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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7.09.05 베를린 카페 07_THE BARN (3)
  4. 2017.08.26 베를린 카페 06_Distrikt coffee (5)
  5. 2017.08.21 베를린 카페 05_Double Eye (7)
Cafe2017.12.04 08:00





베를린의 많은 유명하고 매력적인 카페가 있겠지만 베를린을 생각할 때 가장 눈에 밟히는 곳은 어쨌든 바로 이곳이다. 머물던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의 동네 카페.  직접 볶은 콩을 갈아서 만든 신선한 커피를 파는 것도 꽃잎 흩뿌리고 온갖 슈퍼푸드로 치장된 트렌디한 브런치를 파는 것도 아니지만 난 아마 다음번에도 베를린에 가자 마자 다음 날 아침이면 이 곳에 갈거다.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코르토나의 호스텔에서 무료 아침을 먹기 위해 힘들게 일어나 식당에 내려왔을때 보온 물병에 담겨 있던 옅게 희석된 커피와  식빵을 상처내던 딱딱한 일회용 버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아침을 생각하며 내가 다시 그 곳에 갈 것임과 마찬가지로. 



이 카페에 세 번을 갔는데 두번 서있었던 어느 항해사의 캠핑차. 



일찍 일어나서 여기서 아침 먹자 했지만 결국 항상 12시가 다 넘어서야 갈 수 있었던 이 곳. 다음에는 빅 레보우스키의 듀드처럼 파자마에 샤워 가운 걸치고 이곳에 가서 아침 먹을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있었으면.  아니 그런 샤워 가운이 친구에게 있었으면. 술도 팔았던가. 이곳에서라면 아침부터 듀드처럼 화이트 러시안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심. 



당시 베를린의 날씨는 가끔 바람이 불어 춥기도 했지만 해가 나면 따뜻하고 덥기 까지 했던 전형적인 유럽의 초여름 날씨 였다. 항상 바깥에 앉길 원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아직 바깥 테이블이 준비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넉넉한 앞 마당을 지닌 고요한 거리에 위치했던 이 곳은 항상 붐볐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했다. 유럽 카페들 특유의 적막이 좋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곳에서 가장 큰 소리는 커피 머신이 토해내는 소리이다.  빨래방의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나 기차역의 안내 방송처럼 항상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이 방출해내는 절대적인 소음이 다시 가고 싶다 혹은 또 돌아왔구나 의 농밀한 소속감을 주듯이.



첫째날에는 (http://ashland11.com/531) 프렌치 토스트를 먹고 주전자 커피를 마셨다. 베를린에 가면 매번 커피를 마실때마다 케익을 먹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케익이나 파이 자체가 땡기지 않아서 많이 먹지 못했다. 하지만 두번째 갔을 때는 저 치즈케익을 먹었다.  배가 불러서 반은 남겨와서 다음 날 터키 커피 믹스와 맛있게 먹음.  하루가 지났어도 그 촉촉함은 그대로 였다. 




호박 수프를 한 대접 먹어서 케익은 물론 커피도 잘 마셔지지 않았던 것. 



표구 된 메뉴. 



정적.  당연히 장식용 빈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소금과 후추통, 가장 작고 뚱뚱한 병을 보니 왠지 물을 담아서 테이블로 가져 가는 용도 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일요일 정오의 느낌.  



예쁘다 램프.



카페 앞의 인도 식당에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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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9.28 21:16





그날은 비가 내렸다. 갑작스럽고도 짧은 비로 하루 온종일 후덥지근함이 지속되었다.  왠지 모든 탓을 비로 돌려야만할 것 같은 날의 그런 가엾은 비들이 있다. 비 내리는 횡단 보도를 건너 현금 지급기가 여러 대 놓인 은행 건물로 들어섰을 때 손수 문을 열어주고는 자신의 동전통을 내미는 아저씨가 있었다.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를 떠올리게 했던 차림의 그 아저씨,  하지만 시드 비셔스처럼 취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모아진 동전으로 무얼 했을까.  빌니우스에는 꽤나 알려진 거리의 여자와 남자가 한 명씩 있다.  매우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매일 빌니우스 근교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빌니우스로 출근을 해서 보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부탁하거나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하시고 매우 '공식적인' 동전을 받으시는 '로제', 장미 라고 불리우는 할머니. 언젠가 빵 집 한 켠에서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녀를 걸어다니면서 자주 본다. 또 다른 한 명은 짐들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다니면서 한 여름에도 겨울 부츠를 신고 오랫동안 감지 않은 머리가 마술사의 탑햇처럼 굳어져버린 아저씨이다.  식당에서 일했던 초기에 나는 그와 거의 매일 아침 만났다. 그는 식당이 문을 열기 전에 들어와 남은 음식이 있는지 묻거나 유로를 쓰지 않을 당시에 1리타스를 내밀며 커피를 부탁하곤 했다. 내가 일하는 식당은 커피를 팔지 않았음에도. 커피에 헌정된 그 1리타스는 나에게 퍽이나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느껴졌더랬다. 그는 음식을 부탁할때에는 단 한번도 동전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진짜 이야기는 모른다. 그들도 굳이 그것에 대해 말하려 애쓰지 않았다. 나는 베를린의 시드 비셔스 아저씨도 그날의 비 그친 오후에 커피를 마시러 갔었더라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나는 <말라노체>의 월터가 새벽의 상점일을 끝내고 허름한 아파트로 돌아와서 마시던 커피도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의 약물 재활중인 밥이 집으로 돌아와 고독속에서 들이키던 커피도 기억이 난다.  어떤 방식이로든 어떤 모습의 삶이었든 그냥 주어진 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들.  커피는 오히려 이미 어떤식으로든 깨어있는 자들을 위한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 무엇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 마신다고 하기에 커피는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  커피는 한바탕 쏟아지고 자취를 감추는 스콜이라기보다는 무던하고 은근한 몬순에 가까운 놈인지도 모른다.


 

 


베를린에서 몹시 이성적이고 친절한 스콜을 맞닥뜨린 그날 찾아 간 카페의 이름은 재미있게도 Five Elephants 였다.  게다가 이 다섯 마리 코끼리의 카페는 이전의 베를린 카페들은 가지고 있지 못했던 커다란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있는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모이는 동네 평상 같은 아늑함.  겹친 다리위에는 책을 쥔 손이 놓여져 있고 더 이상 일상적일수 없다는 표정으로 커피를 들이키던 사람들이 카페 옆으로 난 건물 현관에 열쇠를 꽂으며 집으로 돌아갈 것 같은 그런 느낌.  미테의 북적한 브런치 카페가 주말을 맞이한 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뿜어내는 해방감으로 가득찼었다면 이곳은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분주했던 주말을 빠져나와 가까스로 자신만의 한가로운 오전을 만끽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퍽이나 개인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야외 테이블의 느낌만으로는 월요일 오전에 가고 싶은 그런 카페이다.  느낌상 디스트릭트 커피와 (http://ashland11.com/605) 비슷하지만 두배 정도는 거리폭이 넓었고 좀 덜 졸렸다.  노이쾰른의 투앤투 라는 카페와 비슷한 면적의 야외 공간이지만 투앤투 카페는 짙은 소음과 먼지를 친구로 가지고 있는 카페라서 이곳과는 또 좀 다르다. 





코끼리 카페의 아프리카 지도.  5개의 지도마다 연도가 표시되어 있어서 시기마다 아프리카의 식민지 지도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설마 아프리카의 코끼리 분포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는 아닐 것이다. 커피 재배지를 나타내는 지도였을까? 그런것 같지도 않다. 근데 커피와 코끼리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커피와 기린, 커피와 톰슨가젤보다는 커피와 코끼리의 조합이 좀 더 그럴 듯해 보이는 것 같다. 코끼리는 코로 커피잔을 쥘 수 있을 것도 같다. 





여기도 지도가 있었네.  저런 물병 속은 어떻게 씻는걸까. 달걀 껍질을 넣어서? 어차피 깨끗한 물만 담기고 항상 부어서 마시는데 안 씻어도 된다고 하려나?   아프리카와 코끼리 그리고 커피. 이 지점에서 생각나는 한 편의 영화 <그린 카드>. (http://ashland11.com/117옥상의 멋진 온실이 딸린 아파트를 갖고 싶은 브론테.  아파트 주거자들이 규정한 구입 조건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는 프랑스인 조지와 서류상의 부부가 된다.  온실이 딸린 아파트가 가지고 싶어서 처음 보는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여러모로 굉장히 달랐던 두 사람. 브론테는 식물 기르기가 취미인 환경 운동가이다. 새모이(조지의 표현) 뮈즐리 같은 것 만 먹고 커피도 디카페인 커피만 마신다. 조지는 거침없다. 그는 모카 포트를 들고 다니고 자유분방하고 거침없고 즉흥적이지만 까탈스럽고 이성적인 브론테에 비해 정적이고 따뜻하다.  그들은 서류상의 부부가 된 후 헤어져 따로 떨어져 살지만 이민국의 심사 때문에 얼마간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 간다. 그들의 집에 방문한 이민국 직원이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아프리카' 라고 대답한다,  '조지는 코끼리도 잡았어요'  물론 그들은 아프리카는 커녕 함께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다. 그들이 위장 결혼 브로커를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만났던 장소가 아프리카 라는 이름의 카페였던 것이다.   





얼마전에 쓴 '누군가의 커피' (http://ashland11.com/635) 에서 묘사한 비오는 날의 테이블 의자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베를린과 빌니우스의 카페 테이블이 똑같구나.  이케아 테이블이다.  유럽의 어딜가도 이케아 물 컵. 이케아 전등갓. 이케아에 자체 브랜드 커피도 있었던가? 북유럽의 기후는 정말 커피를 부르는 기후인데 오히려 커피는 계절 구분이 극명한 지역에서 더 열심히 마시는것 같다.  하긴 북유럽의 기후에서는 왠지 밖으로 나가 카페에 가기 보다는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더 포근한 느낌이다. 집에서 이케아 가구에 둘러싸여서 털 양말 신고 담요 속에 들어가 무한 필터 커피 마시기. 이케아 패밀리 카드 들고가면 커피는 그냥 마실 수 있었는데. 이케아의 음식은 별로 맛이 없지만 케익이나 머핀은 무료 커피와 마시기에 내 입에는 나름 훌륭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이 코끼리 카페는 원래 카페를 하려던게 아니라 케익 가게를 하려던 거였다고. 그래서 여기 치즈 케익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보통은 그런거 원래 잘 모르고 가니깐 놓치고 오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또 오라는 계시라며 합리화 한다.  하지만 알고가도 정말 땡기지 않으면 또 안 먹고 오게 된다. 그럴 때엔 또 다음에 와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심지어 열심히 찾아 간 카페에서 맥주만 마시고 오기도 하는 법이니깐. 하지만 그 치즈 케이크를 먹지 않았음에도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는 아마 이 야외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비가 한 차례 내렸으니 더 이상 내리지 않고 점점 개어 가고 있다는 느낌의 날씨도 그날을 기분좋게 했다. 프리드리히 샤인의 넉넉한 녹음과 탁 트인 거리가 이 동네의 다른 카페들을 궁금하게 하기도 했다.





이날은 에스프레소와 레모네이드 한 잔을 마셨다. 이곳도 자체 로스터리가 있고 미테에 다른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미테의 코끼리 카페는 왠지 좀 다를 것 같다. 그곳에도 아프리카 지도가 걸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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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9.05 08:00




지나고 나면 그리워질 만한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 저녁 무렵에 아침에 마셨던 그 커피를 그리워하게 될거라 짐작하는것은 그날 저녁이 되어 다음날 아침에 마실 커피를 그리워 하는것과는 좀 다른것이다. 내일 마실 커피는 기다리면 된다.  오늘 아침에 마시고 있는 '그' 커피는 곧 세상에서 단 한잔이 되어버릴 커피이다. 그것은 내일이 되면 없는것이다.  그리움은 엄연히 과거를 향한 감정이기에. '네가 그리워질거야' 라고 말하는것은 그 과거에 대한 감정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에. 그것에 관련된 모든 시간을 그 영역안에 가둬버리는것이다. 그리워질 것들에 대한 생각들은 그렇게 그들과의 현재를 더 밀도있는 시간으로 만든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한 잔의 커피는 그런 의미이다. 그 커피의 산도와 밀도와 온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것은 오히려 통속적이다. 나쁜 커피와 좋은 커피는 오히려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 모든 부서질만치의 가벼움을 안고 묵직한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것.  커피에 대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것, 그리워질 것들과 지나온 시간에 대해 최대한 사려깊고 예절 바르고 싶은 마음인것이다. 미테의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유난히 어린 아이들로 붐비던 어느 날,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닐 그 카페인들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이 카페 저 카페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정맥으로 통하는 톨게이트 앞에서 대기중인 분출 직전의 카페인을 만나는것이다.  디스트릭트 커피 (http://ashland11.com/605) 에 가기 직전에 들렀던 Barn 카페.  자체 로스터리를 가지고 있고 Cafe Kranzler 라는 플래그쉽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아쉽게도 그 카페에는 가보지 못했다. 베를린에서 맛있었던 커피 세잔을 꼽으라면 아마 이 카페의 에스프레소도 포함 될 것이다.  조금 넓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 싶은 좁은 장소들에 매력을 느끼는것도 같다.  이런 형태의 검은 커피잔을 많이 봤지만 이 잔은 특히나 더 둥그스름하고 두꺼웠다. 겨울의 커피에 좀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 날은 몹시 더웠어서 커피잔이 커피를 이중삼중으로 악착같이 물고 있다 느껴질 정도였다.  잔이 점점 좁아져서 안그래도 얼마 안 담겨있는 커피가 사라질것도 같았다. 붐비는 틈속에서 신속하게 추출된 커피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속에서의 커피들보다 1.3배는 더 뜨겁게 느껴진다. 쉴틈없이 움직이는 기계의 열기도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찰에서 비롯되는 온기도 고스란히 품어버리는 어떤 절대적인 온도. 그러니 식을틈을 주지않고 마시게 되고 그렇게 마신 커피는 당연히 맛있다.  



이 카페에서 추가샷은 그냥 싱글샷과 똑같이 2유로였다.  생각해보니 모두가 똑같은 싱글샷이고 엑스트라 샷이 냉면 사리도 아니고 짜장면 곱배기 인것도 아니니 가격이 같은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추가샷을 싱글 에스프레소 보다 더 싸게  파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왜 싸게 파는지 오히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추가샷이 웨이트리스가 필립스 커피 메이커를 들고 다니며 나른하게 리필하는 커피도 아닌데 말이다. 이밖에도 메뉴에는 보통의 카페에 있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없는 대신 코르타도가 있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거의 동등한 비율로 만들어지는 이 두 커피중에서도 코르타도가 뭔가 좀 더 진하고 걸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감 때문이기도 할꺼고 마끼아토가 워낙에 카라멜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어 다녀서 여러모로 그냥 달콤한 커피 느낌이 많이 들어서일거다. 이 카페의 메뉴는 유분도 수분도 최대한 절제하고자 하는 인상을 주었다. 싱글샷과 더블샷을 베이스로 하는 두 종류의 라떼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커피가 너무 맛있는 나머지 라떼와 같은 우유 홍수 속에서도 제발 우리 커피 맛을 조금만 더 느껴주지 않겠니 하는 심정에서 아예 더블샷 라떼를 메뉴에 추가해 놓은거다.  '가능하면 더 진하게, 더 커피 본연의 느낌'으로의 모토가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직접 고르고 정성들여 볶고 심혈을 기울여 추출하는 커피 그 자체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거다.  콩이 좋지 않다면 커피가 맛있지 않다면 우유와 시럽과 각종 비주얼 담당들을 소환하여 최대한 요란스러운 커피를 만들려 노력할것이다.  어쨌든 이런식으로 카페 메뉴에 변화를 주는 곳들이 좋다. 아주 미미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어떤 원칙과 철학이 있는것인지 짐작이라도 해보게 하는것이다. 



그리고 이 설탕. 카페 더블아이 (http://ashland11.com/603) 에도 있던 설탕.  보난자 카페에도 이 설탕이었나?  시나몬 냄새가 날 것 같은, 일군의 트뤼플 초콜렛이 앞구르기를 하며 지나갈 것 같은 코코아 파우더 같은 느낌,   이 설탕은 원래는 알갱이인 설탕을 곱게 갈아서 이렇게 된것일까 아니면 그냥 원래 이런 모습의 설탕인걸까. 설탕 용기도 왠지 먹을 수 있는 석기시대 초콜릿처럼 생겼다. 이 카페의 우유가 이미 달짝찌근하기 때문에 설탕을 넣기 전에 커피를 반드시 미리 마셔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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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8.26 08:04




 베를린의 카페씬은 미테와 크로이츠버그 두 동네가 양분한 상태에서 그 주변 동네들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노이쾰른이든 프리드리히샨이든 어딜 가든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좋은 카페들이 점점이 퍼져나가고 있는것이다.  한편으로는 베를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제 막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는 빌니우스의 카페들에 더 많은 애정을 쏟고싶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그리고 쉐네버그의 더블아이 (http://ashland.tistory.com/603)는 오히려 베를린 카페씬의 성역으로 다가온다. 꼭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카페들이 조금씩 닮은 구석을 공유하는 동시에 차별화하면서 하나의 카페씬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곳은 그냥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동네 카페 이야기를 하려는 마당에 또 더블 아이 이야기를 꺼내다니 난 그냥 그 카페를 좋아하고 싶어하는것도 같다.  뭔가를 좋아하려는 순간엔 갖은 이유를 끌어와서 될 수 있는 한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장해서 간직하고 싶은것이다. 미테는 그 동네 카페들의 커피만 다 마셔본다고 치고 하루에 세네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3일정도는 가봐야 하는 동네 같다.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끼니를 떼우기에도 무리 없는 카페들이 많다. 물론 그 산더미 같은 카페들중 대다수는 다음을 기약하며 남겨두고 왔다. 미테의  이 디스트릭트 커피와 반 Barn  이라는 카페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같은 날 연달아 방문했다.  돌아와서 구글지도를 열어보니 다른 날 다른 지점에서 방문했던 카페들이 교묘하게 이 두 카페를 밑변으로 다양한 삼각형과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이날은 너무나 더웠다. 특히나 붐비는 반 Barn 카페의 좁다란 의자에 앉아 직사광선과 함께 커피를 들이키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디스트릭트 카페로 이어지는 길의 작은 공원 벤치에 누워서 나무 구경을 하며 한 숨을 돌리고  이 카페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의 넓은 보도블럭위에 편안하고 넉넉한 야외 테이블을 갖춘 카페였다.  한시간 가량 앉아있다 갈 생각으로 보리와 콩, 부라타가 들어간 샐러드 한 접시를 함께 먹기위해 주문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스무살 가량 되어보이는 여자는 알 파치노가 나오는 칼리토의 바 종업원 스테피를 닮았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깡마르고 숱이 많은 곱슬 머리. 우리 주문을 정성스레 적어갔지만 우리보다 늦게 주문을 받은 옆 테이블에서 산더미 같은 팬케이크가 독일인 여자 셋의 포크로 조각나는 동안 우리의 샐러드 한 접시는 나오지 않았다. 주문이 들어갔냐고 묻자 아 확인해볼게요 하고 다시 들어가던 소녀는 곧 이어 샐러드 곧 나올거에요 라는 말을 내뱉으며 유유히 퇴근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샐러드가 도착했다.  이 카페에서는 레모네이드와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커피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로 내려가서 음료수 상자를 옮기고 있던 직원을 지나쳐서 들어가야 했던 화장실과 가방을 매고 퇴근하던 예쁜 언니가 더 기억에 남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고 손님들의 모습도 그렇고 뻔지르르했는데 조금의 유머도 드라마도 가지고 있지 않던 화장실이 더 기억이 나다니 그렇다고 커피가 맛이 없던것도 아닌데. 하지만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먹지 않은 유명하다는 팬케이크를 먹으러 다음에 한번 더 갈것이다. 그때는 커피가 화장실을 이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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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7.08.21 09:00




베를린은 생각보다 큰 도시가 아니었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근거로 서울의 물리적 크기가 무의식 깊숙히 자리잡은 상태에서 베를린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여기서 여기까지가 이만큼 정도이겠지 예상하면 그 예상은 항상 보기좋게 빗나갔다. 잠실에서 종로쯤일거라 생각했던 거리는 그냥 잠실에서 건대 입구 정도. 종로에서 일산까지 라고 생각했던 거리는 그냥 종로에서 대학로 정도까지였다. 지하철에 오르고 내리는것이 너무나 편한 구조여서 잦은 이동으로도 피로감을 주지 않았던 작은 베를린, 그렇지만 구역마다의 느낌은 제각각이었다.  크로이츠버그 Kreuzberg 의 옆동네이지만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을거라 생각했던 쉐네버그 Schoneberg 지역은  그냥 정말 가까운 옆동네였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좀 덜 상업적이고 역동적인것 같으면서도 구석구석 크고 작은 가게들과 카페와 식당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고 베를린의 다른 도시들보다 한박자 정도 쉬어가는듯한 여유로움이 있었다.  가장 큰 기대를 하며 찾아갔던 카페 Double eye도 이 동네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카시아 향기가 거리를 가득 메운 Akasien 이라는 이름의 거리였다. 이 날은 이 거리에 위치한  3군데의 카페에 갔다. 이 거리를 빠져나와 큰 대로변으로 나가면 1970년대 데이빗 보위와 이기팝의 근거지였던 Neues uper 에도 다다를 수 있다. 





그리하여 이곳은 카페 더블 아이.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베를린의 카페들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할 수 있는 이미 15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는 카페이다.  좁디 좁은 이 카페는 커피 맛도 맛이지만 가벼운 잔을 들고 금세 휘리릭 들이키는 에스프레소 감성에 가장 최적화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엉덩이 붙일 의자는 물론이거니와 발디딜틈도 없다. 그렇다고 외부에 그럴듯한 테이블이 놓여져있는것도 아니다.  카페 앞을 지나가려면 아마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기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갔던 시간에는 그랬다. 





마치 사람들때문에 시야 확보가 안되어 공연히 카메라가 천장만 향했던것 같은 느낌이다.  좁은 카페의 내부도 여타 다른 유명한 카페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이 있었다.  어떤 컨셉을 의도하고 트렌드를 따랐다기 보다는 그냥 그 자신답고 싶은 욕망위에 거슬러온 세월이 더해진 작은 개인 박물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곳은 손님으로 북적이지 않아도 휑하거나 쓸쓸한 느낌을 주지 않을것이다. 카페에 오랜 공백이 생기더라도 커피 머신위에 쌓인 얕은 먼지들을 휘이 불어내며 음악 버튼을 누르는 순간 커피 그라인더가 작동하고 커피 머신은 오래도록 참고 있던 숨을 뱉어내듯 스팀을 토해낼것이다. 마치 오래된 기관차가 증기를 뿜어내며 익숙한 궤도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것처럼 이곳은 길을 잃지 않을것이다.  베네치아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유리공방 같은 느낌도 주었다. 공간을 가득 메운채 한곳에 시선이 꽂힌 사람들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끊임없이 유리를 불어대던 장인들을 만나는 기분. 주문도 서빙도 일사천리, 손발이 척척맞는 스탭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그날의 주어진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속에 녹아있던 자존심과 여유는 그 장소를 찾아 온 사람들의 만족감과 자부심마저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런 정수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정수대가 설치된 이 선반은 여러모로 이탈리아의 작은 카페들에서 손님들이 선채로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엄지와 검지를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걸고 커피를 들이키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http://ashland11.com/114)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인 신문과 잡지들. 곱게 갈아진 홀 케인 슈가.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주문받은 커피를 들고 비스듬하게 선반에 몸을 기대어 설탕을 넣어 섞은후 스푼을 접시에 얹고 아무 잡지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기사를 읽기 시작하며 커피를 들이켰을지 모를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잔과 물잔. 차가운 물로 입을 헹궈낸듯 사라지랴. 누군가의 혀끝에 고스란히 남았을 커피의 촉감이 느껴진다. 





포르투갈식 레몬 타르트가 보였지만 디저트 접시까지 들고 밖으로 나가기가 번거로울것 같아서 에스프레소 한 잔만 먹었다. 고맙게도 비스킷 하나를 얹어주었다.  이들의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누구라도 그랬을거다.  커피가 쫀득하다고 느껴지기엔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바디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할때 그게 어떤 느낌인지 와닿지 않았는데 이 커피를 마시고 그게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출되어 나온 미끈한 커피에 무슨 전분가루를 탄것처럼 초미세 커피가루를 좀 섞은것처럼. 꼬깃꼬깃한 액체의 밀도와 중량감. 탄산을 품은 콜라와 며칠간 열어 놓은 콜라의 차이.  은근한 과육이 씹히는 오렌지 주스와 오렌지맛 음료라고 하는 편이 나은 대용량 2리터 오렌지 주스의 차이일거다.  근데 설탕을 넣지 않은채로 한 입 마셔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커피가 맛있다고 하는 카페들은 공통적으로  코코아 같은 질감의 흑설탕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탕의 영향일까? 그럼 나도 이 커피집의 원두를 한번 사서 그런 설탕 넣고 만들어 먹고 싶다. 다음에 가면 꼭 사와야겠다.  





이 에스프레소는 1.5유로였다.  가장 맛있었지만 가장 싼 에스프레소였는데 가격때문에라도 사람이 많은건지도 모른다. 라떼 같은 경우도 2유로가 넘지 않았다. 바깥에 아무렇게나 걸터 앉거나 서서 마셔야 할때가 많으니 아마도 이렇게 맛있는데 1.5유로 밖에 안해 하다가도 앉을 자리 때문에 수긍할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것 같다. 이 커피가 2유로라면 먹을까.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2유로면 좀 덜 맛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인 2.5유로하는 편안한 테이블이 확보된 카페로 가게 될까. 그건 다음에 가서도 똑같이 맛있다고 느끼면 그때 고민해봐야겠다. 





대략 이런 풍경이다.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카페가 워낙에 좁아서 한명이 나오면 한명이 들어가야하는 구조.  근데 주문하고 좀 서있으면 커피는 금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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