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2017.08.03 09:00


Luca_2010



지점토 반죽에 조심스레 포크 자국을 내서 창이 날 자리에 정성스레 두르고 날카로운 칼로 가장자리를 잘라내어 뜨거운 태양으로 구워낸것 같다. 한 가득 쏟아지는 태양을 피해 레고 창문 안으로 숨어든 이의 안식이 느껴지는 풍경. 하핫.









Posted by 영원한 휴가
Italy2017.08.01 09:00




인생 부대찌개를 마주하고 있자니 인생 파스타가 떠올랐다.  코르토나는 다이앤 레인이 출연한 <투스카니의 태양> 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도시이다. 피렌체를 떠나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이 되었던 아레쪼에 잠깐 내려 짧은 기차를 타고 도착했던 에트루리아인의 도시. 오랜 걸음으로 도보가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은 산악도로를 위험스레 거꾸로 걸어서 닿았던 그곳.  역에서 내려 한참 걸어 올라간 코르토나는 '너는 여행객이다' 라는 명제를 여실히 증명해보이는 풍경들을 품고 있었다. 영화속에서 프랜시스가 잠깐 관광버스에서 내려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코르토나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자체로 좋았다. 9월의 코르토나에서 프랜시스의 눈을 가득 점령하고 지나치던 해바라기 들판은 볼 수 없었지만 골목 어귀의 기념품 가게 문에 붙어 있는 해바라기 모양의 마그넷만으로도 난 이미 그곳에 닿아있다는 타협이 가능했다. 영화속에서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의 분수대씬을 재현했던 그 분수대에는 물한방울 남아있지 않았지만 바짝마른 분수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이 상기시킬 부서지는 물방울을 상상하는것으로 그것과도 타협했다. 시간이 늦은 줄도 모르고 걸어다니다 문닫기전 가까스로 들어간 식당은 어두운 조명아래 텔레비젼이 대롱대롱 매달린  관광지 코르토나에서도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한듯한 외로운 자태의 레스토랑이었다. 전체적인 음식명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트러플이 들어갔다는 리조토를 시켰다. 그라파라는 단어는 깡그리 무시한채. 그리고 오랜시간후에 텅 빈 레스토랑 테이블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던것은 그라파라는 술에 잔뜩 끓여진 술냄새나는 밥이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왜 이런맛이 나죠? 남자 직원은 웃으면서 주방으로 돌아가 술병을 들고 나왔다. 이것이 그라파입니다. 그라파. 분명히 너가 시킨거에요. 그 후로 남은 기간동안 난 이탈리아의 모든곳에서 그라파를 보았다. 리몬첼리도 와인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작은 상점을 기웃거려도 바를 지나쳐도 그 술만 눈에 들어왔다. 몇숟갈을 채 먹지 못하고 식당을 나왔다.  




난 너무나 배가 고팠지만 날 위해 음식을 만들어줄 식당은 얼마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의 텅빈 식당속에 대니 드 비토와 비슷한 풍채를 한 폴 소르비노보다는 백배는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아저씨가 무료한 표정으로 티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유일하게 요리 해줄 수 있다고 한 파스타 한 접시를 대접받았다. 단연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파스타였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만들어보려해도 만들어지지 않는 파스타. 코르토나의 그 식당에 그 시간에만 가야 맛 볼 수 있을것 같은 파스타.  





파스타 한 접시만 시켰는데 브루스케타까지 한 접시 가져다 줬다. 배가 고팠음에도 그 브루스케타는 맛이 없었다. 정말 배가 고프지 않았던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배가 고팠다면 술에 절여진 리조토도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브루스케타에서는 사실 비린내가 진동했다.  빵의 절반도 넘는 면적이 기름에 푹 적셔져있었고 앤초비 타페나데가 무심하게 발라져있었다. 하지만 파스타는 너무나 맛있었다.  모든것이 파스타를 돋보이게 하기위한 진부한 클리셰였다. 어쩌면 이 파스타 그 자체가 코르토나의 가장 명백한 클리셰였는지도 모른다. 




맛있었다. 한 손에 접시를 들고 티비에 시선을 꽂은채 주방에서 나오던 대니 드 비토 아저씨.  티비에 연결된 줄을 턱에 매달고 있는것 같았다. 접시를 넘겨주고 마치 스무번은 족히 봤을것 같은 보고 또 봐도 재밌는 드라마를 놓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앉으셨다.  나는 선택받은것이 분명해. 






그리고 인생 올리브 오일.





















Posted by 영원한 휴가
Italy2016.07.22 08:00


(Pisa_2010)


2010년. 상품으로 받은 티켓으로 날아간 이탈리아.  2주간의 단촐한 여행을 끝내고 친구가 살고 있는 밀라노로 돌아왔다. 친구는 항공사와 비행기 시간을 물어봤다. 알고보니 내가 타고 온 항공사가 부도가 났다. 항공사는 스타원 에어라인이라는 리투아니아의 저가 항공사였다. 한두대의 낡은 비행기를 가지고 단 몇군데의 취항도시를 가졌던 이제 막 날개짓하려는 그런 신생 항공사들이 리투아니아에서는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도 여전히 리투아니아에는 라트비아의 에어 발틱(Air baltic) 과 같은 건실한 항공사가 없다. 당장 내일 타고 갈 비행기가 없다는것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의 실수로 놓친 비행기라면 아쉬워할 여지라도 있었을것이다. 이집트의 어느 도시에도 취항했던 이 항공사의 부도로 이집트로 여행갔던 어떤 단체 여행객들은 호텔에서도 이미 체크아웃을 한 상태에서 오갈데도 없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공항 로비에서 밤을 지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머물곳이 있었다.  그날 밤 친구의 이탈리아인 남자 친구가 했던 말이 Bel far niente 였다. The beauty of doing nothing. 무위의 미학.  그것은 '여유를 부려. 게으름을 피워'라고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바쁜 삶을 살아야하는 누군가의 인생에 멋모르고 내뱉는 값 싼 위안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때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며 마치 화선지에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검은 먹물처럼 무의 상태가 되는것이었다.  나는 그날 밤 참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Italy2015.09.11 00:00



(Cortona_2010)


근무중인 아저씨에게 망중한이라니. 좁디 좁았지만 없는게 없었던 학교 앞 문방구처럼 작은 펜틴 샴푸부터 줄줄이 매달린 감자칩, 잘게 썰린 싸구려 하몽까지 없는게 없었던 코르토나의 작은 슈퍼. 우리를 포함한 몇몇의 관광객들은 낯선 도시가 내뿜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 이리 저리 어깨를 부딪히며 주인없는 상점을 두리번 거렸다. 코르토나의 첫 날, 홍차 한 솥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동네 산책을 나간 우리에게 필요했던것은 차와 함께 먹을 돌돌말린 케잌이나 달짝지근한 크래커 따위. 왜 아무도 계산을 해주지 않는거지 조급해했던것이 미안해질만큼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는 천천히 돌아오던 그 이탈리아인. 내가 발견한 롤케익만큼 그의 끽연도 달달하고 풍성했기를.   


 


Posted by 영원한 휴가
Italy2015.09.10 03:56





2010년,밀라노행 티켓을 상품으로 받고 부랴부랴 떠나게 된 2주간의 이탈리아 여행. <투스카니의 태양>의 코르토나, <냉정과 열정사이>의 피렌체와 그의 두오모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것이 있다면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려 생소한 밀라노 시내에서 첫끼로 먹은'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란 가지요리였다. <아이엠 러브>에서 틸다 스윈튼이 오르던 밀라노 두오모는 그렇게나 화려했지만 그 장엄함 뒤의 무기력함을 발견해버리면 한없이 초라해졌다. 밀라노의 명품거리는 오히려 희소성을 잃은채 투탕카멘 분장의 거리 예술인에게 사람들의 시선을 몽땅 빼앗긴듯 보였다. 약속이나 한듯 말끔하게 차려입고 베스파를 몰고 다니는 이탈리아인들로 붐비던 밀라노의 점심시간, 넉넉한 체구의 중년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는 테이블 몇개가 고작인 간이 식당에 들어섰다. 식당에 들어서서는 직원과 몇마디를 나누며 선채로 에스프레소를 급히 들이키고 유유히 사라지던 이탈리아인들. 따뜻한 라떼와 차가운 아포가또, 치즈가 흘러나오던 파니니, 그리고 신세계,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그 좁은 식당 구석구석에서 마주쳤던 모든 피사체들이 내 기억속의 밀라노의 전부가 될줄이야. 리투아니아에 가지요리가 있는것도 아니고 게다가 5년전엔 지금처럼 마트에서 쉽게 살 수있는 야채도 아니었다. 하얼빈 생활때부터 가지를 조금씩 좋아하기 시작한 나.  파르미지아나라는 단어만 보고 선택한 이 음식과 그렇게 사랑에 빠질줄이야.  이탈리아 여행 내내 메뉴판에서 melanzane 라는 단어를 보면 거리낌없이 주문을 했다. 






이것은 반나절동안 머문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에서 먹은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부엌이 갖춰지지 않은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데워만주는 편의점같은곳이었는데 역시 맛있는 음식은 차게 먹어도 그냥 데워먹어도 맛있나보다.

리투아니아어로 가지가 바클라자나스 Baklazanas 인데 왠지 어감이 비슷해서 정감있고  코즈믹 러브 라이더스의 멜라니라는 노래를 떠올리게하는 멜란자네라는 단어도 야채 이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로맨틱하지 않은가.






어제 만들어 먹은 멜란자네. 모짜렐라를 이미 아래층 가지 사이사이에 너무 많이 써버린탓에 맨 마지막에 덮어버릴 모짜렐라가 모자랐다.

이 음식을 만들때 가장 손이 많이 가는것은 기본적으로 가지를 굽는것인데. 소금을 뿌려놓고 물기를 제거하고 밀가루를 조금 뿌려 기름에 살짝 굽는것.

가지가 구워지면 사이사이에 파르미지아노와 모짜렐라, 토마토 소스와 풀어진 계란을 순서대로 뿌리고 덮어주면 된다.

그래서 만들때마다 생각하는것이 이탈리아에는 올리브 오일에 구워져 이미 말랑말랑해진 가지 자체를 따로 팔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절여진 오이지를 파는것처럼, 동그랗게 차례대로 썰어서 엄마가 조물럭조물럭 참기름 양념만 하면 되는것처럼 말이다.



매번 느끼지만 가지를 굽는 과정만 생략된다면 좀 더 자주 만들어 먹을 수 있을텐데.

하지만 가지를 가지런히 동일한 굵기로 써는 솜씨가 늘어나고 리투아니아에 좀 더 양질의 모짜렐라가 생기고 

꼬졌다고 생각했던 구소련 가스 오븐에 익숙해지면서 이 음식을 만드는 속도도 맛도 나아지고 있다.



다음번엔 모짜렐라 바다에 가지가 겨우겨우 떠있는 느낌이 들도록 더 많은 모짜렐라를 사야겠다. 

계란도 두개 정도는 풀어서 끼얹어야겠다. 

그리고 좀 더 큰 오븐 용기를 사야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