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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8 Paris 03_파리의 에드워드 호퍼
Paris2013.11.18 00:33



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


어떤 일을 내가 상상했거나 계획했던대로 실행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때 난 재빨리 체념하고 다음을 기약하는편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것을 하는데있어서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거나 

왜 그것이 필요한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따위를 조목조목 설명해야하는것처럼 귀찮은 일은 없다. 

내 목적과 타인의 욕망이 충돌할때 난 보통 다른이들이 원하는것을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라고 영혼없이 동의한다.

어떤이들을 말한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꼭 이뤄내야 할 생각이 없는것은 그만큼 많이 원하지 않는거라고.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려는 우리의 태도가 단지 갈망의 정도에 좌지우지되는것은 아니다.  

때로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가동되는 강박관념같은것이 우리로 하여금  많은것을 더 빨리 원하게끔 재촉할때도 있다.

파리 곳곳에 흩어져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본다던가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빈거리를 걸어다닌다던가

파리 여행에서 난 내가 하고자 했던것의 대부분을 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라도 원한다면 다시오면 된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것은 온전히 나만의 여행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는 고약한 폐쇄성이기도 했고 

내가 파리여행에 다시금 투자해야 할 시간과 돈이 그다지 크지 않을거라는 일종의 공간적인 해방에서 가능한것이었다.

알래스카나 베트남가서 이글루나 수상시장을 지나치며 '오늘은 귀찮고 다음에 오면 그때 들르자' 하기란 쉽지 않을거다.

아쉬움은 우리가 투자해야 할 시간과 돈에 비례하고 내 행복은 내가 얼마만큼 시간에서 해방되느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파리는 2주라는 시간으로도 모자라더라. 여행은 어떤 템포로 어떤 분위기속에서 뭘 보려하느냐에따라 항상 달라지지만

매일 새로운 목적지를 찍고 바쁘게 움직이는 여정속에서 내가 방해받지 않고 해나갈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엽서쓰기였다.

누군가에게 여행에서 받은 인상과 풍경들을 횡설수설 늘어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웹상에서 주고 받는 편지나 대화들과 달리 여행에서 쓰는 엽서는 우표를 붙이는 순간 말 그대로 완벽히 증발한다.

 같은 엽서를 두장사서 내용을 똑같이 적어서 남기거나 마치 하나의 풍경마냥 사진이라도 찍어서 남겨놔야 하는걸까. 

아니면 내가 떠나올 그 공간처럼 내 밖으로 뛰쳐나와 활자화된 단어들도 그대로 사라지도록 남겨둬야하는걸까.

우표를 달고 날아간 엽서에 대한 보상심리로 난 적어도 한 장씩은 그 나라 소인이 찍인 엽서를 스스로에게도 보내기 시작했다.

굳이 보상심리라고 여기는 이유는 엽서를 살땐 적어도 아 나도 이런 엽서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니깐. 

파리 여행 끝자락에 만난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는 우표를 달고 도착한 놈은 아니다. 

엽서의 반대 쪽 텅빈 바닥은 누군가에게 뭐라도 적어서 날려보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지만 

난 이 엽서를 에펠탑 마그넷과 함께 냉장고에 얌전히 고정시켜놓는데에 간신히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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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