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맛집'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8.25 Vilnius Restaurant 04_Sofa de Pancho
  2. 2015.06.30 Vilnius Restaurant 02_Submarine
  3. 2015.06.14 Vilnius Restaurant 01_ Blusynė
Vilnius Chronicle2015.08.25 04:35





이렇게 여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겨울이라는 아이에 좀 더 목을 매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이다.

덥고 푹푹찐다고 짜증을 내기엔 그럼에도 마냥 따사롭고 그저 천연덕스러운 아이같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갈까 조바심을 내는 요즘

한편으로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기다리던 겨울이 왠지 내 눈밖에 난것같아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삼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깨닫기 시작한 이 찬란한 여름에 대한 찬양이 겨울을 향한 비난은 절대 아닐것이다.

단지 쉬지 않고 지난날이 되어가는 붙잡을 수 없는 일분 일초의 찰나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질투라고 하는편이 낫겠다.



8월을 10일여 남겨둔 화창한 금요일 오후.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활기 그 자체였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노천 카페와 식당, 직원들은 쉼없이 맥주를 나르고 퇴근 후 혹은 휴가중의 금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사람들의 웃음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짧은 순간을 영원 불멸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적어도 내 머릿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제 곧 시작될 9월의 새 학기, 여행객에게도 리투아니아인들에게도 끝을 향하는 8월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것.



빌니우스의 타운홀 (Rotušė) 을 살짝 벗어나서 구시가지의 유일한 재래시장, 할레 시장 (Halės turgus) 을 향하는 긴 거리 Visų šventųjų gatvė. 

직역하자면 '모든 성자들의 거리' 라는 뜻으로 거리의 초입에 동명의 분홍 빛깔의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그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빌니우스의 멕시칸 식당. Sofa de Pancho.



 빌니우스에는 냉방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식당이 많아서 바깥 공간이 있다면 더운 여름 식당 내부는 보통 텅텅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의 식당 내부는 발디딜틈 없이 손님으로 꽉 찼을뿐 아니라 야외에도 빈 테이블이 없었다.



리투아니아에서 테이블을 야외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천 식당 허가를 내주는 기간은 공식적으로 4월초부터 10월말까지이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큰 대로라던가 광장을 낀 식당이 아니라면 보통은 좁은 보도 블럭에 몇개의 테이블을 내어 놓는데 그치지만 

작은 의자를 놓기에도 버겁게 너무 협소한 보도블럭 위의 이 식당 건너편에는 몇개의 벤치를 지닌 나무가 우거진 아주 작은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부터 그 공원에 테이블을 설치해서 그 어떤 빌니우스내의 식당보다 여름에 방문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종업원들은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차와 자전거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항상 가로질러 다니며 서빙을 해야하는 수고를 누려야하지만 말이다.

일방통행의 일차선 차도를 사이에 두고 식당과 야외 테이블이 나란히. 

대여섯개의 테이블이 있었을뿐이지만 어디선가 매콤한 해산물 스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일하게 남은 테이블이었지만 테이블보가 준비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메뉴를 달라고 하고서는 앉으려고 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별로 큰 돈 들이지않고 뚝딱 만든 테이블 같지만 그냥 아무 나무나 사용한것 같진 않다. 



식전에 가져다 준 물병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멕시코에 가면 이런 물병 살 수 있는건가. 뭘 담아놔도 맛있게 홀짝 거릴 수 있을것 같은 물병이다.



이 휘황찬란한 테이블 보는 왠지 멕시코 시장에 가면 5장에 2달러면 살 수 있는 목욕타올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물병에 비친 색깔은 예쁘다. 멕시코에 꼭 가보고 싶다. 


이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길고 긴 건물은 거의 이 거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을정도로 긴데

식당뿐만아니라 화방과 약국 미용실이 자리잡고 있다.

보통 이렇게 넓은 면적의 높은 지붕을 가진 건물의 경우 다락방과 같은 구조로 이층집을 설계하는 추세인데 이 옛 건물은 주황색 옛 벽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딜가든 식당의 수프부터 먹고 보는 나.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맛있는 메뉴일 가능성이 높다. 

수프로 어찌 배를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수프인지 설명이 없어 더욱더 호기심을 가지고 주문했다.

내가 먹어본 중 가장 매웠던 고추가 하바네로였는데 할라피뇨와 하바네로를 2유로에 판다. 절인 고추였을까? 아님 그냥 생고추를 자른 안주인가.

그외이 다른 고추라니 어떤 매운 고추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지나치게 매운것을 먹고 있지 않은 요즘이라 주문할 수 없었다. 



빨리 멕시코 가보고 싶다. 언제 저 멕시코 모자쓰고 나쵸에 코로나 마실 수 있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끝도 없는 테낄라 페이지였다. 이런 페이지가 세 이지 정도. 

심지어 마트에서 자주 보던 두세종류의 유명한 테낄라는 이 사이에 없었다는것. 



이것이 내가 주문한 수프였다.

쥐포같이 생겨서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것은 나쵸였다. 옥수수 알이 가득했고 잘게 찢어진 닭가슴살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육계장 비슷한 맛이었다. 빌니우스에 오래된 멕시칸 식당이 한군데 더 있는데 그곳보다 훨씬 정통한 느낌이 들었다.

정통하다니. 멕시코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이 음식이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식당의 비주얼이나 인테리어 같은것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반증한다. 

하지만 제발 이 수프가 실제 멕시코인이 정성스럽게 끓인 정말 멕시코적인 수프이기를 바란다. 



늘상 시키고보는 파히타이지만,한번도 멕시코산 파히타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어떤 파히타도 파히타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우습게도

20년전에 중학교때 친구가 데리고 간 별천지처럼 느껴졌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의 파히타의 맛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기때문.

그냥 야채와 고기를 볶다가 마트에 파는 파히타 믹스를 쏟아 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직접 구은 또띠야는 또띠야만 집어 먹어도 행복할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는 난과 식빵을 아무 양념 없이도 그냥 먹을 수 있는것처럼.


https://www.facebook.com/sofadepancho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6.30 04:57





한국처럼, 여러 아시아 국가처럼 다양한 먹거리를 가진것은 참 행운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먹기 위해 살고 일한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맛있는게 너무 많아서 항상 뭘 먹을지 고민해야 한다면. 그런데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멀리서 한국 생활을 관조하고 있자니 그렇게 많은 먹거리들중에 정작 먹던 음식은 항상 정해져있었던것 같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면 많은것을 먹어보겠다 다짐하지만 아마도 결국은 또 엄마가 해준 집밥만 먹고 올게 뻔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뭘 먹을까. 특히 밖에나가서 먹을 수 있는 메뉴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매년 거리 분위기가 바뀌고 식당의 지형도가 바뀐다는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빌니우스가 좀 더 생기 가득찬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유럽 나라들이 그렇듯 리투아니아에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피자이다.  리투아니아에 피자 붐을 몰고온 칠리 피자 cili pica 라는 리투아니아 토종 브랜드가 있고  그 체인의 성공덕에 캔캔 피자 can can 니 피자 재즈 pizza jazz 라는 다른 브랜드도 생겨났다.  아늑한 인테리어에 널찍한 공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외식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무난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피자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때 동네 구석구석에 생겨나던 10000원에 피자 두판을 팔던 배달 위주의 피자집도 몇년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피자의 맛과 질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가격 경쟁에서도 지니 고객을 빼앗긴 저런 피자 체인들은 컨셉부터 인테리어까지 바꾸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른 피자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고작 다섯개의 체인점을 빌니우스에 가진 '서브마린'이라는 이 피자집. 여타 피자 브랜드만큼 세련되지 않은 뭐랄까 주인의 신념이 느껴지는 그런 고집스러운 피자집이다. 6월의 빌니우스. 하지가 지났으니 낮은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여전이 해가 길어서 오후 9시 10시에 집을 나서도 대낮같기만 한데, 정작 그 시간에 나가면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먹을곳이 별로 없다.







역시나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을 나선 우리, 게다가 세군데 식당을 메뉴만 보고 전전하다가 결국오랜만에 서브마린에 가기로 했다. 서브마린은 구시가지에 중심에 trattoria 컨셉으로 아침 메뉴와 얇은 도우 피자를 굽는 지점이 하나 있고 여행객들이 거의 오지 않는 조금 벗어난 주택가에 두꺼운 도우 피자를 굽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한 식당에 두세번 간다고 치고 항상 뭘 먹을지 몰라 고민한다면 우선 가장 싼 메뉴와 가장 비싼 메뉴를 먹어보는게 가장 좋은것 같다. 특히나 식당 이름을 포함한 메뉴가 있다면 더더욱. 리투아니아 브랜드 칠리 피자 cili pica의 영향으로 리투아니아의 피자집 그리고 레스토랑이며 바에는 보통 멕시칸 수프인 칠리가 기본적으로 있다. 그래서 어떤 레스토랑 칠리가 더 맛있을지를 생각하며 항상 먹어 보지만 저 매운표시가 걸려서 그냥 '서브마린'수프를 먹기로 했다.







다른 피자집과 다른 점이라면 사분의 일 사이즈도 친절하게 판다는것.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역시나 비트 스테이크와 비프 스트로가노프.







이렇게 낮이 길고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저녁에 정말 맛있을것 같은 맥주.  맥주 종류는 어딜가나 비슷한것 같지만 영국식 펍도 적지 않게 생겨나는 요즘 그 종류도 다양해 진다.







대성당 근처에 피자집 주인이 하는 다른 맥주집이 있다는데 거기서 만드는거라면 직원이 추천해준 맥주. 






Katedra는 cathedral 에 적합한 리투아니아어.








맥주바에서 종업원이 이 먹음직스런 빵 위에 기름을 바르고 있길래 뭘까 맛있겠다 싶었는데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에 이걸 놓고 간다. 얼핏보면 속에 치즈가 잔뜩 담긴 그루지야 전통음식인 하차푸리 (Khachapuri)를 닮았는데  뭐지. 난 첨가물이 칠리에 가까운 빨그스름 해야 할 서브마린 수프를 시켰고 남편은 피자를 시켰는데.








알고보니 서브마린 잠수함 컨셉으로 저 속에 수프가 담긴 그릇이 있었던것이다.  속에 수프가 있으니 조심해서 열라는말에 그릇도 없이 그냥 밀가루 반죽위에 담긴 줄 알고 조심스레 칼로 가르지 시작했는데 속에 그라탕 접시가 숨겨져 있었던것.









맛있는 식빵 쭉쭉 찢어 먹는걸로도 행복한것처럼 화덕의 불맛이 고스란히 베인 맛있는 밀가루 반죽이 이 빵 역시 그냥 그 자체로 맛있었다. 아직 굳기 전의 치즈를 허겁지겁 먹느라 약간 입속을 데었지만. 너무 늦은시간에 배부르게 먹기 싫어서 수프를 시킨거고 그래서 남편이 일부러 사분의 일 피자대신 피자 한판을 시킨건데 또 늦은 밤에 과식을 하게 생겼다.








리투아니아에 물론 고구마 피자 같은것은 절대 없는데 이 피자는 겉보기에 노르스름한게 고구마 피자와 몹시 닮았다. 속에 든 양배추며 오이며 케챱이 뭔가 원시적이고 꼭 옛날에 동네에서 팔던 불량식품 햄버거속 양념같지만 그래서 다른 피자집에는 없는 맛이다.  도우가 두꺼워서 먹을것도 많고 아무튼 비슷한 맛의 다른 피자에 질리면 꼭 가볼만한 곳.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6.14 04:45





여행중이든 일상속에서든 기분 좋은 한끼를 위해 헤매다가 이렇게 밖에서 두리번 두리번거리게라도 하는 식당이 있다면 일단 들어가보는것이 좋다. 들어갔는데 지금 땡기지도 않는 음식만 메뉴에 잔뜩 있으면 어쩌지, 직원이 영어를 못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은 개에게나 줘버리고 우선은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는게 낫다. 특히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인적이 드문 이런 거리에서 빛바랜 건물 외벽에 군데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진 레스토랑을 발견했다면, 예쁘게 꾸미려 노력한 흔적도, 옥외 메뉴판에 공들인 흔적도 없는 그런 식당을 발견했다면 말이다. 그것은 비단 여행자에게만 국한된것은 아닌것 같다. 매일매일 도시를 걸으면서도 거리 이름도 모른채 지나다니는 현지인들에게도 해당사항이다. 이런 한적한 거리속의 좁은 입구를 가진 뭔가 폐쇄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배타적으로 보이는 식당들은 내부에 야외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도만 넘어도 밖으로 나가지못해 안달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에어컨 설비가 일반적이지 않은 식당속에서 맥주를 마시라는것같은 고문도 없다.  이웃 프렌치 식당인 발자크 (Balzac)와 함께 길지 않은 사비치어스 거리를 (Savičiaus gatvė) 지키고 있는 블루씨네 (Blusynė)도 그런 장소중 하나이다.








빌니우스 시는 상업적 목적의 건물의 인테리어나 간판 인테리어에 관련해서 꽤나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조명이 들어가는 옥외 광고나 간판 설치도 엄격하게 제한되며 식당 컨셉에 맞춘다고 주인이 임의로 도색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삼층에 가정집이 있는 식당이 굳이 도색을 해야한다면 건물에 지정된 색으로 건물 전체를 도색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어설프지만 어찌보면 요식업 종사자로써 이런저런 문제로 시청에 불려다닐일이 많았는데,  어찌보면 이러한 빌니우스 시의 엄격한 정책들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빌니우스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일조하고 있는것은 확실하다.  대중적으로 맛있는 식당이든 없는 식당이든가와는 상관없이 내가 사는 도시, 내가 여행하는 도시에서 추억이 담긴 허름한 어떤 장소를 가진다는것은 유쾌하다.  말끔하고 세련되게 칠해진 건물에 휘황찬란 번쩍거리는 그저 그런 장소에서 지갑을 가진 소비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을 지닐바에야 말이다.









식당 주인의 개한테 벼룩이 있는데에서 착안했다는 식당 이름 블루씨네 Blusynė. 벼룩이라는 명사 Blusas 를 장소화 시킨 '벼룩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장소명사이다. 현재 식당 주인이 여전히 그 주인인지 아니면 주인의 개가 여전히 벼룩을 업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협소하고 어두컴컴한 식당 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풍성한 개털속에서 이리저리 유랑했을 벼룩들조차 정겹게 느껴진다. 여름철 많은 유럽의 관광지들이 그렇듯, 빌니우스 구시가지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유명 맥주 회사의 로고가 박힌 커다란 파라솔을 설치해서 운영하는 노천 식당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입구에 친절한 영어 메뉴는 말할것도 없고 관광객에게 익숙한 직원들의 환영인사에 실패할 확률이 적은 보편적인 메뉴 구성까지  그리고 노천 식당에 앉아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만큼 휴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것은 아마 없을것이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특별히 추천 장소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외진곳의 식당은 관광객의 입장에선 망설일법 하지만 한번쯤 들어가 보는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우리도 밖에 나가 한번 밥을 먹으려면 두세번씩 식당에 들어가서 앉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음식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직원들이 주는 아우라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 두세번 실패한 후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눌러 앉게 되는 식당들은 보통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단골집이라는 지위를 얻는다.







블루씨네는 빌니우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쥬얼한 타파스 바이다. 좁은 식당 내부를 지나 홀보다 더 좁은 부엌이 위치한 복도를 지나면 이렇게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다.  별로 가진것없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강한 아우라의 사람들이 그렇듯 장소 역시도 자존감이란것을 가질때가 있다.  일부러라도 신경쓰지 않은듯한 무심한 인테리어, 결점을 숨기지 않는 자신감, 손님을 자유롭게 하는 아우라.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이렇게 양옆으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구시가지의 옛 건물들이 보인다. 이런 건물들을 복원할때에 보면 일부 벽돌 부위를 일부러 시멘트칠하지 않고 남겨두면서 문화 유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지탱하고 있는것 같은 건물인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듯 보이니 식당으로서는 잘된일일지도. 구시가지에서는 식당 허가를 받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점포 주인의 허락만으로 되는것이 아니고 건물 전체 입주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어설프지만 직업병이라고 식당에 가면 이런것들을 우선 보게 된다. 이렇게 벽전체를 뒤덮고 있는 환기구들, 환기구 시스템이 잘못되서 이웃이 진동이라도 느낀다면 연기 냄새라도 느낀다면  게다가 밤새 맥주 마시며 떠드는 손님이 있다면 식당도 이웃도 정말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식당 설비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놔둘 수 있는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다. 한편으로는 위험 설비를 이렇게 야외에 노출해 놓으면 안전 규정이라도 어기는것은 아닐까 오지랖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가가치세 21%가 명시된 정식 영수증을 주지 않는것은 약간 아쉬웠다. 정직하게 모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식당의 직원으로써 이렇게 장사하는 식당을 보면 약간 얄미운게 사실이다.  직원이 메뉴와 가격이 적힌 임시 계산서를 먼저 가져오고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가져오면서 정식 영수증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계산서를 받으면 팁을 포함한 음식비를 내고 그냥 나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대부분의 식당은 아마도 굳이 정식 영수증을 만들진 않을것이다. 만약에 비용 처리 문제로 정식 영수증이 필요하다면 Fiskalinis kvitas를 요구하면 되고 영수증 아래에 부가가치세 21% (PVM 21%)가 적혀 있으면 그것이 제대로 된 영수증이다.








다 마신 와인병 데코는 이미 흔한 인테리어지만 바로 옆에 치열하게 꽂혀 있길래 어쨌든 찰칵.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보통 든든하게 배를 채우겠다는 사람보다는 맥주에 안주를 먹겠다는 사람이 많다. 일반 프랜차이즈 피자집이나 맥주집의 구태의연한 안주를 생각하면 나름 정갈하게 만든다.  빌니우스의 어떤 식당을 가도 발견할 수 있는 메뉴 칠리. 심지어 칠리 맛을 맛집의 기준으로 해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2015년부터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리투아니아이기에 6월까지는 모든 가격을 유로화와 공식 화폐였던 리타스 두가지로 표기 해야 한다.  파에야 가격이 15유로로 다른 음식보다 비싼데 두세명이 먹을 수 있는 큼지막한 파에야 팬에 나오므로 다른 메뉴는 시키지 않아도 된다.







맥주를 마실 수 없는 나이기에 오늘은 밥으로 배를 채우려고 파에야를 주문했다. 나오는데 50분이 걸린다기에 흑맥주를 시킨 남편을 위해 감자칲을 주문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듬뿍 뿌려진 캐러웨이 씨를 골라내느라 애먹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양배추를 절일때 첨가하거나 빵을 굽거나 때로는 그냥 씨채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이런저런 허브와 함께 갈아 고기를 절이기도 하는 맛있는 허브인데 저렇게 많으니 난감했다.








파에야 팬은 언제봐도 정겹다. 즉석 떡볶이나 닭갈비를 먹고나면 부스러기 김과 빨간 양념과 함께 비벼주는 그런 비빔밥을 먹는것처럼 밥이 약간 바닥에 눌러 붙었어도 싹싹 즐겁게 긁어 먹을 수 있었는데 밥을 지나치게 잘한 나머지 긁어 먹을 밥 한톨 없었다. 해산물이 귀한 리투아니아에서 이 파에야에 들어간 해산물들은 냉동 해산물일 확률이 백프로이지만

해산물 천지인 베네치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중국인들이 팔아먹던 허접한 해산물 리조토 속 해산물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쩄든 파에야는 귀하디 귀한 샤프란과 국물이 스며든 탱탱한 밥맛으로 먹는것이니 상관없다.








어느 식당엘 가든 파에야가 메뉴에 있으면 일단 시키고 보는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파에야를 먹기 이전까지 절대 파에야 팬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금까지 꾸역꾸역 잘 지켜왔지만  빠른 시일내에 구입해서 내가 원하는만큼 쵸리죠를 듬뿍 넣고 볶아먹고 지져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