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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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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pyt 06_아비도스의 빛 Abydos_2003 와인 한 병이 눈에 들어와서 사왔다. 기내에서 줄 법한 200ml 도 채 안되는 작은 칠레산 와인이었는데. 무슨 은행 금고의 채권도 아닌것이 떠들썩한 보통의 마트 한켠에 생뚱맞은 작은 와인 냉장고 속에 곤히 놓여있는것이다. 와인병의 에티켓에 120이라는 숫자가 크게 적혀있었다. '120명의 영웅을 기리며' 라는 문구와 함께. (검색해보니 이 와인은 산타 리타라는 칠레의 도시 어느 농장에서 은신중이었던 120명의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것이라고 한다. 스페인 지배하의 칠레 독립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농장주가 스페인 군대에 농장이 다 불탈것을 감수하고 숨겨준것이라고.) 근데 난 이 글을 쓰기 직전 다시 와인병 에티켓 문구를 확인할때까지 영웅을 왜인지 신으로 인식했다. 120의 신을 기리는..
Egypt 05_Timeless Cairo_2003 시간은 우리에게 관대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여행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처 다 풀어놓기도 전에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될테니깐.
Egypt 04_끽연중의 남자 Alexandria_2003 사막 도시 시와로 가기위해 알렉산드리아에서 밤 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마르샤마투르. 새벽에 도착해서는 두시간 정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기다려야했다. 다행히 카페를 겸한 대합실이 있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지만 달짝찌근한 민트차를 팔았다. 도시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마르스마트루, 마르샤마르투 등등 여러번 검색해야했다. 잊어버릴것 같지 않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을 겨우겨우 기억해내고 나면 멈칫해진다. 얼마나 많은것들을 잊고 있는줄도 모르고 잊어버렸을까. 대합실 바닥을 배회하다 발밑까지 와서 두리번 거리는 고양이 얼굴까지 죽을때까지 기억할 수 있을것 같던 순간들이었는데.
Egypt 02_Siwa Siwa 2002 (발끝이 시와를 향하고 있다면 돌돌말린 줄자 하나 정도는 준비해도 좋다. 더 질긴 졸음이 밀려들기전에 게으름의 두께를 재어야 하므로...아침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것들. 내다 버리고 싶은 건초더미 같았던 시와의 오후들...갈라진 진흙벽 틈으로 빨려들어가던 습관적인 의지들...시간이 미친듯이 흘러간다...지금 이 피곤한 아침도 이제 곧 어제가 되고 더 오랜후엔 눈뜨면 떠오르는 그리운 과거가 되겠지. 20050911)
Egypt 01_지중해 카페 Alexandria 2002 알렉산드리아의 어느 쓸쓸한 카페. 돌이켜보니 이집트 여행 자체가 쓸쓸했다. 아마도 헤어지는 인연이 흘리는 슬픈 예감 때문이었겠지. 지중해라는 넉넉한 침묵의 소유자를 단골 손님으로 가진. 때가 되면 풍로에 불이 켜지고 습관처럼 해넘어가는 시간을 이야기하던곳. 설탕에 커피를 부어 넣은 듯 달디 달았던 커피. 한번도 본 적 없다 생각했던 분홍빛 일몰.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가는 길목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던 그 곳.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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