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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23 Vilnius 67_어떤 건물 2
  2. 2012.07.05 커피와 초콜렛 (5)
Vilnius Chronicle2018.03.23 08:00


Vilnius_2018


리투아니아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기능도 외양도 각기 다른 이 세개의 건축물을 앙상블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줄곧 이들을 대학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매번 이 위치에 서서 이들을 보고 있자면 결국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놓여져서 고통과 영화를 주고 받았던 이웃일 뿐이라 생각하게 된다. 가장 오른편에 있는 대통령 궁은 뻬쩨르의 겨울 궁전을 복원한 러시아 건축가 바실리 스타소프의 작품이다. 빌니우스에 발을 들여 본 적 없는 건축가는 뻬쩨르의 어디쯤에서 실제 건축 부지 보다 큰 건물을 설계 했고 결국 건물은 건너편 빌니우스 대학 담벼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면서 설계도 그대로 지어졌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 위치에서 대학 도서관 건물 끄트머리에 놓인 시인의 동상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스타소프의 설계대로 건축 시공을 한 리투아니아 건축가는 차르의 명으로 건너편 교회의 내부 장식을 다 뜯어 내야했다. 그저 모두들 주어진 일을 했을 뿐, 어찌됐든 이곳에 서면 늘 뻬쩨르가 떠오른다. 매년 3월이면 여지 없이 12년 전 러시아 여행이 떠오른다. 뻬쩨르를 떠나 헬싱키를 향하던 날, 버스 에이전시 앞에서 야간 버스를 기다리면서 들이킨 쩨레목 키오스크의 식어가던 홍차가 떠오른다. 다시 가고 싶구나 뻬쩨르. 백야의 겨울 궁전이 보고 싶어 진다. 



건물에 드리워지길 고대하는 어떤 이의 그림자만큼 절실하게 햇살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까. 겨울의 매력은 여전히 불가항력이지만 늘 그렇듯 봄볕이라는 결승선 위에 발 끝을 내밀게 된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설득되고 싶지 않은 봄을 향한 질투로 햇살에 눈을 감고 결국은 겨울이 흥건한 그늘 속으로 다시 옮겨 온다. 구시가지의 건물들이 이제 곧 초록에 굴복하고 봄빛을 입는 시간이 다가온다. 여전히 겨울과 봄의 경계 위에서 몰라서 셀 수 없지만 결국 세어질 수 밖에 없을 남은 겨울의 숫자를 헤아려 본다. 시간은 늘상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으로 오히려 정체 된다. 그래서 겨울은 항상 가슴 언저리에 고여 있다. 빛이 들지 않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거리 한 구석의 얼음 조각처럼 겨울은 예외없이 가장 묵직한 기억을 남긴다. 또 다시 찾아오는 봄, 이 겨울의 어떤 기억을 햇살에 묻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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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2.07.05 02:10

 

 



진하디 진한 다크초콜릿이 유난히 땡기는 그런 날이 있다.  다크 초콜렛을 처음 먹어본것은 뻬제르의 에르미타쥐에서 였다.  볼것은 많고 며칠에 걸쳐 보기에는 입장료도 비싸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깐 아침 일찍 입장해서 최대한 늦게 나오는 계획으로 움직였다. 이럴때엔 정말 큰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진 도시에서 몇달간을 살며 두고두고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특히나 박물관이 무료인 도시들이나 상설 전시 공간을 가진 대형 갤러리들이 있는 도시들말이다.  그날은 함께 여행했던 언니가 박물관 안에 오래있으면 배가 고플테니 다크초콜릿 같은것을 먹으면 배가 부르지 않겠냐며 건네 준 초콜릿을 전시관 쇼파에 앉아서 먹은 기억이 있다. 8절 도화지 만한 마티스의 그림을 산 언니의 만족스런 얼굴과,  몇해 후에 놀러 갔을때 언니네 집 거실벽에 표구가 되어 걸려있던 마티스의 그림들. 박제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것은 얼마나 고귀한것인지.  집에 커피가 없고 충분한 현금이 없어서 마트에 갔는데 150원짜리 일회용 커피밖에 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초콜릿과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맛있다. 입속만이 감지해내는 값어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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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