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올드타운'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07.17 Pilies kepyklėlė_지난 겨울
  2. 2018.02.03 빌니우스 카페_Caffe italala (4)
  3. 2017.07.29 Vilnius 50_남겨두기 (1)
  4. 2016.10.19 Vilnius 44_Dont look back (4)
  5. 2015.08.25 Vilnius 17_루디닌쿠 서점 Rūdininkų knygynas (2)
Cafe2018.07.17 07:00


브랜디와 초콜릿, 스콘과 카푸치노. 버섯 수프와 녹차. 토마토 수프와 루이보스. 애플 파이위로 쏟아 부어지는 따뜻한 크림. 커피 그리고 커피. 커피 한 잔 하자고 들어간 아늑한 카페의 좁은 탁자가 각자의 입맛에 따라 채워지고 따개비처럼 붙어 앉아 잔을 비우며 하는 이야기들은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동시에 이제 좀 살것 같다 말하는 순간에도 언 발이 녹는 속도가 다르듯 긴 아침식사를 끝낸 누군가의 앞으로 느릿느릿 등장하는 마지막 커피잔이 바닥을 보일때까지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 지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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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8.02.03 08:00


곧 카페가 생긴다는 암시만큼 기분좋은 일이 있을까. 장사가 안되서 가게를 접어야 했던 어떤 이의 눈물은 나몰라라 하고 개업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누군가의 싱싱한 함박웃음을 떠올리며 결국은 희열에 젖고 만다. 지난 달 길을 걷다가 마주친 미래의 카페. 보통 문을 열기 전에 점포를 가리고 수리에 들어가면 Jau greitai, Comming soon 과 같은 문구를 붙여놓는 법인데 이 미래의 카페는 Dažomės! (페인트 칠하는 중) 라는 독특한 문구를 붙여놓았다. 카페 인테리어에 들어갈 색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존의 빌니우스 카페 인테리어에도 잘 사용하지 않는 색감에 말 그대로 열심히 막바지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센스있는 문구에 가봐야지 하다가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친구들 여럿과 토요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도중 괜찮은 카페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카페가 이 카페이길래 드디어 문 열었나보구나 하며 헤어지고 나서 혼자 다시 카페를 찾았다. 빌니우스 타운홀 근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와 한국 식당의 맞은편에 들어선 카페. 이 카페 이전의 이 자리에는 오랫동안 표구 가게가 있었고 최근까지 세컨드 컵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었는데 커피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쥬라기 공원 입구를 떠올리게 하는 생뚱맞은 카페 로고와 침침한 분위기가 계속 그 이전의 표구 가게를 떠올리게 했더랬다. 이 카페가 위치한  보키에치우 Vokiečių 거리, 구시가지 내에서도 역사적으로 전쟁과 침략으로 인한 파괴와 재건이 가장 빈번했던 거리라서 거리 지형도 모습도 많이 바뀌어 왔는데 공교롭게도 10년간 보아왔던 건물 1층에 자리잡은 가게들의 흥망성쇠도 그 거리와 궤를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카페도 식당들도 금세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보인다. 3월의 첫 금요일에 열리는 빌니우스의 대표적인 행사 카지우코 전통 장날도 본래는 타운홀부터 대성당을 향해 내려가는 길목에 열리곤 했었는데 타운홀 좌측의 이 거리에도 몇해전부터 장이 서기 시작했다. 창가 자리의 의자는 그네 형식이었다. 시선을 책자에 꽂고 있어도 어디선가 흔들 흔들 거리는게 느껴졌다. 테이블에 앉으면 일하는 모습이 보여서 산만하지 않을까 했는데 한 두 계단을 올라가서 앉아 있게 되있어서 일종의 사적 영역이 생기는 느낌을 주었다. 옷을 걸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좋았다. 



이미 카푸치노와 파이 한 조각을 먹은 상태여서 배가 불렀지만 에스프레소는 위가 쓰릴 정도로 아주 배가 고픈 때가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이다. 어떤 콩으로 만들어 줄까 물었는데 그냥 쓴 맛이 강한 콩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 에스프레소는 정말 맛있었다. 약간의 과장을 섞자면 실수로 마끼아또를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잔의 색깔도 맘에 들었다. 



새로 생긴 빌니우스의 카페에서 전 날 여행 박람회에서 챙겨온 프라하 카페 책자를 읽는다. 프라하를 빠른 시일내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빌니우스의 카페는 굳이 비교하자면 베를린의 카페 분위기와 흡사하다. 책자 속에 나온 프라하의 카페들이 오래된 대학 도서관 같은 장중하고 고고한 느낌을 주었다면 빌니우스의 카페들은 오히려 새로 문을 연 사설 유치원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좋다. 어떤 모습이어도 어떤 커피여도. 



메뉴를 보고 있자니 첫째날 베를린 Companion cafe (http://ashland.tistory.com/548) 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 토닉이 떠올랐다. 빌니우스 카페에서는 본 적이 없는 커피인데 분위기도 그렇고 다른 카페와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카페 이름을 굳이 이탈리아를 연상케 하도록 만든 이유는 모르겠다. 이게 요즘의 이탈리아 카페들의 트렌드인가? 카페 로고를 계속 보고 있자니 오히려 젤라또 가게에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초콜렛과 피스타치오, 시큼한 라즈베리맛이 삼단으로 쌓인 젤라또. 그 젤라또를 들고 피렌체의 어느 이름없는 팔라초의 서늘한 중정으로 들어서고 싶은 기분. 이름 없는 팔라초가 어디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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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07.29 09:00



Savičiaus 거리. 타운홀을 앞에두고 걷다보면 분수대 근처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가 사랑하는 오래된 두 식당, 발자크와 블루시네가 있고 (http://ashland.tistory.com/222) 구시가지에서 가장 허름하고 음산한 버려진 느낌의 교회 하나가 거리의 끝무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홀 광장을 중심으로 이 거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꼬불꼬불한 Stiklų 거리가 관광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빌니우스의 거리라면 이곳은 구시가지 곳곳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걷던 현지인들에게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가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숨은 보석같은 거리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조용히 쉬어갈 곳을 찾을 수 있을것 같은 그런 평안함이 있다. 그런데 이 거리는 구시가지 내에서도 유모차에 가장 친절하지 않은 길이었다. 유모차가 겨우 지나갈 폭이 좁은 보도블럭은 이곳 저곳에서 쏟아져나온 야외테이블이 점령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보도 블럭 사이의 좁은 길은 구시가지의 가장 투박하고 거친 돌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좋을만큼 움푹 패인곳이 많았다. 그리고 며칠전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보고 이 길에 들어섰는데 놀랍게도 길이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거리의 한 조각은 고스란히 남겨둔채였다.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면 못알아볼 정도로 외관이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옛 건물의 흔적은 한 토막씩 남겨둔다. 건물을 다 부수고 수리를 하는 경우에도 건물 외벽은 두툼한 철근으로 고정시켜서 부수지않고 남겨둔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것. 내것이라고 점찍어두고 매만져 볼 수 있는 어떤 돌들이 묻혀 있는 곳. 남겨진다는것은 참 고귀한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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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6.10.19 08:00




(Vilnius_2016)



타운홀에서 쭈욱 내려와서 대성당까지 가는 길목에 기념품 가게가 많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에는 별 차이가 없다.  바뀌는것이 있다면 아마 노점상 주인들의 옷차림뿐일것이다. 새로운것을 발견할 여지가 별로 없음에도 지나칠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그 풍경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있다. Dont look back 은 아주 오래 전 밥딜런의 콘서트 기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인데 옛 사진을 보다 보니 요새 화두가 된 그의 얼굴이 겹쳐 그냥 제목으로 붙여보았다. 저들중에 누구 하나 갑자기 홱 돌아보면 조금 무서울것도 같다. 특히 파란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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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8.25 05:36



대부분의 약국과 서점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투아니아.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면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 개념의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데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자리잡고 있는 서점이 있으니 바로 루디닌쿠 서점이다. 카페나 음식점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아담한 거리이지만 서점 바로 근처에 카페 체인이 하나 들어서면서 서점은 왠지 더 서점다워졌고 카페는 더욱 카페스러워졌다. 서점 안에 들어선 미니 카페 컨셉은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쉽사리 들어가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은 이들도 그저 커피를 사이에두고 마냥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 아무도 편치 않은 넉넉하지 않은 아우라를 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서점과 카페를 보니 언젠가 이 서점에서 얇은 책을 한권 사서 근처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 들이킬 날을 꿈꿀뿐이다.



비오는 날 우산으로 찌익 긁고 지나가면 우두두 떨어질듯 간신히 벽을 붙잡고 서있는 벗겨진 칠.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고 따뜻한 날보다 추운날이 훨씬 빈번한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아름다운 글귀만큼  찬 가슴을 녹여줄만한것이 있을까. 커피 한잔이 69년산 와인만큼 비싸지 않아서 다행이다. 멋진 글귀들이 부자들만 볼 수 있는 은행 금고 따위에 꽁꽁 숨어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구시가지에서 좋고 마음에 드는 장소들은 그 존폐여부때문에 늘상 불안하다. 인구가 적은 이곳, 식당이든 무엇이든 항상 적은 수요에 시달리고 타산이 맞지 않아 좋은 장소들도 쉽게 문을 닫는다. 이쯤되면 아름다운 장소들을 살리려고 단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게를 사들인다는 신문 한켠의 작은 기사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리투아니아어 서적뿐만아니라 외국 잡지나 서적,희귀 음반이나 관광 엽서등도 판매하는 서점. 좁은 장소에 들어서면 시선이 집중되어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없을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직원들과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



책을 자주 사지는 않지만 빌니우스의 건축과 조각에 관련된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 몇권을 이 서점에서 구입했다. 표지가 예쁘거나 관심을 끌만한 주제의 책들은 보기좋게 저 창문 너머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 구입한 책 전부 오며가며 창문 너머를 흘끔거리며 혹해서 샀더랬다.



한두번인가를 이 서점에 음식을 배달해 준 적이 있다. 식당의 배달원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못했거나 차가 고장나서 정비소에 들어가 있었거나 아마 그랬을거다. 서점 문을 잠시 닫는다고해도 이 서점 근처에는 빨리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식당도 없고 직원이 혼자 일하고 있는데 배고파서 어디 나갈 수도 없다고 호소했던적이 몇번있다. 왠지 이 골목 한켠에 외롭게 자리잡은 서점 생각이 나서 원래 식당 원칙상 한그릇은 배달을 하지 않지만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적이 있다.



http://www.rudninkuknygynas.lt/


 

가끔 모든것이 장난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도시. 기억할 수 있을까. 8월의 금요일 오후 7시쯤 이곳을 내리쬐고 있는 이 태양의 각도를.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이지만 왠지 노인과 바다를 읽어주고 싶어서 샀다. 사실은 내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텅빈 배에 뼈를 드러낸 물고기를 묶고 돌아오던 안소니 퀸의 얼굴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