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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9 <Only lovers left alive> Jim Jarmusch (2013)
Film2015.03.19 00:23






가끔 기웃거리는 아이스크림 코너. 리투아니아에는 한국만큼 과즙을 사용한 맛있는 빙과류가 적어서 새 하드를 보면 한번쯤은 먹어 본다.  그런데 어제 사먹은 이 라즈베리맛 하드는 영화 속 아담과 이브가 먹던 오 마이너스 혈액형 하드와 정말 너무 닮지 않았는가. 모로코의 탕헤르에 머물던 이브(틸다 스윈튼)와 디트로이트에 사는 아담(톰 히들스턴)이 오랜만에 만나 온갖 악기들로 가득찬 지저분하고도 로맨틱한 아담의 거실 소파에 앉아 나눠먹는 O형 피 맛 하드말이다. 이렇게 단순히 과일맛 하드를 먹으며 떠올릴 영화가 있다는것도 참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걸어놓고 작년에 본 영화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담의 디트로이트와 이브의 탕헤르. 언젠가 가볼 수 있을까? 골목골목을 누비는 많은 여행자들덕에 아프리카 특유의 햇살과 그 태양 아래의 각양각색의 건물 외벽들. 그 건물들과 자갈길이 만들어낸 꼬불꼬불한 골목사이를 거니는 사람들과 그들의 무지개빛 옷차림에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 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최소한의 조명에 기대어 있는 밤의 아프리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내 스스로 여행하지 않는다면, 여행을 하더라도 마음 급한 여행자의 카메라로는 쉽게 담기 힘든 밤의 풍경. 저녁 무렵 가까스로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숙소를 나왔을때 이미 어둑어둑해진 밤 길을 걸을때의 그 기분. 그런 기분을 이브도 공감할 수 있을까? 다시 와보지 못 할 장소라는 생각에 골목의 자갈조차 가슴에 품고싶은 그 느낌말이다.  영원한 시간을 보장받은 뱀파이어의 삶은 진정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일까. 삶을 통해 느끼는 희열과 아름다움은 역설적이게도 한정된 시간과 제약된 장소에서 오는 소중함에 기반할때가 많다.  그토록 돈과 시간에서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우리들이지만 알고보면 좌절과 갈망 사이의 좁다란 틈을 메우고 있는  잘디 잔 기쁨의 언저리를 디딛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지속하려는 노력으로 살고 있는것이다. 훨씬 짧고 역동적인 우리의 일생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추억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기록의 수단은 다양해지고 제때 소화해내지 못하는 책과 음악과 영화 그리고 장소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영화속에서 묘사하는 뱀파이어의 삶은 대부분의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과는 달리 적적하고 폐쇄적일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항상 그렇게 일분일초에 충실하고 간절하기만 한것도 아니다. 우리가 멍한 눈, 축 늘어진 어깨로 흘려보내는 시간을 우리에게 주어진 수명에서 백분율로 따져본다면  그 명상을 가장한 게으름과 탐닉으로 둔갑한 허무의 시간은 뱀파이어들이 여가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단지 사회에서 학습되어진 우리의 양심이 그러한 시간들을 고귀하게 여기길 허락치 않는것일뿐.  








몹시 다른 이브와 아담.  마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차가운 밀라노와 따스한 피렌체의 아오이와 준세이처럼 탕헤르와 디트로이트도 그들의 다른 온도를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처럼 보인다.  아담은 이브보다 기록과 창작에 능숙하며 옛것에 심취하고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명성을 대단치 여기지 않는다. 새것을 동경할 수 있고 누군가의 창작물에 매료될 수 있는 이브는 냉소적인 아담에 비해 한없이 따뜻하다. 그들이 오랜기간 함께 일 수 있었던 것. 그들의 감정이 적정 체온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브가 자신의 트렁크에 각종 언어로 쓰여진 동서고금을 가득 채워 담으며 여행을 준비하는동안  아담은 오래된 기타를 수집하고 음악을 만들며 변질된 세상에 허무함을 느낀다. 그들을 살아있게 하는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여러 현상들에 지닌 서로 다른 방식의 애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그러니깐 좋은 의미에서 가끔 짐 자무쉬가 딜레탕트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그가 이 영화에서 늘어놓는 수많은 작가들과 위인들 그리고 이미지들.  그들의 많은 작품들과 세상에 미친 영향 따위를 이해하고 영화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감독의 방대한 지식이 부럽다가도  어쩌면 자무쉬 자신도 내가 자무쉬를 안다고 착각하고 좋아하며 만족하듯 

그들을 어떤 의미에서 그저 선망하고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