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영화가 재미없을걸 이미 알아서라기보다는 이미 졸린 상태에서 띄엄띄엄 보기 시작하는 영화들이 주는 신기한 느낌 때문이다.

때로는 영화속의 현실이 꿈속의 환상과 섞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현실속에 영화 속 환상이 섞이기도 하는 그런.

천체 망원경을 들고 개기월식이나 별똥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베개 껴안고 색다른 꿈꾸길 기다리는 가능성 희박한 게임이다.

<네브라스카>도 그런 상태에서 보기 시작해서 처음엔 끝까지 보지 못하고 잠들었다.

아 흑백의 첫 장면 몹시 인상적인데, 저 아저씨 에바(천국보다 낯선)처럼 걸어가고 있잖아.

저 할아버지 역방향으로 고속도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왜 배에 누운채 떠내려가는 조니 뎁(데드맨)이 생각나는거지.

 꿈뻑꿈뻑 졸며 '아 졸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영화같은데 졸려서 아쉽다' 생각할무렵 생각지도 못한 감독 이름이 지나간다.

알렉산더 페인은 <사이드웨이>처럼 여전히 두 남자의 로드무비를 기획한걸까. 이 역시 다 큰 남자들의 성장영화인걸까. 

그 순간 이 영화가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인것을 알고 오래전에 다운받았지만 그 사실을 잊은채

'네브라스카라니 무슨 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도라도 같은 제목이잖아' 라며 계속 보지 않고 미뤄왔던것이 기억났다.

다 늦은밤 술에 취해 일행이 자고 있는 싸구려 모텔로 돌아오는 이 장면은 정말 너무 정겹고 익숙하지 않은가.

간밤에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찾으러 나서는 마일즈와 잭(사이드웨이)처럼

기찻길에 떨어트린 틀니를 찾으러 나서는 데이빗과 우디 부자.

백만달러를 찾으러 네브라스카로 가겠다는 우디와 그런 아버지를 그냥 이해하고 싶은 아들. 

살아있는 의미를 찾고싶은 아버지와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은 아들이 떠나는 여행. 



백만달러가 생기면 당신을 양로원에 처넣겠다고 막말하는 부인이지만 병상에 누운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은 뭉클하다. 

남편은 그런 부인에게 아무런 대꾸도 저항도 없이 익숙한듯 무기력하게 소파에 몸을 기댄다.

여자친구와의 어정쩡한 결별에 결혼을 하자고 했어야 했던걸까 반문하며 어찌 대처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아들.  

백만달러를 찾으러간다는 말에 저녁식사 핑계로 몰려드는 친척들과 예전에 빌린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고향 사람들.

굳이 저럴 필요있을까 묻게끔하는 인물들이 있지만 영화는 굳이 그런 캐릭터들에 개의치 않고 관대하며 

아버지 우디에 대한 필요 이상의 동정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미혼의 아들 데이비드는 그런 현실적인 사람들틈에서 그나마 이상주의자 이다. 

마음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때가 되어서 필요에 의해서 결정하고 싶지 않아 안절부절하고 

고집스런 아버지가 답답하지만 아버지가 간직한 허상을 현실로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아버지에게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든게 그의 의지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의외의 대답.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것같은 상황, 나라도 비슷하게 행동할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인생.

나이든 누군가의 자식이나 아내가 되었을때 나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한다.



이 장면은 천국보다 낯선의 윌리와 에디가 기찻길에서 '야 어딜가나 정말 다 똑같다' 라고 말하는 그 장면같지.

저렇게 여러갈래의 기차 선로가 있어도 기차가 오고 갈 수 있는 방향은 단 두 방향뿐이라는 것. 

첫 장면에서 고속도로를 무작정 걷는 우디를 발견한 경찰차가 멈춰 선다. 

경찰의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가는 우디에게 어딜가냐고 묻자 우디는 앞을 가르킨다.

어디에서 온거요라고 묻자 뒤를 가르키는 우디.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우디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솔직한 대답. 말그대로 우문현답이 아닌가.

알렉산더 페인식의 블랙유머. 

 


네브라스카로 가는 도중 아버지의 고향에 들르고 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옛 사랑을 만나고

모든 이들이 자신을 좋아했다고 회상하는 엄마는 자신에게 치근덕거리던 이의 묘지 앞에서 치마를 걷어 올린다.

그들이 우쭐해져서 회상하고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로의 여행.

기억나지 않는 농담 혹은 결말없는 동화같은 인생. 

 언젠가 아름다운 풍경화였지만 때가되면 고즈넉한 흑백의 정물화로 남는 인생.

나의 고집과 무기력함을 비난하지 않을 나이든 인생의 동반자를 지키기 위해 다짐해야겠다. 곱게 늙어가기 위한 좌우명 같은거.

상대의 원시성을 보호할것. 믿어줄것. 더 이상 잃을것이 없다 생각하며 난폭해지지 않을 것.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