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2015.08.25 05:36



대부분의 약국과 서점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투아니아.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면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 개념의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데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자리잡고 있는 서점이 있으니 바로 루디닌쿠 서점이다. 카페나 음식점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아담한 거리이지만 서점 바로 근처에 카페 체인이 하나 들어서면서 서점은 왠지 더 서점다워졌고 카페는 더욱 카페스러워졌다. 서점 안에 들어선 미니 카페 컨셉은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쉽사리 들어가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은 이들도 그저 커피를 사이에두고 마냥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 아무도 편치 않은 넉넉하지 않은 아우라를 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서점과 카페를 보니 언젠가 이 서점에서 얇은 책을 한권 사서 근처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 들이킬 날을 꿈꿀뿐이다.



비오는 날 우산으로 찌익 긁고 지나가면 우두두 떨어질듯 간신히 벽을 붙잡고 서있는 벗겨진 칠.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고 따뜻한 날보다 추운날이 훨씬 빈번한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아름다운 글귀만큼  찬 가슴을 녹여줄만한것이 있을까. 커피 한잔이 69년산 와인만큼 비싸지 않아서 다행이다. 멋진 글귀들이 부자들만 볼 수 있는 은행 금고 따위에 꽁꽁 숨어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구시가지에서 좋고 마음에 드는 장소들은 그 존폐여부때문에 늘상 불안하다. 인구가 적은 이곳, 식당이든 무엇이든 항상 적은 수요에 시달리고 타산이 맞지 않아 좋은 장소들도 쉽게 문을 닫는다. 이쯤되면 아름다운 장소들을 살리려고 단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게를 사들인다는 신문 한켠의 작은 기사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리투아니아어 서적뿐만아니라 외국 잡지나 서적,희귀 음반이나 관광 엽서등도 판매하는 서점. 좁은 장소에 들어서면 시선이 집중되어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없을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직원들과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



책을 자주 사지는 않지만 빌니우스의 건축과 조각에 관련된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 몇권을 이 서점에서 구입했다. 표지가 예쁘거나 관심을 끌만한 주제의 책들은 보기좋게 저 창문 너머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 구입한 책 전부 오며가며 창문 너머를 흘끔거리며 혹해서 샀더랬다.



한두번인가를 이 서점에 음식을 배달해 준 적이 있다. 식당의 배달원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못했거나 차가 고장나서 정비소에 들어가 있었거나 아마 그랬을거다. 서점 문을 잠시 닫는다고해도 이 서점 근처에는 빨리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식당도 없고 직원이 혼자 일하고 있는데 배고파서 어디 나갈 수도 없다고 호소했던적이 몇번있다. 왠지 이 골목 한켠에 외롭게 자리잡은 서점 생각이 나서 원래 식당 원칙상 한그릇은 배달을 하지 않지만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적이 있다.



http://www.rudninkuknygynas.lt/


 

가끔 모든것이 장난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도시. 기억할 수 있을까. 8월의 금요일 오후 7시쯤 이곳을 내리쬐고 있는 이 태양의 각도를.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이지만 왠지 노인과 바다를 읽어주고 싶어서 샀다. 사실은 내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텅빈 배에 뼈를 드러낸 물고기를 묶고 돌아오던 안소니 퀸의 얼굴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5.08.02 04:26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멀리서 이렇게 놓여져 있는 테이블을 보고 몹시 놀라고 기뻤더랬다. 버스가 지나다니는 큰 길에서 카페를 보기 힘든 빌니우스인데 드디어 골목골목 가정집 사이에 카페가 생기는 문화가 시작된것일까. 10월의 암스테르담 날씨는 빌니우스의 10월날씨와 놀랍도록 비슷한데, 10월에 비라도 내리면 거짓말처럼 거리에서 암스테르담의 향기가 난다. 어둑어둑한 아침에 골목 어귀마다 카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온몸이 따스해지곤 했던 그 10월의 아침. 기온도 하늘의 빛깔도 공기의 냄새도 너무 비슷한데 빌니우스에는 암스테르담 만큼의 카페가 없다. 그만큼의 인구밀도가 높지도 않고 아침마다 출근전에 카페에서 커피를 들이킬만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이 소득대비 저렴한것도 아니니깐.결정적으로 느리고 널럴하고 미니멀한 빌니우스에는 도시인의 문화라는것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다.





이 로스팅 카페가 자리잡은 골목은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속하는 M.K.CIURLIONIO 거리인데 외진 곳이어서 왠만해서는 찾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워낙 조용하고 좋은 이미지의 동네라 입소문을 타면 성업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들어 이런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는것은 아마도 7,8년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포화상태에 이른 리투아니아 토종 커피 체인들의 영향이 크다. 갈은 원두에 바로 물을 부어 거르지 않고 마시는 커피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이곳에서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원두 커피 전문점이 생긴것은 근 10년새의 일이다. 내가 처음 여행을 했던 2006년만해도 '더블카페'라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테이크 아웃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고 그 이후에 생긴, 리투아니아 토종 브랜드 'Coffee inn'에 밀려 문을 닫았다. 반면 이 커피인이라는 체인점은 지나치게 독점한다 싶을 정도로 구시가지 곳곳에 분점을 내더니 결국엔 프랜차이즈화하여 리투아니아의 다른 도시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고 결국엔 라트비아와 벨라루시 등 근처 다른 나라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vero cafe, caif cafe, sviezi kava 등 다른 커피 전문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카페 체인점들이 성업하니 사람들은 커피 맛을 비교하기 시작하고 초기 커피인에 열광하던 젊은층과 구시가지의 직장인들은 새로 생겨나는 다른 카페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권이 넓어진 고객들을 잃지 않으려 커피 체인점들도 에스프레소 머신 이외의 다양한 커피 추출 방법들을 선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그렇게 커피인구의 저변이 확대되니 체인점과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로스터리나 골목 카페들이 생겨나는것은 아마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관련된 커피용품을 팔기도 하는데 왠일인지 빌니우스에서는 전부 하리오 제품만을 판다. 




이런 카페들은 카페 체인점의 일률적인 실내 디자인에서 해방되어 있으니 인테리어 보는 재미도 있다. 직접 벽돌을 쌓아 만든 테이블은 인상적이다. 밀폐용기가 함께 붙어 있는 커피 그라인더, 탐나지만 한국가면 남대문이나 카페뮤제오에서 사는게 훨씬 쌀듯.




머신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진 검은 커피 잔이 인상적이다. 

에스프레소도 라떼도 크기만 다르지 전부 검은잔에 내어 준다.



갈때마다 이런저런 원두를 제안하지만 우리는 보통 지나치게 산미가 강하지 않은 씁쓸한 맛의 원두를 부탁한다.



세번째줄의 UAB 는 법인명인데 의외로 재미있고 엉뚱한 회사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이나 가게들이 많아 매번 영수증을 받으면 회사 이름부터 확인해본다. 하지만 Agerosa 는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크루아상 하나에 1유로. 뜨거운 커피에 말랑말랑 버터냄새나는 크루아상만큼 어울리는것이 있을까.




누군가가 마시고 남겨둔 커피 잔.  매번 에스프레소 두잔을 주문해서 함께 마시던 짐 자무쉬 영화의 <Limit of control> 의 그 흑인이 떠오른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런 카페를 만들기 위해 아주 넓은 면적이 필요한것도 아닌데 그러니깐 이런 분위기의 부엌과 홈카페를 집에서 만든다면 말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만한 높이의 천장과 채광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블랙.메탈.우드



옷걸이.



가까이에서 보니 에스프레소 두 잔이 아니고 누군가가 아포가또를 먹은거다. 여기 아포가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담은 잔에 저 플라스크 비슷한곳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부어먹도록 서비스한다.



블랙.콘크리트.램프



근처가 공원이라 앉아있으면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친절하게 자전거 거치대도 있다.




시큼하지 않은 원두의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양을 반으로 줄여달라고 부탁한 라떼. 


 

화이트 초콜릿과 라즈베리가 들어간 케익과 크루아상.



먹을때 몰랐는데 지금보니 포크 모양이 신기하다.



꼭 성업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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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7.22 03:32




1963년부터 50년 넘게운영되고 있는 빌니우스의 토종 극장. 스칼비야. 제발 문닫지 않고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빌니우스의 몇몇장소 중 하나이다. 극장 프로그램을 식당에 가져다 놓아도 되냐는 부탁에 동의한 이후로 매월 초 부클릿과 함께 우리 직원들을 위해 두세장의 초대권도 함께 가져온다. 개인적으로는 보고싶은 흑백영화가 있을때 초대권을 가져가서 보는편인데 식당의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은 주로 어떤 영화를 보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주로 비주류, 비상업적인 영화들인 경우가 많은데 보기힘든 리투아니아의 옛날영화라든가 외국 문화원이나 대사관과 연계해서 특정 감독의 회고전을 열기도 하고 매년 9월이면 빌니우스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개최하며 얼마전에 폐막한 국제 영화제 '키노 파바사리스 Kino Pavasaris' 의 프로그램을 상영하는 지정 극장이기도 하다.





초대권은 2인 무료 티켓인데, 이렇게 매월 집으로 가져오면서도 깜빡하고 못써버린 경우가 많다. 보고 싶은 영화들은 일요일에 상영하는 경우가 많고 일요일은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저런 이유로 매번 초대권을 버리게 되었다. 지난 5월, 우연처럼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에 올리비아 아사야스의 베스트 무비 리스트가 올라왔고 펼쳐본 부클릿에서 가까스로 5월의 마지막날에 상영하는 그의 영화 <Cloud of Sils marija> 를 발견했다.






극장의 겉모습은 뭐랄까. 겉모습에서 짐작되는 내부의 모습은 뭐랄까.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그런 작은 극장들. 예를 들면 <위플래쉬>에서 마일즈가 드나드는 그런 극장.. 아니면 <트루 로맨스>에서 크리스챤 슐레이터와 패트리샤 아퀘트가 만나는 그 극장.. 아니면 <레인 오버 미>에서 아담 샌들러가 드나드는 그런 극장.. 왠지 아무런 관람객없이 나혼자 온전히 스크린을 차지할 수 잇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는 그런 극장들 말이다.





빌니우스의 네리스 강변, 버스 정류장 뒷편에 자리잡은 극장.







아무도 없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영화를 보기전에는 설마 매진이어서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게 되고 결국은 상영보다 훨씬 일찍 가서 표를 바꾸게 되지만 결과는 역시나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팔린 표. 100석도 안되는 좌석에서 맥도날드에서 사간 햄버거를 숨죽여 먹으며 영화를 본다. 







스칼비야 극장내에서 운영되는 조그마한 카페테리아. 'Planeta'  간단한 와플과 음료를 판다. 음식을 직접 조리할 수 있는 라이센스는 없어서 그냥 데우거나 아주 간단한 조리만 가능한 식당. 팝콘이나 빅걸프 같은 콜라를 사들고 극장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가 시작되기전 따끈하게 커피를 마시거나 와플 냄새를 맡으며 구비되어 있는 옛 잡지를 읽기에 적합한 작은 공간.







플라네타에서 바라 본 바깥 풍경. 








겨울이면 두꺼운 외투나 코트를 걸어둘 수 있는 공간.






젊은 이자벨 위뻬르와 제라드 드빠르디유의 6월의 기대되는 상영작. 이었지만 이미 7월의 중순을 넘겨버린 지금.  당분간은 극장에 갈일은 별로 없을것 같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6.08 20:02




지금은 빌니우스의 몽마르뜨로 불리우기도 하는 예술가들, 보헤미안들의 동네 '우주피스 (Užupis)' 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그럴듯한 명성을 가진것은 아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구역이라는 낭만적인 이력을 품고 한껏 멋스러워지고 화려하게 소비되는 세상의 많은 구역들이 그렇듯이, 한때는 갱들의 구역이기도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던 뉴욕의 소호처럼 그리고 서울의 합정동이나 연남동, 심지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공간들이 그렇듯이

빌니우스의 우주피스 역시 비싼 임대료를 피해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며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지역들이 역설적이게도 돈없는 보헤미안들이 터를 잡기에는 턱없이 비싼 임대료의 핫플레이스로 변해버렸다.  빈궁한 빌니우스의 보헤미안들은 펍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대신 좁은 폭의 강에 삼삼오오 모여 병맥주나 싼 보드카를 들이켰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지금도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며 우리 역시도 여럿의 친구들과 모일때면 노천 카페나 식당 대신 야외에 머물기를 즐긴다. 공공장소에서 알콜 음용이 불법인 현재 대놓고 맥주를 병째 들이키거나 할 수 없지만, 가끔씩 경찰이나 혹은 근처 식당에 고용된 경비들의 제재를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빌니우스 젊은이들의 포기하고 싶지 않은 권리임에는 틀림없다. 빌니우스의 여름은 너무 짧고 한여름밤은 너무 기니깐.  빌니우스 구시가지 한켠의 길고 긴 언덕을 끼고 이어지는 우주피스 역시 한때는 빌니우스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싼 땅값의 지역이었다. 관광객이 모이는 동네들이 늘상 그렇듯 요즘의 우주피스는 예쁜 빵집과 레스토랑이 가득하지만

좀 더 깊은곳을 파고 들어가면 많은 버려진 건물들과 지금은 기능을 상실한 소비에트 시대의 대규모 공장 부지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미 건축 허가를 받아 접근 금지 구역으로 폐쇄되어 포크레인으로 곳곳이 깊게 패어진 장소들이 있으며

뻥뚫린 창문에 불에 탄 흔적만 지닌채 유령처럼 서있는 주인없는 건물들이 있다. 그리고 얼마후 그런 자리들에 멋스럽게 디자인된 가정집들이 들어서리란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건축업자와 부동산업자들에겐 더할나위없이 매력적인 구역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9년전에 여행와서 머물렀던 호스텔 주변의 풍경이 계속 바뀌는것 같아 아쉽다. 그 변화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아마도 그곳의 사진을 남기는것 뿐일것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