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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3
  2. 2012.02.28 <천국보다낯선> 티비디너
Daily 2013.10.13 09:41



나의 소울메이트, 에바

그녀는 밤을 샌 모양이다.

부다페스트에서 날아왔으니 시차적응이 아직 덜 된 것일수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미국 뉴욕의 시차는 고작 6시간밖에 안되지만

에바는 뉴욕으로 곧장 가는 직항이 아닌 최소 세번은 환승을 해야하는 값 싼 비행기 티켓을 살 수 밖에 없었던것일지도 모른다.

에바는 비행기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랜시간 동안 날아와야 했을 그녀는 자신의 검은 코트를 짐 칸 깊숙히 집어넣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제이 호킨스의 노래를 비행내내 흥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비행기에서 내려 노래하는 트랜지스터와 함께 걸어갈 뉴욕의 거리를 상상했을지도.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서 정해진 시간에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는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던적은 한번도 없었다.

 잠은 항상 내일을 위한 의무였고 우리는 그에게서 건너받은 약간의 희망으로 전날의 피로를 잠시 잊고 있을 뿐.  

우리는 그냥 그렇게 오늘을 닫는 양치질, 내일을 여는 알람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에 잠이라는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자에겐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한편으로 잠이라는 놈은 우리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나만의 꿈으로 데려가는 쾌속선같은것일지도.

어쩌면 나를 꿈으로 데려가는 그 잠은 거대한 쇄빙선같은 존재일지도.

차가워져 딱딱해져버린 두 발로 끌어당기는 이불속에서 서서히 따뜻해져가는 발에서 잠결에 벗겨지는 양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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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2.02.28 06:36


<천국보다 낯선> 짐 자무쉬 1984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을 처음 본 것은 1994년.
청계천에서 구입한 비디오를 돌리고 또 돌려보며 단조롭고 메마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에 나름 동경을 느꼈더랬다.
아무것도 안하는 삶. 그래서 기대할 것 없고 가진것 없는 인생.
인생에서 '기대'란 단어는 어쩌면 심심풀이 도박에서나 어울리는 단어일지 모른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자에게 우연처럼 주어지는 행운. 그리고 그 행운에 얽매이지 않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 어떤 농담들.
아무런 정답도 결과도 보여주지 않는 결말없는 농담 같은 인생.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그냥 저렇게 살아도 나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때말이다. 어찌보면 그 순간 나는 건설적이고 진취적인 좀 더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대다수가 지향하는 장및빛인생에 대한 나만의 대안을 이미 찾아놓고,
소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반복해서 보았던 일련의 영화들.
그것은 어찌보면 투쟁하지 않는 삶에 대한 면죄부와도 같은것이었다.

TV디너.
영화 '텐텐(轉轉)'의 도쿄산보에 버금가는 나에게는 일종의 고유명사와 같은 단어이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에바. 티비디너와 맥주를 들고 유유히 등장하는 윌리.)
-너 정말 티비디너 안먹을거야?
-어 배 별로 안고파. 근데 왜 하필 티비디너라고 부르지?
-티비를 보면서 먹으니깐 티비디너야. 텔레비젼말이야. 알지?
-텔레비젼이 뭔진 나도 알아
-그 고기는 어디서 온거야?
(무슨 고기야 라는 말을 하려면 What kind of meat you eat? 이렇게 물어야 하나? 아무튼 헝가리인 에바의 헝글리쉬다)
-무슨 뜻이야?
-그 고기는 어디서 왔냐고
-아마도 소?
-소? 고기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아..에바..그만 좀 깐깐하게 굴래?  
 여기선 다 이렇게 먹어. 고기, 감자,야채에 디저트까지 없는게 없잖아.
 게다가 설겆이를 할 필요도 없다고.

그리고 콧방귀끼며 못마땅해 하는 에바의 표정이 이어지고
전혀 소로부터 온것 같지 않은 고기를 쩝쩝 씹으며 버드와이져를 들이키는 윌리의 표정은 에바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듯 하다.
"이 미국땅에서 그런 풋내기 냉소따위는 집어치우라고. 너만 손해야.내일 부터는 너도 티비디너를 먹게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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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