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7.12.31 Budapest 02_에스테르곰의 성당 (3)
  2. 2016.06.30 리투아니아어10_벌 bitė (4)
  3. 2016.05.16 [플래시백] 20090515
  4. 2014.07.08 <천국보다 낯선> 헝가리안 굴라쉬
  5. 2013.10.25 20131025
Hungary2017.12.31 10:00


Esztergom_2006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반나절 여행으로 다녀왔던 또 다른 도시. 에스테르곰 (Esztergom). 내가 이 도시를 굳이 가려했던 이유는 아마도 단지 명백히 그의 이름 때문이었다.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여주인공 에바가 부다페스트에서 뉴욕으로 날아온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내가 헝가리에 그리고 부다페스트에 가고 싶어했던 것처럼. 심지어 아마존에서 헝가리어 교재까지 주문해서는 Jo napot kivanok (아침인사) 을 외치며 행복에 젖었던 시간들. 헝가리 이민자로서 뉴욕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와서 정작 그는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헝가리어를 눈치없이 내뱉는 에바와 동네 스넥바에서 일하면서 저녁이면 중국 영화를 보러가던 에바는 어린 나에게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녀의 것처럼 미니멀했으면 좋겠다는 별로 건설적이지 못한 동기부여를 했던 영화. 에바를 연기한 헝가리 배우의 이름은 Eszter Balint 였다. 그 이름 그대로 시작하는 이 도시에 어찌 발길이 끌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난 이 도시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탔지만 사실 그 기차는 에스테르곰을 위한 기차는 아니었다. 에스테르곰에 가려면 그 기차의 종착역인 슬로바키아까지 가서 다시 거기서 솝 Szob 이라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국경 도시로 가는 기차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솝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곳이 에스테르곰이었다. 다행히 거리가 멀지 않아 그 모든 여정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손바닥안에서 지루하게 뒹굴고 있는 미니어쳐 같았던 센텐드레와는 달리 이곳은 장엄한 대성당을 머리에 이고 다뉴브강이라는 단단하고도 유연해보이는 근육에 휘감겨 있던 멋진 도시였다. 겨우겨우 이겨낸 흐린 하늘 아래에서 축축한 이끼같은 침묵을 촘촘히 머금고 있던 대성당,  그 날의 그 적막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는 그 감동을 추억하기 위해 성당에서 내려오면서 4500 포린트를 주고는  헝가리 전통 의상을 구입했다. 그 날 나의 최대고민은 그 옷을 살까 말까가 아니라 갈색을 살까 초록색을 살까였다. 4500 포린트 옷 값 아래로 800 포린트의 우표값이 적혀있다. 그때의 내가 몇몇이들에게 엽서를 보냈었다는 사실도 오래된 수첩을 들춰보고서야 기억해낸다. 짧고도 묵직했던 도시의 여운,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은 늘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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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6.06.30 06:29


폰의 스크린샷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진을 찍어서 어느 순간을 간직하는것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두개의 버튼을 동시에 잘 눌러서 찰칵하고 저장되는 느낌이 참 좋다.  우연히 폰을 봤는데 시계가 자정을 가리켜서 또 꾹 눌렀다. 폰의 초기 화면에 저장된 여인은 <천국보다 낯선>의 에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검은 코트를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텅 빈 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그녀. 내가 그토록 부다페스트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가 떠나온곳이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이다. 


화면 좌측 상단의 단어 bite(bitė 비떼)는 리투아니아어로 벌이라는 뜻이다. 리투아니아의 주요 이동 통신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여성을 애칭으로 부를때 보통 이름에 -tė 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glė 면 Eglutė, Rasa 면 Rasytė,  Lina 면 Linutė 같은 식이다. bitė 의 정확한 어원은 모르지만 혹시 벌을 뜻하는 영어의 bee 에 애칭처럼 tė 를 붙인걸까 상상한다. 비떼마야라고 하면 꿀벌마야이다. 아 귀여워





Posted by 영원한 휴가
Daily 2016.05.16 18:36



 얼마 전 마지막 접속일로부터 1년이 지나 휴면계정으로 전환한다는 슬픈메일을 보내온 옛 추억의 공간. 한때 어떤이들이 서로 친구를 맺지 못해 안달했고 죽자 살자 사진과 일기와 음악을 채워넣으며 먼발치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쾌감에 젖던 난공불락 같던 그 공간은 어느새 그 자신이 모두에게 잊혀질까 두려워 발버둥치며 너의 기억은 사장될지 모른다는 경고성 메일을 보내는 처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불현듯 코끝에 머무는 어떤 냄새가 과거의 어떤 한 순간을 떠올리게하고 그 순간을 기록했던 또 다른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해서 가끔 찾아가게 되는 공간이기도하다. 항상 잘못된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접속이 차단되고 새로운 비밀번호를 부여받고 접속하는 행위를 몇번 반복하다보니 또 이만치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하다못해 손에 쥐어쥔 전화기로 오늘의 역사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몇년전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가서 들여다보라는 메세지를 보내온다. '지금 네가 즐겨 사용하는 공간에 너의 옛 추억을 공유해보면 어떨까'라며 없어보이는 제안도 마다하지 않는다. 잠들어 있는 글을 책으로 만들수도 있다고 꼬드긴다.  한편으로는 고맙다. 잊혀지는지도 모르고 타닥타닥 사멸해가는 나의 기억들을 아깝게 여기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블로그에 올리는 많은 글들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어떤 공간으로 이민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모든게 영원할것처럼 행동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사실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는 처량한 존재이다.  오래전 일기를 보내 온 그.  일기속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한 장면이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영화 속 인물 윌리와 에디의 대화이다.  


'you know, it's funny. you come to someplace new, and everything looks just the 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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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4.07.08 04:40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헝가리안 굴라쉬.

단순한 요리 그 이상의 실험 대상이고 남의 나라 음식인데 나의 소울 푸드였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못보던 레시피를 발견할때마다 거의 적용해보는 편인데

헝가리에서 일주일을 싸돌아 다녔음에도 굴라쉬를 먹어보지 않은것은 아쉽다.

언젠가 헝가리에 다시 가서 굴라쉬를 맛보게 됐을때에 예상되는 결과는 두가지이다.

내가 만들어 먹은 수십그릇의 굴라쉬와는 너무나 다른 오리지널 굴라쉬의 신세계에 뒤통수를 맞거나 

그냥 마트의 굴라쉬 페이스트를 짜 넣어 만든것 같은 스탠다드한 관광객용 굴라쉬에 실망을 하거나이다.

굴라쉬가 왠지 헝가리의 지독히도 평범한 가정식 같아서 식당에선 오히려 제대로 된 굴라쉬는 먹을 수 없을것 같은 노파심.

하지만 오리지널이든 스탠다드든 그 기준은 내가 만들어 먹던 굴라쉬가 될테니 사실은 엄청난 모순이다.

반년의 유럽 여행을 계획했지만 유럽 여러 개국이 추려진 론니 대신 일주일 예정의 헝가리 론니를 샀던것은 

게다가 아마존에서 테잎이 딸린 헝가리어 교본까지 주문했던 이유는 

그만큼 <천국보다 낯선>의 헝가리 이민자인 윌리와 에바를 영화 주인공 이상으로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십년만에 만난 조카 윌리에게 롯데 숙모가 대접하는 롯데 숙모의 소울이 담긴 그런 굴라쉬를 먹어 보고 싶다. 

영어하는 윌리에게 '땡큐, 꿰쎄넴'  고집스럽게 영어와 헝가리어를 섞어쓰는 롯데 숙모도 너무 사랑스럽다.



날이 더워졌는데 뜨거운 스프가 먹고 싶어진다는것은 아이러니하다.

언젠가 소고기 손질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우려낸 진한 육수가 냉장고에 자리잡고 있었기때문이다.

덕분에 <천국보다 낯선>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롯데 숙모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윌리와 에디를 위해 급하게 굴라쉬를 끓인것은 아닐꺼다.

굴라쉬 같은 미트 스튜를 그렇게 단 시간내에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니깐.

롯데 숙모는 에바와 함께 먹을 어제 오늘 내일 먹어도 질리 않는 국민 스튜 한 솥을 아주 넉넉하게 끓여놓고 

티비를 보고 있었던 거다. 누가 오더라도 바로 떠다 대접할 수 있는.



가만히 보면 굴라쉬는 한국 정서에 너무 잘 맞는 요리가 아닌가.

떠먹을 국물도 충분하고 얼큰하고 밥에도 잘 어울리니깐. 

굳이 퓨전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아마 오히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선 별로 인기가 없는것 같다.

전혜린의 수필에서 매운 굴라쉬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떨어지는 나뭇잎과 절망과 스산한 바람 얘기만 할 것 같았던 아슬아슬한 그녀의 글에서 

갑작스런 음식 얘기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녀가 적어 놓은 굴라쉬의 얼큰함은 한국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니면 반대로 귀국후에 느낀 독일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 그러고보니 그녀가 독일에서 맛본 헝가리안 굴라쉬를 생각하니 갑자기 또 <글루미 선데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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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Daily 2013.10.25 11:40



<천국보다낯선>의 모든 장면장면이 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스터피스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 장면.

에바가 'I put a spell on you'의 제이 호킨스 버전을 틀어놓고 갓 도착한 뉴욕의 거리를 걷는 장면이다.

액정이 망가진 니콘 4500을 고집스럽게 삼각대위에 고정시키고 찍어서 가져온 비디오테이프 속 장면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독히 아날로그적인 이 영화를 내가 모르는 그 흑백의 시간속에 꽁꽁 묶어두지만

크라이테리언 콜렉션 디브이디에서 추출해 이어 붙인 이 연속된 장면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전설적 뮤지션의 리마스터링된 옛 명반을 들을때와 동일한 감정을 느낀다.

시간이 생길때마다 이 영화의 모든 시퀀스를 이렇게 필름처럼 쭉 연결해봐야겠다. 

화면속에서 결코 심하게 요동치지 않는 진열장 속 만화 피규어 같은 주인공들과 

 마치 필름속에 박음질된것처럼 아주 견고하게 씬에 바짝 달라 붙어있는 그들의 대사는 그 작업의 일등공신이 될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제 거의 집착에 가깝지만 희망을 구걸하지 않는 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적은 양의 영화를 보았고 음악을 들었지만

적어도 그 영화들과 음악속에서 나에게 절실한 장면과 가사들을 추억하며 내 생활에 구겨서 연결짓는것에 이미 익숙해진듯.

어쩌면 그것들이 날 현실에서 구제해줄지도 모른다는 판타지 같은것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 멜로디와 가사, 대사와 장면들은 마치 거대한 열기구 속으로 뿜어지는 불덩이와 같은 내 생활의 연료일지도.

그렇게 텅빈 운동장에서 세네시간 날개를 손질하고 내가 깨금발을 들고 서있을 바구니 내부를 부지런히 빗자루질하고 

연료를 꽉꽉 채워서 겨우겨우 하늘로 띄워버렸는데

정작 난 열기구 운전사와 서먹하게 단 둘이 남아 방향을 잃은 열기구 속에서 평온을 찾으려 안달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불행히도 나를 좌절케 하는 현실에서 내가 열망하는 또 다른 현실의 모습일지도.

그렇다면 내가 처해있는 현실이란것은 심히 절망스러운것일까.

아니면 이 우울은 그저 각자의 가슴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정립된 그 감정이란것을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과 언어로 경험하려는 어쩔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리의 본능에서 빚어진것일까.  

에단호크가 출연한 The Purge 란 영화가 있다고 하는데

모든 범죄가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12시간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

사람을 죽이고 강간하고 물건을 훔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련의 물리적인 범죄가 완전히 허용된다는 그 시간.

차라리 타인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솔직하게 내보여줄수 있는 그리고 12시간 후에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다 잊을 수 있는 그런 마법의 시간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감정 역시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에겐 범죄가 될 수 있을까?

마구 뒤엉킨 뇌세포속을 겨우 겨우 빠져나와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 망가진 버스처럼 정차해있던 

우리의 비밀스러운 생각과 감정들이 발가벗겨진 마네킹처럼 머리에서 입으로 입에서 귀로 다시 귀에서 머리로 전달될때.

  우리는 우리가 내뱉은 감정의 희생양이 되어버릴까.

그 어떤 의무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그 12시간이라는 감정의 세계에서 우리는 드디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가슴속에 지니고 있던 자신의 피스톨을 꺼내어 

자신이 내뱉은 혹은 상대가 발설한 감정을 마치 없었던것처럼 파괴하려들까?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지켜야 할 감정은 무엇이고 

그들이 파괴하려들 내 감정은 어떤 모습일까.

아무런 증오도 미움도 계산도 없는 내 순수한 감정은

현실에서의 이해관계와 계산 불가능한 미래에 부딪혀 

어두컴컴한 할렘의 으슥한 골목길에 자리한 싸구려 중국식당에서 흘러나온 음식쓰레기더미에 소리없이 묻혀버릴지도.

총격질이 난무하는 그 12시간의 지옥에서 내 감정은 내가 의도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 그것은 불가능한 임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피스톨은 애초부터 장전될 수 없는 싸구려 고무로 만들어진 장난감에 불과했을지도.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나 조차도 그 모험을 하기 쉽지 않을거란 생각에 다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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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