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구시가지'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5.08.25 Vilnius 17_루디닌쿠 서점 Rūdininkų knygynas (2)
  2. 2015.06.08 Vilnius 13_우주피스 (Užupis)
  3. 2012.07.16 Vilnius 08_한 여름밤의 꿈 (3)
Vilnius Chronicle2015.08.25 05:36



대부분의 약국과 서점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투아니아.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면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 개념의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데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자리잡고 있는 서점이 있으니 바로 루디닌쿠 서점이다. 카페나 음식점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아담한 거리이지만 서점 바로 근처에 카페 체인이 하나 들어서면서 서점은 왠지 더 서점다워졌고 카페는 더욱 카페스러워졌다. 서점 안에 들어선 미니 카페 컨셉은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쉽사리 들어가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은 이들도 그저 커피를 사이에두고 마냥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 아무도 편치 않은 넉넉하지 않은 아우라를 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서점과 카페를 보니 언젠가 이 서점에서 얇은 책을 한권 사서 근처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 들이킬 날을 꿈꿀뿐이다.



비오는 날 우산으로 찌익 긁고 지나가면 우두두 떨어질듯 간신히 벽을 붙잡고 서있는 벗겨진 칠.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고 따뜻한 날보다 추운날이 훨씬 빈번한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아름다운 글귀만큼  찬 가슴을 녹여줄만한것이 있을까. 커피 한잔이 69년산 와인만큼 비싸지 않아서 다행이다. 멋진 글귀들이 부자들만 볼 수 있는 은행 금고 따위에 꽁꽁 숨어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구시가지에서 좋고 마음에 드는 장소들은 그 존폐여부때문에 늘상 불안하다. 인구가 적은 이곳, 식당이든 무엇이든 항상 적은 수요에 시달리고 타산이 맞지 않아 좋은 장소들도 쉽게 문을 닫는다. 이쯤되면 아름다운 장소들을 살리려고 단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게를 사들인다는 신문 한켠의 작은 기사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리투아니아어 서적뿐만아니라 외국 잡지나 서적,희귀 음반이나 관광 엽서등도 판매하는 서점. 좁은 장소에 들어서면 시선이 집중되어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없을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직원들과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



책을 자주 사지는 않지만 빌니우스의 건축과 조각에 관련된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 몇권을 이 서점에서 구입했다. 표지가 예쁘거나 관심을 끌만한 주제의 책들은 보기좋게 저 창문 너머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 구입한 책 전부 오며가며 창문 너머를 흘끔거리며 혹해서 샀더랬다.



한두번인가를 이 서점에 음식을 배달해 준 적이 있다. 식당의 배달원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못했거나 차가 고장나서 정비소에 들어가 있었거나 아마 그랬을거다. 서점 문을 잠시 닫는다고해도 이 서점 근처에는 빨리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식당도 없고 직원이 혼자 일하고 있는데 배고파서 어디 나갈 수도 없다고 호소했던적이 몇번있다. 왠지 이 골목 한켠에 외롭게 자리잡은 서점 생각이 나서 원래 식당 원칙상 한그릇은 배달을 하지 않지만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적이 있다.



http://www.rudninkuknygynas.lt/


 

가끔 모든것이 장난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도시. 기억할 수 있을까. 8월의 금요일 오후 7시쯤 이곳을 내리쬐고 있는 이 태양의 각도를.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이지만 왠지 노인과 바다를 읽어주고 싶어서 샀다. 사실은 내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텅빈 배에 뼈를 드러낸 물고기를 묶고 돌아오던 안소니 퀸의 얼굴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6.08 20:02




지금은 빌니우스의 몽마르뜨로 불리우기도 하는 예술가들, 보헤미안들의 동네 '우주피스 (Užupis)' 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그럴듯한 명성을 가진것은 아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구역이라는 낭만적인 이력을 품고 한껏 멋스러워지고 화려하게 소비되는 세상의 많은 구역들이 그렇듯이, 한때는 갱들의 구역이기도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던 뉴욕의 소호처럼 그리고 서울의 합정동이나 연남동, 심지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공간들이 그렇듯이

빌니우스의 우주피스 역시 비싼 임대료를 피해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며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지역들이 역설적이게도 돈없는 보헤미안들이 터를 잡기에는 턱없이 비싼 임대료의 핫플레이스로 변해버렸다.  빈궁한 빌니우스의 보헤미안들은 펍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대신 좁은 폭의 강에 삼삼오오 모여 병맥주나 싼 보드카를 들이켰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지금도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며 우리 역시도 여럿의 친구들과 모일때면 노천 카페나 식당 대신 야외에 머물기를 즐긴다. 공공장소에서 알콜 음용이 불법인 현재 대놓고 맥주를 병째 들이키거나 할 수 없지만, 가끔씩 경찰이나 혹은 근처 식당에 고용된 경비들의 제재를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빌니우스 젊은이들의 포기하고 싶지 않은 권리임에는 틀림없다. 빌니우스의 여름은 너무 짧고 한여름밤은 너무 기니깐.  빌니우스 구시가지 한켠의 길고 긴 언덕을 끼고 이어지는 우주피스 역시 한때는 빌니우스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싼 땅값의 지역이었다. 관광객이 모이는 동네들이 늘상 그렇듯 요즘의 우주피스는 예쁜 빵집과 레스토랑이 가득하지만

좀 더 깊은곳을 파고 들어가면 많은 버려진 건물들과 지금은 기능을 상실한 소비에트 시대의 대규모 공장 부지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미 건축 허가를 받아 접근 금지 구역으로 폐쇄되어 포크레인으로 곳곳이 깊게 패어진 장소들이 있으며

뻥뚫린 창문에 불에 탄 흔적만 지닌채 유령처럼 서있는 주인없는 건물들이 있다. 그리고 얼마후 그런 자리들에 멋스럽게 디자인된 가정집들이 들어서리란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건축업자와 부동산업자들에겐 더할나위없이 매력적인 구역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9년전에 여행와서 머물렀던 호스텔 주변의 풍경이 계속 바뀌는것 같아 아쉽다. 그 변화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아마도 그곳의 사진을 남기는것 뿐일것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2.07.16 07:45

 

 


7월 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정식명칭은 karaliaus mindaugo karunavimo diena. 1253년 7월 6일은 리투아니아 공국을 세운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인 mindaugas 국왕의 즉위일이다.  국경일 명칭에 mindaugo 라고 쓰이는 이유는 이름이 소유격처럼 쓰이므로 Mindaugas 에서 Mindaugo 로 변형된 것. 사실 그러고보면 리투아니아에는 Mindaugas 민다우가스라는 이름이 정말 많다. 우리때만해도 학생이 그렇게 많았어도 사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은데, 반면 리투아니아에는 이름이 거기서 거기인 대신  성을 외우기가 무척 힘들다. 친구들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보면 전화상으로  내 이름을 알려줘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마다 애를 먹는다. 잘 알아듣기 힘든 명칭을 받아적게 할 때 리투아니아인들은 보통 사람이름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korea 라는 단어를 알려줘야 할 상황이라면, karolis  K, ona O. renata R. emilija E. agne A. 지금 적은 단어들은 전부 리투아니아 이름들이다.  이런식으로 아무 이름이나 알아들을 만한 이름을 예로 들어서 첫 철자를 적게 하는것이다. 물론 알파벳 명칭인 케이,오,알,이,에이 이런식으로 리투아니아 알파벳도 저마다의 명칭이 있지만, 알아듣기 힘든 명칭은 그렇게 말해도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이름을 예로 들면 훨씬 받아적기가 쉬워진다. 금요일인 국경일을 맞이하여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의 연휴가 시작되었다. 코발트 색 페인트칠을 하고 친구의 친구가 불러내서 오후 10시반경에 집을 나섰다. 매년 여름 이맘때쯤 빌니우스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뒷마당에서는 'kinas po zvaigzdemis'라는 부제를 걸고 영화를 상영한다. 직역하면 '별 아래에서의 영화'.  오픈씨어터이고 상영하는 영화도 주로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이다. 티켓가격은 10리타스, 대충 오천원이 안되고 공짜로 커피도 주고 원한다면 맥주도 사서 들어갈 수 있는것 같다. 달려드는 모기가 두렵지 않다면 잔디에 누울 수도 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앉아 멀리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약간 늦어서 오프닝부터 보진 못했고 얼핏 난니 모레티라는 이름이 스쳐지나간다. 검색해보니 우리가 본 영화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였다. 난니모레티가 <타인의 취향>을 만든 감독이었나. 



 

 




처음에 좀 놀랐다. 그냥 영화 볼래 해서 나온건데, 종교 영화였다면 나오지 않았을것 같다. 바티칸 얘기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근데 교황이 즉위식 당일에 울렁증을 일으키고 결론적으로는 즉위를 포기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우리가 금욕을 요구하고 성스럽길 요구하는 종교인들도 결국은 똑같은 사람일뿐. 감독 난니 모레티가 정신과 의사로 나온다.



 

 




하지가 지난지 3주가 다 되어가지만 오후 11시가 되어감에도 밝다. 리투아니아에 백야는 없지만 긴 여름 밤은 충분히 매력있다. 교황의 즉위식에 앞서 바티칸에 모여 교황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시민들이다.




 

 



교황이 아니다. 교황은 발코니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울렁증을 일으키고 만다.



 

 



교황 아저씨.



 

 


영화 끝나고 간 곳. 보헤마라는 레스토랑인데 여름이라서 일시적으로 꾸며진 섬머테라스이다. 여기가 원래 도서관 앞뜰이다. 굉장히 조용하고 시끄럽게 술 마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그런 곳에 위치해있다.



 

 



나오기전에 스프를 먹었어서 우리는 배가 별로 안고팠지만 일행이 음식을 시켰다, 3가지 맛의 타뻬나드이다. 나는 샴페인 한잔 마셨다.



 

 



우워와 저 샐러드 너무 맛있어 보인다. 초콜렛 시럽같은 감촉의 드레싱.



 

 




새벽 두시반 쯤 되었다. 밤에 걷기에 딱 적당한 날씨이다.  덥지도 춥지도 부담스러운 바람이 안부는 그런 날씨.

페인트칠을 다 했다는 만족감.



 

 



한적한 데 큰 거리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트립'이라는 이름의 술집인데 20대초반 혹은 십대 후반 위주의 인테리어이다. 밖은 벌써 대낮이다. 오전 4시가 좀 넘은 시각. 저 전등이 예쁘다. 우리 친구의 친구가 테이블 축구하는 작은 클럽을 운영하는데 테이블 축구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모양이다. 그 축구 테이블이 놓여진 거래처들을 순회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클럽에서도 테이블 축구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무데나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 저런 푹신한 소파가 집에 있어도 좋겠다. 큰 모래자루 같은걸로 된 그런 소파들.

 



 



바나나와 초콜렛 시럽이 섞인 무슨 칵테일을 마셨다.



 

 



난 절대 싱크대밑에 커튼을 달고 싶지는 않다.


 

 



오후 10시 이후에 상점에서 주류판매가 금지되있으므로 술집에서 술을 마셔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술을 밖으로 가져나가는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다. 이 클럽에는 문앞에서 사람이 지키고 서서 담배피우러 나가는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나가는것을 제지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모래자루위에 앉아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그냥 막 지나다닌다. 널부터져서 자는 이들도 있고.



 

 



이곳은 오전 5시경에 찾아간 play 라는 클럽이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축구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거의 문을 닫는 분위기이다.

 



 



적당히 아름다운 램프.



 

 



지금 무엇을 가르키고 있냐면 아마 클럽 마떼라는 무알콜 카페인 음료이다.



 

 



이거.  맛있는 음료이다. 남미에서 주로 마시는 마떼라는 차인데 카페인이 있다.



 

 



우리집 부엌이 이런 분위기여도 난 좋을것 같다. 항상 마시자는 분위기로 가겠지만.




 

 



인테리어 블로그에 단골로 등장하는 빨간색 스멕 냉장고.  이런 클럽에 서있으니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천장색이 어두워도 좋은건 여기가 클럽이기 때문일까.



 

 



저 쇼파에 눕기 위해서는 취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거의 아는 사람만 남은 상황에서 알바생이 자기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있다.




 

 



의자 올리고 청소하는 시간.



 

 



주변 주민들은 정말 별로겠다. 실내 흡연이 금지되어 있으니 담배를 피우려면 죄다 클럽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이 많으니 자기 말소리가 안들려서 더 큰 소리로 얘기하다보면 클럽 밖은 내부만큼이나 시끄러워진다.




 



 

어느덧 아침 7시가 넘었다. 별다른 계획도 없었는데 나름대로 유쾌한 적당한 장소들을 거쳐 좁은 빌니우스 이리저리에서 수다를 떨고 그래도 나름 또렷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오랜만에 짐 자무쉬의 <영원한 휴가>의 앨리가 된 기분이다. '어디 갔다 왔어?' '어 밤새도록 걸어다녔어' '한 잠도 못잔 얼굴이 아닌데?' 그 대사가 머리를 스쳤던 날이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