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2018.05.28 07:00




12년전 내가 리투아니아에서 처음 맛보고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던 음식이 딱 두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걸쭉하게 끓인 세몰리나 위에 시나몬 가루를 적당히 섞은 설탕을 솔솔 뿌려서 먹는 음식. 리투아니아에서는 마누 코셰 manų koše 라고 부른다. 마누는 세몰리나를 코셰는 죽을 뜻함. 설탕을 흩뿌리고 그들이 조금씩 촉촉히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관조하며 조심스럽게 걷어내어 먹는 음식. 세몰리나는 끓는 물에 넣는 순간 금새 걸쭉해지기 때문에 양조절을 잘해야 한다. 숟가락으로 조금씩 넣고 천천히 젓다가 우유나 버터를 첨가할 수 있다. 난 이 음식이 정말 좋다. 무거운 음식이 부담스러운 아침에 주로 먹고 병원 음식으로 자주 나오고 주로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지만 어른이어도 가끔 생각이 나면 먹게 되는 그런 음식. 어떤 친구는 정말 제일 싫은 것이 이것이라고 할 정도로 어린시절 물리게 먹는 음식. 잼을 넣어서 먹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색깔이 선명하고 맛이 확실한 잼을 섞어서 먹기에는 가장 순수하고 절제된 결벽적인 포리지라고 생각한다. 굳이 잼을 넣어야 한다면 무화과잼이나 연한 살구잼이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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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8.01.13 08:00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가장 큰 전통으로 여기는 리투아니아. 카톨릭이 주된 종교인 나라라고 해도 모든 나라들이 이브 저녁을 중요시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리투아니아인들이 이브 저녁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이브 저녁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전통대로라면 12가지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는게 맞는데 그래서 보통은 헤링과 같은 생선이 주된 메뉴이다.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을 했어도 헤링의 맛있음을 아직 깨닫지 못 한 불쌍한 나를 위해 달걀물을 입힌 생선전이 한 접시 올라온다. 



다른 음식들은 보통 식탁 중간에 놓여져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하는 자정까지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접시에 조금씩 덜어 먹는 식이고 모두가 한 접시씩 받는 메인 메뉴는 고기소 대신 버섯을 넣은 만두이다. 여름에 채집해서 물에 끓여 통조림에 닫아 놓은 버섯을 바닥에 러시아어가 새겨진 수동 그라인더로 간다. 어딜가나 예외는 아니겠지만 역시 옛날 물건이 좋다. 제이미 올리버표 강판이나 마늘 짜개가 마트에 깔려도 여전히 소련 시절에 대량 생상된 투박한 부엌 용품들이 군더더기없이 제 기능을 다한다. 그렇게 알맞게 갈아낸 버섯을 양파와 함께 기름지게 볶는다.  그런 버섯소를 넣어서 그냥 포크 끝으로 피를 누르는 만두. 그리고 만두 속에 작은 물체를 넣어서 그 해의 운을 점치는 작은 게임도 한다.



금전운이면 우선 작은 동전이고 그때 그때 손에 집히는 여러가지 물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집어 넣는것.  재능운, 여행운, 행복, 건강운 등등. 나는 올해 지혜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뭔가 적합한 물체를 찾아 보았으나 찾아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눈에 들어온것이 스타워즈의 요다 스탬프였다. 몇 해 전에 한 마트에서 11유로 이상 구입하면 30여종 의 스타워즈 캐릭터 스탬프가 하나 담긴 봉지를 나눠 주곤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요다.  요다의 혜안과 지혜를 가질 수 있다면. 아쉽게도 저 묵직한 요다를 집어 넣으려면 왕만두를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되면 누가봐도 요다가 들어있는지 아는 만두가 될 것이므로 넣지 못했다. 일인당 5개의 만두가 주어졌는데 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만두피에 도장이라도 한 번 찍어 볼 걸 그랬다. 하지만 그래도 포스는 나와 함께 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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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7.09.04 08:00



 내가 이곳에 살지 않는다면 난 분명 이 디저트를 그리워하게 될거다.  최소한 뭘 그리워하게 될 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 뭔가를 그리워하는 것 만큼 중요할 때가 있다.  오래도록 먹지 않으면 항상 생각나서 사먹게 되는 식품중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코티지 치즈 디저트.  코티지 치즈는 콩으로 만든 두부만큼이나 단백질 함량이 높다. 그래서 살을 빼려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저지방 코티지 치즈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일반 코티지 치즈는 지방함량이 0.5%, 2%, 9%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밀가루와 반죽해서 수제비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질감이 거칠다.  이 디저트는 그것보다는 수분함량이 훨씬 많고 바스러져서 알갱이화(Grūdėta) 되어 있는 짭쪼롬하고 고소한 간식거리이다.  





위에서보면 그냥 이어진 통 같지만 실제론 이렇게 잼과 치즈 부분이 나뉘어져 있다.





뽀드득뽀드득 미끌미끌한 식감이다. 잼은 자두맛과 블루베리맛 살구맛이 있는데. 살구맛 잼은 다 섞어도 약간 모자른듯 싱거운 느낌이 있고 블루베리는 색깔도 워낙에 진한데다 다 부우면 맛이 너무 강해서 조금씩 넣어 먹고 자두맛은 다 부어도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아서 보통은 전부 넣어서 먹는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먹어도 사실 고소하고 맛있다. 그럴경우에 잼은 비스킷에 발라 먹으면 됨. 





아..나는 저 잼이 치즈와 섞일때의 느낌이 너무 좋다. 전부 다 섞어서 잼 색깔로 만들어 버리고 먹기 보다는 그냥 한 입씩 섞어 먹는게 가장 맛있다.  나는 이게 정말 맛있는데 내가 이미 이곳의 식품들과 입맛에 익숙해져 버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래서 못먹게 되면 먹고 싶어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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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6.05.27 09:00

상점에 가끔 나오는 고구마.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다. 크기도 커서 고구마 하나를 보통 네등분정도 해서 쩌서 먹는다.  색깔도 당근처럼 진하다. 어제 산 고구마는 세네갈산 고구마였다. 단백질의 근원 코티지 치즈. 먹을거 없을때 잼이랑 자주 섞어 먹는다. 리투아니아어로는 varškė. 리투아니아에서 두부를 sojų (soy) varškė 라고 부르는데 이 코티지 치즈의 식감은 콩비지와 거의 비슷하다. 리투아니아인들에게 두부에 대해서 설명해야할때 알기 쉽도록 예로 들 수 있는 리투아니아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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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5.10.04 15:38



얼마 전 남편에게 회사에서 점심은 뭘 먹었냐고 물어보니 회사 동료의 여친이 케잌을 만들어와서 직원 전부가 모두 배부르게 먹었다는것이다. 오븐을 쓰지 않고 만든 차가운 케잌이었는데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이런 케잌을 팅기니스 Tinginys, 그러니깐 Lazy cake, 그냥 '게으름뱅이'라고 부른다. 오븐을 쓸 필요도 없고 머랭을 칠 필요도 없고 그저 주어진 재료들을 차례대로 쌓아 올려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굳혀서 먹는 케잌인데 가장 대표적인 '게으름뱅이'는 연유나 누텔라에 버터를 섞고 비스킷을 부셔넣어 랩에 싸서 하루 정도 놔뒀다가 잘라 먹는것. 직장에서 케잌을 먹으면서 남편은 약간 변형된 그 케잌의 종류를 언급하려는 의도로 '아 그러니깐 이거 일종의 '게으름뱅이'구나 했는데 케잌을 만든 동료의 여자친구를 일컬어 게으름뱅이라고 한것처럼 되어버려서 다들 웃었다고 했다. 별다른 베이킹 도구나 수고없이도 만들 수 있는 케잌이니 게으름뱅이라는 이름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 그래서 만든이를 게으름뱅이라고 해도 기분나빠하는 사람은 없다. 그 주 금요일에 남편이 맛있는것을 만들어준다길래 잠깐만 부엌을 비워달라고 했다. 뭘 만들려고하는지 궁금해 장을 봐온 영수증을 몰래 봤는데 늘상 먹던 바나나와 비스킷 그리고 맥주들, 그런데 슈가 파우더가 눈에 들어왔다. 아, 혹시 그 게으름뱅이를 만들려는건가? 그 날 남편은 나중에 뭘,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테니 사진을 찍어놓겠다고 했고 다음날 아침부터 그 주말 내내 그 게으름뱅이를 먹어치운 우리는 어제 다시 한번 게으름뱅이를 함께 만들었다. 사진들은 두번의 게으름뱅이를 만드는 과정을 섞어놓은것. 



필요한 재료는 사워크림과 슈가 파우더 그리고 좋아하는 비스킷과 바나나. 게으름뱅이의 장점이라면 재료의 변형이 가능하다는것. 우리는 메두알리스 Meduolis 라고 불리우는 리투아니아의 부드러운 비스킷을 사용했는데 약간 달짝찌근한 비스킷이라면 다 사용 할 수 있을듯. 개인적으로 한국에 아직 샤브레가 판다면 샤브레로 만들면 맛있을것 같고 가장 일반적인 에이스를 사용해도 맛있을것 같다. 초콜릿이 들어간 칙촉을 사용해도 색다를듯. 그리고 바나나나 딸기,키위처럼 부드러운 과일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나나가 가격대비 가장 훌륭한 재료인듯. 우선 우리는 나름 가장 진하고 맛있는 브랜드의 30% fat의 사워 크림 500g에



슈가 파우더를 밥 숟가락으로 세 숟갈 넣고 잘 섞는다. 미카엘처럼 근육 자랑하며 머랭을 칠 필요는 없고 그냥 새끼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서 달짝찌근해질때까지 저어주면 된다. 그리고보니 냉장고가 필요해를 본지도 한 3달이 넘은듯. 나라  전방위에서 이 프로그램을 소모하고 있는것 같아 사실 다시 보기도 겁난다. 설탕을 넣은 사워크림만큼 달고 맛있는게 없다. 물론 식빵에 버터를 발라 그 위에 설탕 뿌려먹는것 만큼 칼로리는 높겠지만. -.- 



그 다음에는 가지고 있는 비스킷을 모두 부순다. 너무 잘게 부숴서 날아가지 않도록 적당히 정도껏 부순다. ㅋ



그리고 바나나도 동전 3개정도 두께 만큼 동그랗게 자른다. 그리고 굴러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둔다. ㅋ 그러면 재료준비는 끝.



대단한 케잌에 쓰여지는줄 착각하고 냉장고 밖으로 나온 버터를 적당한 깊이가 있는 모양을 잡아 줄 아무 용기에 구석구석 바른 후 곧바로 냉장고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이제 준비된 재료들을 차례대로 담아주면 된다.

 


먼저 비스킷의 1/3을 용기에 부어준다. 그리고 준비된 사워크림을 비스킷 위에 촘촘하게 채워준다.



잭슨 플록에 빙의한것처럼 마구 흩뿌려준다.



구석구석 사워크림을 발라준 후에 잘라놓은 바나나를 한 겹 얹는다.



그리고 다시 바나나위에 사워크림을 붓는다.



다시 마치 파종을 하듯 힘차게 비스킷을 뿌리고 



아 난 정말 너무 게으르다 자책하며 다시 한번 사워크림으로 덮는다.



그리고 남아있던 비스킷을 전부 쏟아붓는다.



마치 식목일에 강낭콩을 심어 놓은듯한 비주얼이 된다. 시루떡 같기도 하다. 사뭇 시루떡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지는데?



그리고 냉장고라는 이름의 차가운 오븐으로 옮겨서 냉장고속의 각종 세균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숙성시킨다. ㅋ



그리고 드디어 다음날 아침 차갑고 육중한 게으름뱅이를 꺼내고 유유자적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소중한 용기가 상하지 않도록 칼대신 싹싹이 주걱으로 살며시 자른다. 이쯤되면 우유를 데워서 우유 거품도 만들어준다.

7년전에 사온 싹싹이 주걱이 공교롭게도 리투아니아 국기랑 색깔 배열이 똑같다. 한국에 아직 팔면 다음번에 왕창 사가지고와서 온몸에 국기를 감고 국경일날 나가서 팔아도 될 것 같다. 국기가 너무 안 예쁘다고 바꾸자는 얘기가 간혹 흘러나오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귀여운 색동 리투아니아 국기. 노란색이 윗부분임. 



이것은 지난주에 남편이 혼자 만든것. 좀 더 단단한 비스킷을 써서 모양이 더 잘 잡혔다. 케잌 느낌도 물씬.



아몬드가 있어서 갈아서 뿌려주었다.

다시 한번 총정리는 하자면 500g 사워크림+바나나 4개+비스킷 500+ 슈가 파우더 3숟갈 = 게으름뱅이 라는 공식



코코아 가루나 코코넛가루를 좋을듯. 아무튼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참 편리한 케잌이다. 게으름뱅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매우 쉬운 케잌 만들기인가? 아무튼 계산을 해보니 재료비가 총 4유로가 들었으니 한 조각당 50센트 정도다. 너무너무 맛있다. 냉장고를 열면 케잌이 한사발이 있다니 행복한 주말이 아닐 수 없다. 저렴하니 자주 만들어 먹어서 돼지가 될것인지 비싸더라도 만들어진 케잌을 아주 가끔 사 먹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케잌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