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1.07 가지와 메추리알 (4)
  2. 2017.10.06 Roman Saltimbocca (2)
  3. 2015.09.10 Italy 07_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Parmigiana Di Melanzane (3)
Food2017.11.07 08:00



리투아니아에서 파는 가지는 이렇게 생겼다.  가끔 하얀 바탕에 보라색 줄무늬가 길게 들어간 가지도 팔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가지를 손질해 본적도 없고 가지 반찬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중국에 있을때 가지가 몹시 좋아졌다. 재료를 기름에 튀기고 양념을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중국 요리 방식에 사실 음식이 맛없기는 힘들다. 그런데 특히나 기름을 완전 흡수해서 말랑해져 고소한 가지가 때로는 달고 짠 양념에 때로는 고추와 팔각, 마라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매운 맛을 내는 요리로 변신할때 정말 밥 두 그릇은 거뜬히 비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먹은 토마토 양념과 모짜렐라가 잔뜩 들어간 파르미지아노 멜란자네. 가끔씩이라도 그 맛을 기억해내고 싶어 가지를 사게 하는, 얇게 잘라서 일일이 기름에 부쳐내는 것이 시간을 요하지만 먹고 나면 항상 맛있고 보람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이 요리는 요리 시간이 25분이라고 적혀 있어서 시작했다. 가지만 잘라서 기름에 굽고 토마토 양념을 떨구고 달걀만 깨어 넣어 달걀만 익히면 끝나는 요리. 





다들 그렇겠지만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오면 평소에 안쓰는 재료들을 사게 되고 재료가 남으면 결국 또 어떤 간단치 않은 요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그 재료들을 처리하기 위해 요리책도 뒤지게 되니 한편으로는 좋다. 물론 그 욕망이 너무 일찍 사그라들면 재료들은 냉장고에서 비실비실대다 비명횡사 하는 경우도 있다.  책에는 가지 두개에 달걀 4개를 넣으라고 나와있는데 차마 가지 2개를 잘라 구울 부지런함을 찾지 못해 가지 1개에 메추리알을 넣었다.  원래는 가지를 두개를 샀지만 빨리 쉽게 구우려고 가지를 너무 얇게 써는 바람에 구워야 할 가지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게다가 가지는 왜 그렇게 거대한 것인지 결국 남은 가지 한 개는 일주일 후에 다시 해먹었다. 첫번째는 캔에 든 홀토마토를 다져서 넣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음식에 간이 덜 된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에는 농축 토마토 페이스트를 짜서 넣었더니 한결 맛있었다. 





가지는 미리 소금을 좀 뿌려서 기절 시킨 후에 밀가루를 입혀서 구우면 된다. 달걀이나 메추리알을 반숙으로 익혀서 토마토 양념을 좀 더 넣고 그냥 볶아도 맛있을것 같다. 중국의 달걀 토마토 반찬이나 아랍 동네의 샥슈카 같은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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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7.10.06 08:00



요리책 속에 많은 요리가 있는데 보통은 사진이 있는 요리를 먼저 해보게 된다. 그 다음에는 물론 요리 시간이 짧은 것,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순으로 진행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요리 시간도 짧고 사진도 있는 그런 요리들이다. 그런 요리들은 또 맛있다. 재료 그 자체의 맛만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깐. 반죽을 얼마나 잘하느냐 얼마나 제대로 숙성하고 온도 조절을 잘해서 구워내느냐 하는 것들이 맛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요리들이다.  물론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요리하고 싶은 날이 드물게나마 있긴 하지만 보통은 간단한 요리들이 항상 더 맛있다. 이 요리는 20분이라는 요리 시간에 혹해서 했던 요리. 재료 준비를 잘못하는 바람에 그 보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정말 금세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요리다.  여러나라의 여러 버전의 살팀보카가 있지만 고유 레시피는 송아지 고기와 프로슈토와 세이지가 들어가는 이탈리아의 로마식 살팀보카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꽤 일상적으로 먹는 요리이고 공식적으로 승인된 레시피라고 하는데 정말 좋은 와인 안주라고 생각한다. 그냥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와인을 요리와 함께 먹으면서 끝내면 되는 그런 요리. 





얇은 송아지 고기에 프로슈토 햄을 얹고 세이지를 얹어서 이쑤시개로든 칵테일 스틱으로든 뭐든 고정 시킨 후에 버터 위에서 뒤집어 가며 굽다가 화이트 와인을 쏟아 부어서 익히면 끝인 요리.  팬에 얹는 순간부터 요리는 순식간에 끝이난다.  프로슈토 햄 자체의 특유의 맛이 있고 세이지 향이 워낙에 강해서 그 외에 따로 고기에 양념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햄이 워낙에 얇기 때문에 금세 익으므로 태우지 않으려면 송아지 고기도 그와 비슷한 크기로 얇게 썰어야 하는데 그렇게 썰어서 파는 송아지 고기도 없거니와 미쳐 냉동을 해서 얇게 자를 생각을 못했던 관계로 되는대로 얇게 자르고 이쑤시개로 고정 시키기 전에 따로 조금 구워야 했다. 얇은 대나무가 없었던 관계로 고정 시키는데 세이지가 찢어지는 등 애를 먹었다. 그래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미국에서는 송아지 고기 대신 닭고기로 요리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본 다른 레시피에는 버터에 밀가루를 넣어서 볶다가 고기를 얹기도 한다. 돌돌 말아서 굽기도 하는데 세이지가 기름에 바삭해진 느낌을 주는 이렇게 펼쳐진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지글지글 투박한 느낌.  명절 밥상의 고기 산적 같은. 그래서 얇게 썰은 고기에 짭쪼롬한 아무 종류의 햄을 얹고 깻잎을 얹고 버터든 마가린이든 청주든 와인이든 붓고 구우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그게 로마식 살팀보차는 아니겠지만.  손으로 만져본 세이지의 촉감이 깻잎과 비슷하다. 둘의 향은 너무 다르지만 그 향이 품은 개성은 같은 종류이다. 나는 보통 고기쌈에 고기와 밥 고추와 쌈장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데 깻잎과 쑥갓 마늘을 잔뜩 넣은 밥을 넣지 않은 엄마의 고기쌈을 떠올리게 하는 요리이다. 엄마는 항상 어떻게 고기쌈을 밥과 함께 먹냐고 핀잔을 주시곤 했었는데. 난 이 요리를 먹으면서도 역시나 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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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Italy2015.09.10 03:56





2010년,밀라노행 티켓을 상품으로 받고 부랴부랴 떠나게 된 2주간의 이탈리아 여행. <투스카니의 태양>의 코르토나, <냉정과 열정사이>의 피렌체와 그의 두오모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것이 있다면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려 생소한 밀라노 시내에서 첫끼로 먹은'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란 가지요리였다. <아이엠 러브>에서 틸다 스윈튼이 오르던 밀라노 두오모는 그렇게나 화려했지만 그 장엄함 뒤의 무기력함을 발견해버리면 한없이 초라해졌다. 밀라노의 명품거리는 오히려 희소성을 잃은채 투탕카멘 분장의 거리 예술인에게 사람들의 시선을 몽땅 빼앗긴듯 보였다. 약속이나 한듯 말끔하게 차려입고 베스파를 몰고 다니는 이탈리아인들로 붐비던 밀라노의 점심시간, 넉넉한 체구의 중년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는 테이블 몇개가 고작인 간이 식당에 들어섰다. 식당에 들어서서는 직원과 몇마디를 나누며 선채로 에스프레소를 급히 들이키고 유유히 사라지던 이탈리아인들. 따뜻한 라떼와 차가운 아포가또, 치즈가 흘러나오던 파니니, 그리고 신세계,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그 좁은 식당 구석구석에서 마주쳤던 모든 피사체들이 내 기억속의 밀라노의 전부가 될줄이야. 리투아니아에 가지요리가 있는것도 아니고 게다가 5년전엔 지금처럼 마트에서 쉽게 살 수있는 야채도 아니었다. 하얼빈 생활때부터 가지를 조금씩 좋아하기 시작한 나.  파르미지아나라는 단어만 보고 선택한 이 음식과 그렇게 사랑에 빠질줄이야.  이탈리아 여행 내내 메뉴판에서 melanzane 라는 단어를 보면 거리낌없이 주문을 했다. 






이것은 반나절동안 머문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에서 먹은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부엌이 갖춰지지 않은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데워만주는 편의점같은곳이었는데 역시 맛있는 음식은 차게 먹어도 그냥 데워먹어도 맛있나보다.

리투아니아어로 가지가 바클라자나스 Baklazanas 인데 왠지 어감이 비슷해서 정감있고  코즈믹 러브 라이더스의 멜라니라는 노래를 떠올리게하는 멜란자네라는 단어도 야채 이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로맨틱하지 않은가.






어제 만들어 먹은 멜란자네. 모짜렐라를 이미 아래층 가지 사이사이에 너무 많이 써버린탓에 맨 마지막에 덮어버릴 모짜렐라가 모자랐다.

이 음식을 만들때 가장 손이 많이 가는것은 기본적으로 가지를 굽는것인데. 소금을 뿌려놓고 물기를 제거하고 밀가루를 조금 뿌려 기름에 살짝 굽는것.

가지가 구워지면 사이사이에 파르미지아노와 모짜렐라, 토마토 소스와 풀어진 계란을 순서대로 뿌리고 덮어주면 된다.

그래서 만들때마다 생각하는것이 이탈리아에는 올리브 오일에 구워져 이미 말랑말랑해진 가지 자체를 따로 팔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절여진 오이지를 파는것처럼, 동그랗게 차례대로 썰어서 엄마가 조물럭조물럭 참기름 양념만 하면 되는것처럼 말이다.



매번 느끼지만 가지를 굽는 과정만 생략된다면 좀 더 자주 만들어 먹을 수 있을텐데.

하지만 가지를 가지런히 동일한 굵기로 써는 솜씨가 늘어나고 리투아니아에 좀 더 양질의 모짜렐라가 생기고 

꼬졌다고 생각했던 구소련 가스 오븐에 익숙해지면서 이 음식을 만드는 속도도 맛도 나아지고 있다.



다음번엔 모짜렐라 바다에 가지가 겨우겨우 떠있는 느낌이 들도록 더 많은 모짜렐라를 사야겠다. 

계란도 두개 정도는 풀어서 끼얹어야겠다. 

그리고 좀 더 큰 오븐 용기를 사야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