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옐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1.04 5 to 7_Victor Levin_2014
  2. 2015.03.19 <Only lovers left alive> Jim Jarmusch (2013)
  3. 2014.08.02 <Like crazy> Drake Doremus (2011)
Film2017.11.04 08:00





외교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는 프랑스 여인 아리엘. 작가 지망생 미국인 브라이언. 그들은 뉴욕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브라이언이 먼 발치에서 끽연중인 아리엘에 반해 다가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우연인듯 말을 걸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아리엘이 반대편에서 걷고 있는 브라이언을 먼저 보고 그가 건너오기를 기다린 것 같은 뉘앙스로 아리엘의 관점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관객인 나는 왜 그 장면에서 브라이언을 좀 덜 동정해도 된다는 것에 안도한 걸까. 그것은 먼저 반한 사람이 더 사랑하는 것이고 그가 더 많은 것을 잃는 존재라고 끊임없이 암시하던 많은 사랑 영화의 문법에 세뇌당한 까닭이다. 몹시 없어 보이는 그런 관념을 이젠 좀 떨쳐내고 싶다. 그들은 항상 같은 시간에 호텔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런 몇번의 만남끝에 브라이언은 아리엘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리엘은 프랑스인 남편의 미국인 애인 제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인의 존재는 그녀의 결혼 생활을 파국으로 이끄는 통속적인 장애물이 아니다. 아리엘은 제인에 대해서 남편의 장례식이 행해진다면 아리엘 그녀와 함께 울어 줄 또 하나의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제인은 결코 <위험한 정사>의 글렌 클로즈처럼 애인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고양이를 삶을 여인이 아니다. (글렌 클로즈가 이 영화에서 브라이언의 엄마로 나온김에 인용해 봄.) 프랑스인 부부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파괴하지 않고 배우자의 애인을 인정하며 함께 공존한다. 그 공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브라이언은 3주간 고민하지만 결국은 아리엘의 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너의 전부가 아니라면 반쪽이라도 갖겠어' 라고 하던 <글루미 선데이>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부분인다. 하지만 그들은 월요일의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만 호텔에서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아리엘이 브라이언에 대한 믿음을 담보로 정해놓은 규칙이다.  그녀의 남편은 브라이언을 파티에 초대하고 그는 연인의 아이들과 남편의 환대를 받으며 집에 들어서고 연인의 남편과 연인의 남편의 애인과 함께 근사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연인의 남편의 애인과 택시를 나눠타고 돌아온다. 그들의 조금 이상한 형태의 사랑은 얼마간 평화롭게 지속되지만 잡지사의 소설 공모에 당선되서 6000달러의 상금을 받은 브라이언이 샤넬 반지를 사들고 아리엘에게 청혼을 하면서 균형이 깨진다. 그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가 아니라 아리엘과의 평생을 꿈꾼다.  아리엘은 브라이언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연인의 남편은 브라이언에게 25만달러 수표를 끊어주며 아리엘과 관련된 지출에 쓰라고 전해주며 빰을 갈기고 사라진다. 하지만 아리엘은 결국 프랑스 남편과 남는다. 브라이언은 자연스레 5시부터 7시까지의 사랑도 잃게 된다. 브라이언과 제인은 프랑스인 커플과 헤어진 이후 각자의 가정을 꾸린다. 몇년 후 아리엘과 브라이언 가족은 조우한다. 아리엘은 장갑을 벗어 브라이언이 선물한 반지를 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라이언은 미소짓는다. 영화의 줄거리를 낱낱이 다 적어보았다. 이것은 브라이언과 아리엘이 결국 하나가 될까 말까에 관한 손에 땀을 쥐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사랑은 무엇이고 결혼은 무엇이고 그 제도속의 사랑이란 무엇이고 그 제도권에 들지 못한 사랑은 또 무엇일까. 무엇이 이상적인 관계이고 무엇이 이상한 관계일까. 옛 연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를 남편 브라이언을 둔 아내는 비련의 여인인가.  





브라이언과 아리엘의 관계가 성립과 해체를 겪는 과정속에서 관객을 그리고 브라이언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요소는 여러가지이다. 결혼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평생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깨진 와인병을 거꾸로 꽂아놓은 담벼락 같은 제도일까. 그래서 그 테두리에서 빠져 나오려는 사람과 그 안에 남는 사람, 그 안으로 향하려는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가. 아니면 합법적인 관계 속에서 자식을 낳고 기르며 좀 더 안락하게 죽음까지 이를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망인가.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제3자와 맺는 감정적 육체적 연대는 제도를 위협하는 기형적 관계인가.  제도권 밖에서 위성처럼 떠도는 사랑이 불멸이여도 그것은 불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야 하는 걸까.  결혼이라는 계약을 잡음없이 이행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수차례 다가올 지도 모를 사랑에는 등을 돌려야 하나. 오히려 그런 사랑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결혼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리엘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아무런 공식적 지위도 갖지 못했다고 해서 그 감정이 허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리엘이 브라이언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지정한 2시간의 규칙은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그들 사이의 제도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리엘과 그의 남편이 정립한 사랑에 관한 그들의 철학이기도 하다.  아리엘이 자신의 결혼 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을 두고 유능한 남편이 보장하는 안락하고 부유한 삶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 값진 것을 포기하고 쟁취하는 가난한 사랑이 진짜라는, 진정한 사랑 컴플렉스에 지나지 않는다. 아리엘이 브라이언을 그 정도까지는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상대적 질량으로 저울질 하는 고약한 습관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의 사랑을 비관적으로 보면 그것은 애인이 있는 남편에게서 상대적 상실감을 느끼고 자신도 똑같은 대안을 마련해두고 싶었던 아리엘의 판타지일뿐이고 낙관적으로 본다면 모든 관계는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쌍방의 믿음과 합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공존하고 존속될 수 있다고 보는 믿음이다.  





잠시 브라이언을 연기했던 안톤 옐친을 추모하며.  안톤인걸로도 모자라 옐친이라고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볼때마다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었는데 너무나 어린 나이에 황당하게 죽어버렸다.  꾸준하게 다작을 하면서 점점 가능성을 넓혀가던 배우였는데 아쉽고 안타깝다. 러시아 태생의 이 배우는 이름 때문에라도 항상 체홉을 떠오르게 했는데 <5 to 7>  에서는 실제로 작가 지망생으로 등장하고 결국 소설을 출간하는데 성공한다. 이 배역에 정말 잘 어울렸다. 영화의 배경이 뉴욕이어서도 더 그랬겠지만 이 영화도 그도 뭔가 우디 알렌스럽다. 약간 외곬수 느낌의 꾸밀 줄 모르고 단도직입적인, 글쓰는 남자, 몇몇 영화에서 작가로 출연했던 에단 호크나 존 쿠삭 같은 느낌도 주었다. 뱀파이어에게 오래된 기타를 가져다 주며 황당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 영화 <Only lovers left alive> (http://ashland.tistory.com/208)   딱히 개성이 없는 배우라 생각되다가도 어떤 역을 해도 잘 해내던 배우.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이 영화 Like Crazy (http://ashland.tistory.com/198) 에서 였다. 이 영화에서는 영국인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하며 마음 고생하는 미국인으로 나온다. 아슬아슬하고 섬세했던 연기들,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했던 그들의 행동. 이 영화의 제이콥이 조금이라도 브라이언 같은 성격이었다면 저들의 사랑이 그리 힘들지 않았을텐데. 저 영화에서 저들은 참 어렸고 살아있었다면  지금도 그는 여전히 어릴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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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5.03.19 00:23






가끔 기웃거리는 아이스크림 코너. 리투아니아에는 한국만큼 과즙을 사용한 맛있는 빙과류가 적어서 새 하드를 보면 한번쯤은 먹어 본다.  그런데 어제 사먹은 이 라즈베리맛 하드는 영화 속 아담과 이브가 먹던 오 마이너스 혈액형 하드와 정말 너무 닮지 않았는가. 모로코의 탕헤르에 머물던 이브(틸다 스윈튼)와 디트로이트에 사는 아담(톰 히들스턴)이 오랜만에 만나 온갖 악기들로 가득찬 지저분하고도 로맨틱한 아담의 거실 소파에 앉아 나눠먹는 O형 피 맛 하드말이다. 이렇게 단순히 과일맛 하드를 먹으며 떠올릴 영화가 있다는것도 참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걸어놓고 작년에 본 영화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담의 디트로이트와 이브의 탕헤르. 언젠가 가볼 수 있을까? 골목골목을 누비는 많은 여행자들덕에 아프리카 특유의 햇살과 그 태양 아래의 각양각색의 건물 외벽들. 그 건물들과 자갈길이 만들어낸 꼬불꼬불한 골목사이를 거니는 사람들과 그들의 무지개빛 옷차림에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 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최소한의 조명에 기대어 있는 밤의 아프리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내 스스로 여행하지 않는다면, 여행을 하더라도 마음 급한 여행자의 카메라로는 쉽게 담기 힘든 밤의 풍경. 저녁 무렵 가까스로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숙소를 나왔을때 이미 어둑어둑해진 밤 길을 걸을때의 그 기분. 그런 기분을 이브도 공감할 수 있을까? 다시 와보지 못 할 장소라는 생각에 골목의 자갈조차 가슴에 품고싶은 그 느낌말이다.  영원한 시간을 보장받은 뱀파이어의 삶은 진정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일까. 삶을 통해 느끼는 희열과 아름다움은 역설적이게도 한정된 시간과 제약된 장소에서 오는 소중함에 기반할때가 많다.  그토록 돈과 시간에서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우리들이지만 알고보면 좌절과 갈망 사이의 좁다란 틈을 메우고 있는  잘디 잔 기쁨의 언저리를 디딛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지속하려는 노력으로 살고 있는것이다. 훨씬 짧고 역동적인 우리의 일생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추억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기록의 수단은 다양해지고 제때 소화해내지 못하는 책과 음악과 영화 그리고 장소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영화속에서 묘사하는 뱀파이어의 삶은 대부분의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과는 달리 적적하고 폐쇄적일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항상 그렇게 일분일초에 충실하고 간절하기만 한것도 아니다. 우리가 멍한 눈, 축 늘어진 어깨로 흘려보내는 시간을 우리에게 주어진 수명에서 백분율로 따져본다면  그 명상을 가장한 게으름과 탐닉으로 둔갑한 허무의 시간은 뱀파이어들이 여가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단지 사회에서 학습되어진 우리의 양심이 그러한 시간들을 고귀하게 여기길 허락치 않는것일뿐.  








몹시 다른 이브와 아담.  마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차가운 밀라노와 따스한 피렌체의 아오이와 준세이처럼 탕헤르와 디트로이트도 그들의 다른 온도를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처럼 보인다.  아담은 이브보다 기록과 창작에 능숙하며 옛것에 심취하고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명성을 대단치 여기지 않는다. 새것을 동경할 수 있고 누군가의 창작물에 매료될 수 있는 이브는 냉소적인 아담에 비해 한없이 따뜻하다. 그들이 오랜기간 함께 일 수 있었던 것. 그들의 감정이 적정 체온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브가 자신의 트렁크에 각종 언어로 쓰여진 동서고금을 가득 채워 담으며 여행을 준비하는동안  아담은 오래된 기타를 수집하고 음악을 만들며 변질된 세상에 허무함을 느낀다. 그들을 살아있게 하는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여러 현상들에 지닌 서로 다른 방식의 애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그러니깐 좋은 의미에서 가끔 짐 자무쉬가 딜레탕트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그가 이 영화에서 늘어놓는 수많은 작가들과 위인들 그리고 이미지들.  그들의 많은 작품들과 세상에 미친 영향 따위를 이해하고 영화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감독의 방대한 지식이 부럽다가도  어쩌면 자무쉬 자신도 내가 자무쉬를 안다고 착각하고 좋아하며 만족하듯 

그들을 어떤 의미에서 그저 선망하고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4.08.02 04:41






이런 영화는 짝이나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에서 장거리 연애를 걱정하며 도시락 선택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그린라이트를 꺼야할지 켜둬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애 지침서가 될 수 있을까. 장거리 연애는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할짓이 못되지 혹은 장거리 연애를 하다보면 미치게 될거야. 우리처럼 서로에게 미쳐버린 전적이 있는 사람들도 장거리 연애에는 지치게 된다고. 당신들 서로에게 완벽하게 미쳐있소? 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문제의 본질이 장거리 연애에 있는것은 아니다. 갈등과 미움을 야기하는 많고 많은 변명들중 하나일뿐. 물리적 거리가 연애의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갈등과 이별의 절대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는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학생활을 접고 런던으로 돌아가야하는 영국인 안나. 그리고 미국인 제이콥. 함께 수업을 듣고 알고 지낸 사이는 그리 짧아보이지 않지만 이들은 왠일인지 떠날때가 되어서야 안나의 고백으로 연인이 된다. 로스앤젤레스와 런던. 가깝지 않은 거리. 그리움에 힘들어하는 그들을 정말 충분히 이해한다.  멀리 있는 누군가를 생각할때 엄습하는 특유의 공포가 있다. 너무 멀리 있어서 마치 없는것처럼 느껴질때의 공포감말이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달콤함에 눈 먼 이들. 안나는 만기된 학생 비자를 지닌채 제이콥과 여름을 보내고 그녀가 아무 생각없이 불법 체류자로서 머문 그 짧고도 행복했던 순간은 계속 그 둘의 만남의 장애물이 된다.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해 런던으로 되돌아가야하거나 결혼을 하고서도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것. 자신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자문제 따위로 생각지도 못한 감정적 소모를 겪는 이들.  언어적 장벽도 없고 어딜가서도 일할 수 있는 커리어를 지녔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결단력이 필요한 사랑을 하기에 아직 너무 어렸던걸까.  어쨌거나 이들의 결합은 너무 불안하다. 결국 누가 얼마나 더 희생했느냐로부터의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거란 예감이 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