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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2016.07.27 08:00



(Firenze_2010)



'피렌체 두오모의 그림자는 피렌체의 명산물이다. 피렌체의 시민들은 모두들 조금씩 그 그림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




(Firenze_2010)


위의 문장은 나의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둑질 해 온 문장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부분과 기형도의 시 <안개>의 한 문장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단어 '안개'를 '그림자'로 대체했을뿐이다.  '피렌체 어디에서도 두오모가 보이지 않는곳이 없었다' 라는 상투적인 말로 두오모의 둔중한 호흡에 감탄하기에는 그는 훨씬 벅찬 존재였다.  두오모 그 자신이 자부하고 있던것은 오히려 그로 부터 쏟아져 나와 어떤이들의 지붕위에 과묵하게 드리워진 그 자신의 그림자였다.  9월의 피렌체는 산란하는 빛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오모의 정상을 향하는 동안 나에게 할당된 빛은 아주 미미했다. 나는 그가 깊고도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는 피렌체 전경을 바라보기 위해 460여개에 달하는 어둡고 좁은 돌계단을 말없이 올랐다.  아직 덜 마른 물걸레질 냄새가 나는듯했다.  그로인해 때때로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역사가 심어 놓고간 그 고목의 끝자락에 섰을때 터져버릴 듯 고인 태양 아래에서 내가 마주했던것은 그가 무심하게 흘려버린 그림자속에 갇힌 어두운 지붕들이었다.  돔의 실루엣이 작은 다락방 창문과 굴뚝을 타고 이어졌다.  그 순간 그 어스름한 경계가 덮고 있는것은 고작 몇채의 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온종일 자리를 바꿔 움직이는 태양 아래에서 피렌체의 명암을 가르고 있는것은 분명 두오모였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