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생활'에 해당되는 글 63건

  1. 2015.08.25 Vilnius Restaurant 04_Sofa de Pancho
  2. 2015.08.02 Vilnius Cafe_Taste map
  3. 2015.07.30 [리투아니아생활] 리투아니아의 출산 병원 (2)
Vilnius Chronicle2015.08.25 04:35





이렇게 여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겨울이라는 아이에 좀 더 목을 매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이다.

덥고 푹푹찐다고 짜증을 내기엔 그럼에도 마냥 따사롭고 그저 천연덕스러운 아이같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갈까 조바심을 내는 요즘

한편으로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기다리던 겨울이 왠지 내 눈밖에 난것같아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삼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깨닫기 시작한 이 찬란한 여름에 대한 찬양이 겨울을 향한 비난은 절대 아닐것이다.

단지 쉬지 않고 지난날이 되어가는 붙잡을 수 없는 일분 일초의 찰나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질투라고 하는편이 낫겠다.



8월을 10일여 남겨둔 화창한 금요일 오후.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활기 그 자체였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노천 카페와 식당, 직원들은 쉼없이 맥주를 나르고 퇴근 후 혹은 휴가중의 금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사람들의 웃음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짧은 순간을 영원 불멸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적어도 내 머릿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제 곧 시작될 9월의 새 학기, 여행객에게도 리투아니아인들에게도 끝을 향하는 8월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것.



빌니우스의 타운홀 (Rotušė) 을 살짝 벗어나서 구시가지의 유일한 재래시장, 할레 시장 (Halės turgus) 을 향하는 긴 거리 Visų šventųjų gatvė. 

직역하자면 '모든 성자들의 거리' 라는 뜻으로 거리의 초입에 동명의 분홍 빛깔의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그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빌니우스의 멕시칸 식당. Sofa de Pancho.



 빌니우스에는 냉방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식당이 많아서 바깥 공간이 있다면 더운 여름 식당 내부는 보통 텅텅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의 식당 내부는 발디딜틈 없이 손님으로 꽉 찼을뿐 아니라 야외에도 빈 테이블이 없었다.



리투아니아에서 테이블을 야외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천 식당 허가를 내주는 기간은 공식적으로 4월초부터 10월말까지이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큰 대로라던가 광장을 낀 식당이 아니라면 보통은 좁은 보도 블럭에 몇개의 테이블을 내어 놓는데 그치지만 

작은 의자를 놓기에도 버겁게 너무 협소한 보도블럭 위의 이 식당 건너편에는 몇개의 벤치를 지닌 나무가 우거진 아주 작은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부터 그 공원에 테이블을 설치해서 그 어떤 빌니우스내의 식당보다 여름에 방문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종업원들은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차와 자전거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항상 가로질러 다니며 서빙을 해야하는 수고를 누려야하지만 말이다.

일방통행의 일차선 차도를 사이에 두고 식당과 야외 테이블이 나란히. 

대여섯개의 테이블이 있었을뿐이지만 어디선가 매콤한 해산물 스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일하게 남은 테이블이었지만 테이블보가 준비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메뉴를 달라고 하고서는 앉으려고 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별로 큰 돈 들이지않고 뚝딱 만든 테이블 같지만 그냥 아무 나무나 사용한것 같진 않다. 



식전에 가져다 준 물병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멕시코에 가면 이런 물병 살 수 있는건가. 뭘 담아놔도 맛있게 홀짝 거릴 수 있을것 같은 물병이다.



이 휘황찬란한 테이블 보는 왠지 멕시코 시장에 가면 5장에 2달러면 살 수 있는 목욕타올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물병에 비친 색깔은 예쁘다. 멕시코에 꼭 가보고 싶다. 


이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길고 긴 건물은 거의 이 거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을정도로 긴데

식당뿐만아니라 화방과 약국 미용실이 자리잡고 있다.

보통 이렇게 넓은 면적의 높은 지붕을 가진 건물의 경우 다락방과 같은 구조로 이층집을 설계하는 추세인데 이 옛 건물은 주황색 옛 벽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딜가든 식당의 수프부터 먹고 보는 나.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맛있는 메뉴일 가능성이 높다. 

수프로 어찌 배를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수프인지 설명이 없어 더욱더 호기심을 가지고 주문했다.

내가 먹어본 중 가장 매웠던 고추가 하바네로였는데 할라피뇨와 하바네로를 2유로에 판다. 절인 고추였을까? 아님 그냥 생고추를 자른 안주인가.

그외이 다른 고추라니 어떤 매운 고추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지나치게 매운것을 먹고 있지 않은 요즘이라 주문할 수 없었다. 



빨리 멕시코 가보고 싶다. 언제 저 멕시코 모자쓰고 나쵸에 코로나 마실 수 있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끝도 없는 테낄라 페이지였다. 이런 페이지가 세 이지 정도. 

심지어 마트에서 자주 보던 두세종류의 유명한 테낄라는 이 사이에 없었다는것. 



이것이 내가 주문한 수프였다.

쥐포같이 생겨서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것은 나쵸였다. 옥수수 알이 가득했고 잘게 찢어진 닭가슴살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육계장 비슷한 맛이었다. 빌니우스에 오래된 멕시칸 식당이 한군데 더 있는데 그곳보다 훨씬 정통한 느낌이 들었다.

정통하다니. 멕시코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이 음식이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식당의 비주얼이나 인테리어 같은것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반증한다. 

하지만 제발 이 수프가 실제 멕시코인이 정성스럽게 끓인 정말 멕시코적인 수프이기를 바란다. 



늘상 시키고보는 파히타이지만,한번도 멕시코산 파히타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어떤 파히타도 파히타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우습게도

20년전에 중학교때 친구가 데리고 간 별천지처럼 느껴졌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의 파히타의 맛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기때문.

그냥 야채와 고기를 볶다가 마트에 파는 파히타 믹스를 쏟아 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직접 구은 또띠야는 또띠야만 집어 먹어도 행복할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는 난과 식빵을 아무 양념 없이도 그냥 먹을 수 있는것처럼.


https://www.facebook.com/sofadepancho




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5.08.02 04:26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멀리서 이렇게 놓여져 있는 테이블을 보고 몹시 놀라고 기뻤더랬다. 버스가 지나다니는 큰 길에서 카페를 보기 힘든 빌니우스인데 드디어 골목골목 가정집 사이에 카페가 생기는 문화가 시작된것일까. 10월의 암스테르담 날씨는 빌니우스의 10월날씨와 놀랍도록 비슷한데, 10월에 비라도 내리면 거짓말처럼 거리에서 암스테르담의 향기가 난다. 어둑어둑한 아침에 골목 어귀마다 카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온몸이 따스해지곤 했던 그 10월의 아침. 기온도 하늘의 빛깔도 공기의 냄새도 너무 비슷한데 빌니우스에는 암스테르담 만큼의 카페가 없다. 그만큼의 인구밀도가 높지도 않고 아침마다 출근전에 카페에서 커피를 들이킬만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이 소득대비 저렴한것도 아니니깐.결정적으로 느리고 널럴하고 미니멀한 빌니우스에는 도시인의 문화라는것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다.





이 로스팅 카페가 자리잡은 골목은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속하는 M.K.CIURLIONIO 거리인데 외진 곳이어서 왠만해서는 찾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워낙 조용하고 좋은 이미지의 동네라 입소문을 타면 성업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들어 이런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는것은 아마도 7,8년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포화상태에 이른 리투아니아 토종 커피 체인들의 영향이 크다. 갈은 원두에 바로 물을 부어 거르지 않고 마시는 커피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이곳에서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원두 커피 전문점이 생긴것은 근 10년새의 일이다. 내가 처음 여행을 했던 2006년만해도 '더블카페'라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테이크 아웃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고 그 이후에 생긴, 리투아니아 토종 브랜드 'Coffee inn'에 밀려 문을 닫았다. 반면 이 커피인이라는 체인점은 지나치게 독점한다 싶을 정도로 구시가지 곳곳에 분점을 내더니 결국엔 프랜차이즈화하여 리투아니아의 다른 도시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고 결국엔 라트비아와 벨라루시 등 근처 다른 나라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vero cafe, caif cafe, sviezi kava 등 다른 커피 전문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카페 체인점들이 성업하니 사람들은 커피 맛을 비교하기 시작하고 초기 커피인에 열광하던 젊은층과 구시가지의 직장인들은 새로 생겨나는 다른 카페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권이 넓어진 고객들을 잃지 않으려 커피 체인점들도 에스프레소 머신 이외의 다양한 커피 추출 방법들을 선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그렇게 커피인구의 저변이 확대되니 체인점과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로스터리나 골목 카페들이 생겨나는것은 아마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관련된 커피용품을 팔기도 하는데 왠일인지 빌니우스에서는 전부 하리오 제품만을 판다. 




이런 카페들은 카페 체인점의 일률적인 실내 디자인에서 해방되어 있으니 인테리어 보는 재미도 있다. 직접 벽돌을 쌓아 만든 테이블은 인상적이다. 밀폐용기가 함께 붙어 있는 커피 그라인더, 탐나지만 한국가면 남대문이나 카페뮤제오에서 사는게 훨씬 쌀듯.




머신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진 검은 커피 잔이 인상적이다. 

에스프레소도 라떼도 크기만 다르지 전부 검은잔에 내어 준다.



갈때마다 이런저런 원두를 제안하지만 우리는 보통 지나치게 산미가 강하지 않은 씁쓸한 맛의 원두를 부탁한다.



세번째줄의 UAB 는 법인명인데 의외로 재미있고 엉뚱한 회사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이나 가게들이 많아 매번 영수증을 받으면 회사 이름부터 확인해본다. 하지만 Agerosa 는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크루아상 하나에 1유로. 뜨거운 커피에 말랑말랑 버터냄새나는 크루아상만큼 어울리는것이 있을까.




누군가가 마시고 남겨둔 커피 잔.  매번 에스프레소 두잔을 주문해서 함께 마시던 짐 자무쉬 영화의 <Limit of control> 의 그 흑인이 떠오른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런 카페를 만들기 위해 아주 넓은 면적이 필요한것도 아닌데 그러니깐 이런 분위기의 부엌과 홈카페를 집에서 만든다면 말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만한 높이의 천장과 채광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블랙.메탈.우드



옷걸이.



가까이에서 보니 에스프레소 두 잔이 아니고 누군가가 아포가또를 먹은거다. 여기 아포가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담은 잔에 저 플라스크 비슷한곳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부어먹도록 서비스한다.



블랙.콘크리트.램프



근처가 공원이라 앉아있으면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친절하게 자전거 거치대도 있다.




시큼하지 않은 원두의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양을 반으로 줄여달라고 부탁한 라떼. 


 

화이트 초콜릿과 라즈베리가 들어간 케익과 크루아상.



먹을때 몰랐는데 지금보니 포크 모양이 신기하다.



꼭 성업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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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5.07.30 02:55






<빌니우스 출산 병원>


'아이를 어디에서 낳을거야?'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면 누구나 듣게 되는 질문이겠지만 리투아니아에서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꽤나 한정되어있다.

한국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출산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고는하나 모르긴해도 출산 병원에 대한 선택권은 훨씬 폭넓을것이다.

300만여명의 인구가 사는 리투아니아에서, 인구 50만명 남짓의 미니 수도 빌니우스에서라면 어떨까.

국민 대다수가 한국의 보건소와 같은 국립 병원을 이용하는 이 곳, 빌니우스에서 무료로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대략 3곳이다. 



출산을 1주일정도 앞두고 우리도 아이를 낳을 병원을 방문했다. 

방문이라고 해봤자 그냥 어디쯤인지 위치를 알아두려는것이지 출산전에 행정적으로 해야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집에서 걸어서 15분정도, 빌니우스 중앙역 뒤편을 조용히 걷다보면 나오는 병원.

 사실 중앙역 뒷동네는 우범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평소에는 갈일이 거의 없는 동네인데 병원이 있는곳은 나무도 우거지고 

고요해서 살기 괜찮은 동네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9달동안 한달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던 병원과 아이를 낳을 병원은 분리되어 있다.

진통이 시작되면 9달동안의 내 상태가 기록된 수첩과 출산 가방을 들고 출산이 가능한 세 병원중 한곳에 가면 되는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어디에서 낳겠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보통 이 세곳 

'티젠하우주 tyzenhauzų, 안타칼니오 Antakalnio, 산타리스(sh)키우 Santariškių.' 중 하나이다.

빌니우스를 큰 덩어리로 나눴을때 각각의 지역에서 접근이 용이한 거리에 위치한 병원들이다.



네이버에서 출산 관련 지식을 검색하다보면 자주 보이는 한국의 출산 관련 켜뮤니티나 카페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육아관련 커뮤니티들이 있다.

구글 리투아니아에 '출산 병원' 키워드를 집어 넣으면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질문은

'어떤 병원에서 낳는게 가장 좋아요?' 와 '출산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요?'.

첫번째 질문은 내가 생각할때 우문이고, 두번째 질문도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한 병원들은 순수 출산에 관련된 비용은 청구하지 않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 좋은 개인 병원이나 값비싼 치료센터가 아닌 보건부 산하의 공짜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엄마들이 

출산과 관련된 병원 시설이나 의료진의 실력, 산후 관리에 관해 의문을 가지는것은 당연한일이다.

특히나 아직까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공산주의적 관습이나 사고방식들이 곳곳에 남아있을거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진 못한 공공기관이라면 말이다.



임신 기간동안 병원에서 제공하는 출산 교실에 참여했는데 임신중 음식 섭취나 신생아 예방 접종,신생아 돌보기와 관련된 다섯시간 남짓의 수업이었다.

소박하게 대여섯명의 임산부들이 의사와 옹기종기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식의 수업이었는데

마침 '어떤 병원을 추천하겠느냐'는 한 산모의 우문에 의사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한것이

'본인이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졌다면 어느 병원이라도 적합할것이다' 였다.

지나치게 상대적이고 극단적인 대답일지 모르지만 저와 같은 질문에 더이상 이상적인 대답은 할 수 없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같은 병원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은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기질과 성격,평소의 사고방식에 따라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대처하고 기억하는 우리들이 아닌가.  



<빌니우스 출산의 집 Vilniaus gimdymo namai>


병원로고와 조각. 아무리 봐도 아이를 낳는 병원임을 보여준다.

직장을 가진 여성이라면 임신 기간동안의 진료비와 출산 비용은 따로 들지 않음에도

출산 비용을 묻는 질문은 마치 뇌물처럼 혹은 감사치레로 환자가 의사에게 돈을 주는 관습이 일부 남아있기때문이다.

이들 출산 병원의 급여체계를 알지는 못하지만 의료진의 급여 수준은 분명 사설 병원 의사의 그것과는 현저하게 다를것이다.

환자이기이전의 고객으로써 정해진 의료 서비스를 받고 많든 적든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는 사설 병원이 아닌

나라의 예산으로 경영되는 병원이니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우선 고임금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의사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것도 구소련 시절의 사고방식이고 

그러한 사고방식이 의료진의 사고방식도 과거에 머물게끔하는 악순환을 일으키는것같다.

그래서 일부 불안한 산모들은 출산 전에 미리 병원에 방문에서 아이를 낳을 의사와 미리 합의를 해놓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에는 그냥 출산 당일 병원에 방문해서 처음 보는 의사들과 간호원들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사실 나의 출산 당일은 출산 예정일을 하루 넘긴 날로써 이날도 출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담당 의사를 방문했어야 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진통이 시작되었고 너무 일찍 병원에 가지 말라는 조언을 상기시키며 '아 이 정도 진통은 내 생각보다 세지않은 진통이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다

진통이 와서 출산을 할것 같으니 방문하지 않겠다고 진료시간에 맞춰 담당의사에게 전화해서 알렸다.

진통간격과 진통시간을 얘기하니 항상 무뚝뚝하고 엄격하던 의사는 빨리 병원에 가지 않고 뭐하고 있냐뭐

 뭐랄까 굉장히 걱정스럽고 상기된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리고 만약에 아이를 낳는다면 내일 꼭 전화해서 다음 방문 날짜를 잡자고 친절하게 얘기했다.




사실 9개월간의 진료에서 우리의 대화 패텬은 항상 정해져있었다.

'컨디션은 어때요?' 

'좋아요. 불편한데도 없구요'

그럼 침대에 올라가서 배둘레를 쟤고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다음번 소변검사나 피검사 용지를 주며 다음 진료 날짜를 잡는걸로 끝이 났다.

출산 직 후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받고 한 달 반후에 방문하는걸로 약속을 했다.



출산 전 병원에 방문했을때 내가 알고 싶었던것은 단 하나. 많은 입구가 있을텐데 헤매지 않고 어떤 입구로 빨리 들어가야 할까였다.

그리고 일주일후에 택시를 타고 바로 이 입구에 도착, 1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출산실에 들어섰다. 

출산까지 병원에서의 세시간 반의 시간, 9개월의 시간이 정말 휘리릭 하고 지나갔다고 느껴졌다.



자연분만후 보통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 3일정도 병원에 머물게 되고 퇴원을 시킨다.

원한다면 남편이 출산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다. 출산 전에 의대생들의 출산 과정 참여여부에 관해 묻고 서명하는 부분도 있다.

내 경우 남편이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 함께 했다. 세시간 내내 진통이 오는 순간 손을 잡아 주었고 물을 주거나 땀을 닦아주며 

가끔 의료진과 농담도 나누는등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번은 리투아니아의 티비 프로에서 남편의 출산 과정 참여에 관한 찬반 토론이 있었던적이 있다.

산모 스스로가 남편의 참여를 원치 않는 경우 체질적으로 약하거나 피를 두려워하는 남편들이 원치 않는 경우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경우 등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는데 글쎄, 개개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남편의 참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출산 후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한 방에서 3일을 지냈다. 

거동이 불편하고 모든 새로운것에 적응하는것은 힘들었지만 뭔가 굉장히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쏭달쏭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 우리를 쳐다보는 남편.

짧고도 긴 터널을 무사하게 지나왔다는 안도감에 행복했던 3일이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