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7.09.07 08:00



이곳은 우리 동네의 관할 병원, 아기의 전담 의사와 패밀리 닥터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물품 보관소이다.  보통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사설 병원이 아닌 국공립 병원을 이용한다. 정말 촌각을 다투는 상황일때에는 어쩔 수 없이 개인 병원에 가겠지만 보통은 조금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병원비가 들지 않는 공립병원을 이용한다.  몸이 아프다,  문제가 생긴것 같다 싶으면 우선은 패밀리 닥터를 찾아가고 그 의사의 진단에 따라 약을 처방 받고 좀 더 세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싶으면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다른 의사에게로 보내지는 식이다.  보통은 전화로 진료 예약이 이루어져서 현장에서 접수 할 필요 없이 바로 의사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패밀리 닥터를 보러 가는 날이라면 마주치게 되는 병원내의 유일한 또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물품 보관소의 담당 직원이다. 영아의 경우 태어나서 1살이 될때까지는 매달 한번 필수적으로 담당 의사를 방문해야 하는 구조라서 매달 한번씩 그녀와 만났었다. 나는 길에서도 그녀를 만난적이 있다.  얼굴이 낯설지 않아 눈인사를 하고 지나가면서 한참을 누구였는지 생각하다 그녀인지를 알아차리곤 했다. 그녀는 으례 내가 병원을 찾는 환자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누구와 왔었는지 무슨 일로 왔었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가볍게 말을 섞는 쾌활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항상 온화한 표정으로 옷을 받아들곤 했고 거의 항상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지난 6월초에 파네베지에 갔을때의 다른 병원 물품 보관소 모습이다. 보통의 병원들의 물품 보관소는 항상 붐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두꺼운 겉옷을 입고 의사를 만나러 들어갈 수 없다. 혼난다. 반드시 이곳에 맡겨야 한다.  옷을 벗어서 맡기는 사람,  번호표를 손에 쥔채 옷을 넘겨 받는 사람 뒤에 바짝 붙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옷을 찾아서 입고 있는 사람, 중요한 물건을 꺼내고 옷을 맡길 준비를 하는 사람, 무릎을 굽힌채 앉아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있는 사람, 스카프를 두르고 스웨터를 입고 다시 겨울 코트를 온 몸에 짊어지는 사람.  코트 주머니속에 전화기를 깜빡하고 방금 맡긴 코트를 황급히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때문에 순서가 밀리는 사람, 번호표를 찾지 못해 한참 동안을 가방을 뒤적이는 사람 등등 아픈 몸을 끌고 병원에 막 도착한 사람이든 진찰을 받고 마음이 가벼워진 사람이든 이곳은 옷을 입는 사람과 벗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장소이다.  패션쇼장 대기실 만큼의 긴박함도 함께 목욕하고 나온 아주머니들의 수다로 흥건한 공중 목욕탕 탈의실의 시시콜콜함도 없지만 이곳에는 혹독한 겨울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아늑함 같은것이 있다.  찬기가 밴 무거운 옷들을 벗어놓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따뜻한 병원 복도를 지나 1유로 남짓한 네스카페 자판기 커피를 꺼내 먹는 그런 포근함,  분명히 정해진 시간에 왔는데도 이전의 지각한 환자들로 인해 하염없이 내 순서가 밀리고마는 습관적 모순 조차도 병원 의자가 방석처럼 붙들고 있는 나른함속으로 숨어드는때, 겨울의 리투아니아 병원의 인상은 그렇게 물품 보관소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가는 병원은 리노베이션이 안된 오래된 건물이라 의사들도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이용 주민이 상대적으로 적다. 패밀리 닥터들만 있을뿐 다른 전문의들은 없다고 보면 되고 채혈실도 엑스레이실도 전부 10분거리의 다른 병원에 있다. 이 병원의 물품 보관소는 그래서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보관소 창문 근처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물품 보관소가 바쁜때는 당연히 한 겨울이다. 나는 지금이 겨울이라는것을 창문을 통해 오며가는 육중한 코트들 대신 그녀의 손에 쥐어진 털실 꾸러미와 대바늘을 통해서만 감지 할 수 있었다. 여름의 물품보관소는 휴가중이다. 더이상 누구에게도 코트도 머플러도 필요없는 계절인것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그녀는 어쩔 수 없는 휴가를 부여받는것일까?  그녀는 여름 내내 무엇을 할까.  




루비네 Rūbinė 는  '옷' 이라는 의미인 루바이 Rūbai '를 장소화한 명사이다.  루바슈카라는 러시아의 의상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동일한 어원일까?  때에 따라서 Drabužinė 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공간도 있지만 이 단어의 어감은 좀 더 격식있고 옷의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미적인 면을 강조한 느낌의 단어이다. 옷을 맡기면 이런 번호표를 준다.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 돈을 물어야 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5.09.24 06:28


리투아니아에서는 병원에 가도 왠만해서는 약을 잘 처방해주지 않는다. 주사 한 방 맞으면 단번에 나을 감기 같은데 주사 처방은 더더욱 안해준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이 보건소에서 무료 검진을 받기때문인지 국가 예산상 불필요한 지출의 발생을 최대한 줄이려는것도 같다. 리투아니아에서 약 대신 주로 처방해주는것이 바로 허브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방광염 같은 질환을 앓을 경우 크랜베리잎을 처방해주는데 실제 약국에서 파는 방광염 치료제를 보니 크랜베리 농축액이 담긴 캡슐인 경우가 많았다. 약국에 가면 각종 약초들이 담긴 상자가 즐비하다. 몸이 어디가 아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들도 보통은 무슨무슨차를 끓여먹으라는 조언을 많이 해준다. 



아기의 배꼽 검사를 하러 온 의사 선생님이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신생아 피부 관리에 조언해준것이 있으니 바로 이 약초였다

이름하여 라키슈 죨레, Žolė 는 풀, 약초를 의미하는 리투아니아어. 검색을 해보니 bidentis 라는 허브는 한국에서는 도깨비 바늘, 귀침초라고 불리우는 한약재인듯. 물론 신생아에게 마시게 할 수는 없고 차를 끓여서 식힌 물로 몸을 닦아주기 위한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녹차 티백으로 피부를 진정시키게 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리투아니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캐모마일도 신생아 입욕제로 많이 쓰인다. 



Acorus 라는 브랜드는 각종 허브를 제조하는 회사로서 리투아니아의 약국에는 두세개의 허브 제조 브랜드가 있는데 사실 설탕을 타서 마시는 차도 아니니 차를 끓여 마셔보면 맛은 정말 거의 비슷하다. 치료 성분이 있으니 많이 마시는것은 좋지 않다. 약 대용으로 마시지만 임산부에게는 역시 금지품목중 하나이다. 아기 피부에 처방된 이 차는 음용을 한다면 소화기관을 원활하게 하고 입욕제처럼 쓰인다면 피부관리에 좋다고 적혀있다. 특히 해열 해독 기능이 있으니 열이 많은 태아의 피부가 발갛에 부어오르거나 할때 잎을 우려낸 물로 피부를 닦아주라고 왕진 온 의사선생님이 말씀해주심.



이렇게 우려내서 찻 잎은 걸러내고



수건으로 적셔서 닦으니 하얗던 수건이 샛노래졌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5.07.30 02:55






<빌니우스 출산 병원>


'아이를 어디에서 낳을거야?'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면 누구나 듣게 되는 질문이겠지만 리투아니아에서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꽤나 한정되어있다.

한국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출산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고는하나 모르긴해도 출산 병원에 대한 선택권은 훨씬 폭넓을것이다.

300만여명의 인구가 사는 리투아니아에서, 인구 50만명 남짓의 미니 수도 빌니우스에서라면 어떨까.

국민 대다수가 한국의 보건소와 같은 국립 병원을 이용하는 이 곳, 빌니우스에서 무료로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대략 3곳이다. 



출산을 1주일정도 앞두고 우리도 아이를 낳을 병원을 방문했다. 

방문이라고 해봤자 그냥 어디쯤인지 위치를 알아두려는것이지 출산전에 행정적으로 해야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집에서 걸어서 15분정도, 빌니우스 중앙역 뒤편을 조용히 걷다보면 나오는 병원.

 사실 중앙역 뒷동네는 우범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평소에는 갈일이 거의 없는 동네인데 병원이 있는곳은 나무도 우거지고 

고요해서 살기 괜찮은 동네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9달동안 한달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던 병원과 아이를 낳을 병원은 분리되어 있다.

진통이 시작되면 9달동안의 내 상태가 기록된 수첩과 출산 가방을 들고 출산이 가능한 세 병원중 한곳에 가면 되는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어디에서 낳겠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보통 이 세곳 

'티젠하우주 tyzenhauzų, 안타칼니오 Antakalnio, 산타리스(sh)키우 Santariškių.' 중 하나이다.

빌니우스를 큰 덩어리로 나눴을때 각각의 지역에서 접근이 용이한 거리에 위치한 병원들이다.



네이버에서 출산 관련 지식을 검색하다보면 자주 보이는 한국의 출산 관련 켜뮤니티나 카페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육아관련 커뮤니티들이 있다.

구글 리투아니아에 '출산 병원' 키워드를 집어 넣으면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질문은

'어떤 병원에서 낳는게 가장 좋아요?' 와 '출산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요?'.

첫번째 질문은 내가 생각할때 우문이고, 두번째 질문도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한 병원들은 순수 출산에 관련된 비용은 청구하지 않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 좋은 개인 병원이나 값비싼 치료센터가 아닌 보건부 산하의 공짜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엄마들이 

출산과 관련된 병원 시설이나 의료진의 실력, 산후 관리에 관해 의문을 가지는것은 당연한일이다.

특히나 아직까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공산주의적 관습이나 사고방식들이 곳곳에 남아있을거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진 못한 공공기관이라면 말이다.



임신 기간동안 병원에서 제공하는 출산 교실에 참여했는데 임신중 음식 섭취나 신생아 예방 접종,신생아 돌보기와 관련된 다섯시간 남짓의 수업이었다.

소박하게 대여섯명의 임산부들이 의사와 옹기종기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식의 수업이었는데

마침 '어떤 병원을 추천하겠느냐'는 한 산모의 우문에 의사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한것이

'본인이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졌다면 어느 병원이라도 적합할것이다' 였다.

지나치게 상대적이고 극단적인 대답일지 모르지만 저와 같은 질문에 더이상 이상적인 대답은 할 수 없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같은 병원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은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기질과 성격,평소의 사고방식에 따라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대처하고 기억하는 우리들이 아닌가.  



<빌니우스 출산의 집 Vilniaus gimdymo namai>


병원로고와 조각. 아무리 봐도 아이를 낳는 병원임을 보여준다.

직장을 가진 여성이라면 임신 기간동안의 진료비와 출산 비용은 따로 들지 않음에도

출산 비용을 묻는 질문은 마치 뇌물처럼 혹은 감사치레로 환자가 의사에게 돈을 주는 관습이 일부 남아있기때문이다.

이들 출산 병원의 급여체계를 알지는 못하지만 의료진의 급여 수준은 분명 사설 병원 의사의 그것과는 현저하게 다를것이다.

환자이기이전의 고객으로써 정해진 의료 서비스를 받고 많든 적든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는 사설 병원이 아닌

나라의 예산으로 경영되는 병원이니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우선 고임금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의사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것도 구소련 시절의 사고방식이고 

그러한 사고방식이 의료진의 사고방식도 과거에 머물게끔하는 악순환을 일으키는것같다.

그래서 일부 불안한 산모들은 출산 전에 미리 병원에 방문에서 아이를 낳을 의사와 미리 합의를 해놓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에는 그냥 출산 당일 병원에 방문해서 처음 보는 의사들과 간호원들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사실 나의 출산 당일은 출산 예정일을 하루 넘긴 날로써 이날도 출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담당 의사를 방문했어야 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진통이 시작되었고 너무 일찍 병원에 가지 말라는 조언을 상기시키며 '아 이 정도 진통은 내 생각보다 세지않은 진통이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다

진통이 와서 출산을 할것 같으니 방문하지 않겠다고 진료시간에 맞춰 담당의사에게 전화해서 알렸다.

진통간격과 진통시간을 얘기하니 항상 무뚝뚝하고 엄격하던 의사는 빨리 병원에 가지 않고 뭐하고 있냐뭐

 뭐랄까 굉장히 걱정스럽고 상기된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리고 만약에 아이를 낳는다면 내일 꼭 전화해서 다음 방문 날짜를 잡자고 친절하게 얘기했다.




사실 9개월간의 진료에서 우리의 대화 패텬은 항상 정해져있었다.

'컨디션은 어때요?' 

'좋아요. 불편한데도 없구요'

그럼 침대에 올라가서 배둘레를 쟤고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다음번 소변검사나 피검사 용지를 주며 다음 진료 날짜를 잡는걸로 끝이 났다.

출산 직 후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받고 한 달 반후에 방문하는걸로 약속을 했다.



출산 전 병원에 방문했을때 내가 알고 싶었던것은 단 하나. 많은 입구가 있을텐데 헤매지 않고 어떤 입구로 빨리 들어가야 할까였다.

그리고 일주일후에 택시를 타고 바로 이 입구에 도착, 1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출산실에 들어섰다. 

출산까지 병원에서의 세시간 반의 시간, 9개월의 시간이 정말 휘리릭 하고 지나갔다고 느껴졌다.



자연분만후 보통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 3일정도 병원에 머물게 되고 퇴원을 시킨다.

원한다면 남편이 출산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다. 출산 전에 의대생들의 출산 과정 참여여부에 관해 묻고 서명하는 부분도 있다.

내 경우 남편이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 함께 했다. 세시간 내내 진통이 오는 순간 손을 잡아 주었고 물을 주거나 땀을 닦아주며 

가끔 의료진과 농담도 나누는등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번은 리투아니아의 티비 프로에서 남편의 출산 과정 참여에 관한 찬반 토론이 있었던적이 있다.

산모 스스로가 남편의 참여를 원치 않는 경우 체질적으로 약하거나 피를 두려워하는 남편들이 원치 않는 경우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경우 등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는데 글쎄, 개개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남편의 참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출산 후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한 방에서 3일을 지냈다. 

거동이 불편하고 모든 새로운것에 적응하는것은 힘들었지만 뭔가 굉장히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쏭달쏭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 우리를 쳐다보는 남편.

짧고도 긴 터널을 무사하게 지나왔다는 안도감에 행복했던 3일이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