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구시가지'에 해당되는 글 1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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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2.21 Vilnius 66_어떤 건물 (2)
  3. 2017.12.17 Vilnius 63_소년 (3)
  4. 2017.12.16 Vilnius 62_여인 (4)
  5. 2017.07.29 Vilnius 50_남겨두기 (1)
Vilnius Chronicle2018.03.23 08:00


Vilnius_2018


리투아니아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기능도 외양도 각기 다른 이 세개의 건축물을 앙상블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줄곧 이들을 대학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매번 이 위치에 서서 이들을 보고 있자면 결국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놓여져서 고통과 영화를 주고 받았던 이웃일 뿐이라 생각하게 된다. 가장 오른편에 있는 대통령 궁은 뻬쩨르의 겨울 궁전을 복원한 러시아 건축가 바실리 스타소프의 작품이다. 빌니우스에 발을 들여 본 적 없는 건축가는 뻬쩨르의 어디쯤에서 실제 건축 부지 보다 큰 건물을 설계 했고 결국 건물은 건너편 빌니우스 대학 담벼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면서 설계도 그대로 지어졌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 위치에서 대학 도서관 건물 끄트머리에 놓인 시인의 동상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스타소프의 설계대로 건축 시공을 한 리투아니아 건축가는 차르의 명으로 건너편 교회의 내부 장식을 다 뜯어 내야했다. 그저 모두들 주어진 일을 했을 뿐, 어찌됐든 이곳에 서면 늘 뻬쩨르가 떠오른다. 매년 3월이면 여지 없이 12년 전 러시아 여행이 떠오른다. 뻬쩨르를 떠나 헬싱키를 향하던 날, 버스 에이전시 앞에서 야간 버스를 기다리면서 들이킨 쩨레목 키오스크의 식어가던 홍차가 떠오른다. 다시 가고 싶구나 뻬쩨르. 백야의 겨울 궁전이 보고 싶어 진다. 



건물에 드리워지길 고대하는 어떤 이의 그림자만큼 절실하게 햇살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까. 겨울의 매력은 여전히 불가항력이지만 늘 그렇듯 봄볕이라는 결승선 위에 발 끝을 내밀게 된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설득되고 싶지 않은 봄을 향한 질투로 햇살에 눈을 감고 결국은 겨울이 흥건한 그늘 속으로 다시 옮겨 온다. 구시가지의 건물들이 이제 곧 초록에 굴복하고 봄빛을 입는 시간이 다가온다. 여전히 겨울과 봄의 경계 위에서 몰라서 셀 수 없지만 결국 세어질 수 밖에 없을 남은 겨울의 숫자를 헤아려 본다. 시간은 늘상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으로 오히려 정체 된다. 그래서 겨울은 항상 가슴 언저리에 고여 있다. 빛이 들지 않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거리 한 구석의 얼음 조각처럼 겨울은 예외없이 가장 묵직한 기억을 남긴다. 또 다시 찾아오는 봄, 이 겨울의 어떤 기억을 햇살에 묻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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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02.21 08:00


Vilnius_2018


겨울 햇살이 따가운 추위를 뚫고 거리 거리 차올랐던 날, 고요했던 건물들의 마당 구석구석 햇살에 녹아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가득했다. 돌아오는 봄은 다음 겨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응축된 짧은 정거장, 의도한 만큼 마음껏 바닥으로 내달음질 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 아름다운 곳들은 늘상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누비고 싶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식 성당들이 즐비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의 성당에서도 두세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빌니우스이다. 화재로 불타 버린 목조 건물 터에 벽돌을 쌓고 전쟁, 전염병으로 그마저도 파괴되고나면 남은 벽돌 위에 다시 돌을 얹고 바르고 칠하고 새기며 어떤 시간들은 흘러갔고 그만큼 흘러 온 역사를 또 복개하고 걷어내면서 옛 흔적을 찾아내는 식이다. 타운홀 근처의 내셔널 필하모닉에서 새벽의 문까지 이르는 거리,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성당들이 이 짧은 거리의 말미에 아직 끝이 아니라며 앞다투어 나타난다. 지금은 1층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이 일반 건물은 다양한 건축 양식의 콜라주를 연상케하는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단면을 보여주는 미니어쳐이다. 여러개의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듯한 균일하지 못한 빨간 벽돌들이 계단처럼 하늘로 치솟고 그 사이에서 겨우 발굴되어진 스그라피토, 사이사이를 메운 투박한 시멘트조차도 그저 20세기의 흔적일 뿐. 난 이곳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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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7 08:00


날씨가 추워져서 놀이터에 조차 인기척이 없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근처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에서 담배를 물고 장난치는 다 자란 청소년들이 간혹 보인다. 내리고 녹는 눈으로 축축해진 모래상자의 모래들은 몽글몽글해진 흑설탕처럼 장난감 채로도 좀체 잘 걸러지지 않고 한여름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내던 나무들은 휴가를 떠났다. 구름은 그들의 사나운 발톱 위로 무서운줄도 모르고 내려 앉는다.  적적하고 을씨년하고 쾡한 느낌이 흥건한 놀이터에서 30분이 넘게 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네를 타던 소년. 왼발에 깁스를 했는지 투명 비닐봉지로 발을 감은채 너무나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네를 움직였다. 땅이 얼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깁스를 풀게 되기를. 그 순간 헝가리에서 만났던 또 다른 소년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쯤 그는 그네 위의 소년 정도의 나이가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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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6 08:00


이곳에 오면 늘 그녀가 '오느라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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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07.29 09:00



Savičiaus 거리. 타운홀을 앞에두고 걷다보면 분수대 근처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가 사랑하는 오래된 두 식당, 발자크와 블루시네가 있고 (http://ashland.tistory.com/222) 구시가지에서 가장 허름하고 음산한 버려진 느낌의 교회 하나가 거리의 끝무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홀 광장을 중심으로 이 거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꼬불꼬불한 Stiklų 거리가 관광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빌니우스의 거리라면 이곳은 구시가지 곳곳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걷던 현지인들에게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가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숨은 보석같은 거리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조용히 쉬어갈 곳을 찾을 수 있을것 같은 그런 평안함이 있다. 그런데 이 거리는 구시가지 내에서도 유모차에 가장 친절하지 않은 길이었다. 유모차가 겨우 지나갈 폭이 좁은 보도블럭은 이곳 저곳에서 쏟아져나온 야외테이블이 점령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보도 블럭 사이의 좁은 길은 구시가지의 가장 투박하고 거친 돌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좋을만큼 움푹 패인곳이 많았다. 그리고 며칠전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보고 이 길에 들어섰는데 놀랍게도 길이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거리의 한 조각은 고스란히 남겨둔채였다.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면 못알아볼 정도로 외관이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옛 건물의 흔적은 한 토막씩 남겨둔다. 건물을 다 부수고 수리를 하는 경우에도 건물 외벽은 두툼한 철근으로 고정시켜서 부수지않고 남겨둔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것. 내것이라고 점찍어두고 매만져 볼 수 있는 어떤 돌들이 묻혀 있는 곳. 남겨진다는것은 참 고귀한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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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