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7.10.02 누군가의 커피 2 (3)
  2. 2017.09.23 누군가의 커피 (4)
  3. 2017.08.31 이런 커피 (2)
  4. 2017.07.04 서울 17_다같이커피 (2)
  5. 2016.12.20 대체된 소리. (3)
Coffee2017.10.02 08:00




농축된 인스턴트커피 속에서 거침없이 녹아내리는 빙하들은 혀를 데일 위험이 없는 상냥한 온도의 커피를 남겨놓고 사라지곤 한다. 한 꺼풀 한 꺼풀 시간을 두고 덧입혀지는 옷들은 좀 더 웅크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고 서서히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은 생각만큼 급진적이지 않다. 오히려 앙칼진 바람은 아직 난방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기의 방구석으로부터 불어온다. 자비롭지 못한 것은 한겨울의 눈보라라기보다는 인기척 없는 한밤중에 정체되어 있던 10월의 실내 공기이다. 언제나 좀 더 쌀쌀맞은 것은 스카프를 잊은 초가을이고  장갑을 포기한 늦봄이다. 겨울은 결백하다. 겨울의 유배지는 그래서 겨울 그 자신이다. 10월의 방구석은 아직 늦여름에 멈춰져 있는 잠옷을 탓한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겨울 니트를 꺼내 입는 성실함은 외출할 때에만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정오를 넘어서도 재채기가 그치지 않을 때  잠에서 깨어나 무심코 마룻바닥에 내디딘 아침의 맨 발을 마음속에서 흘겨본다. 세수 안 한 얼굴이어도 곧 외출해야 할 것 같은 차림으로 입고 있어야 그나마 한기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요즘.  카페의 야외 테이블들도 이제 곧 자리를 감출 것이다.  머지않아 양 손바닥으로 커피잔을 감싸 쥔 사람들의 모습이 향긋한 기체가 되어 유리창 밖 거리거리 사람들의 콧잔등을 간지럽힐 것이다. 아직은 조금 따뜻할 것 같은 누군가의 커피잔, 커피가 좀 더 맛있어지는 계절이 조금씩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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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7.09.23 08:00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직도 커피를 마시지 않은 우리를 각성하는 카페인은 없는 것이다.  





셋 중의 두번째 카페의 커피 잔. 좋아하는 색깔. 기본 3색도 흑도 백도 아니지만 완전하다 느껴지는 색.  비가 잦은 빌니우스에서 이런 야외 테이블의 의자들은 보통은 비가 고이지 않도록 테이블 가장자리에  이마를 댄 채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의자들을 곧추 세워 놓고 받침 위에서 미세하게 달그락 거리는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커피의 결이 경사진 바닥 위 테이블의 10도 남짓한 각도를 감지하고 얄궂게 넘쳐 흐를 때,  쏟아 넣은 설탕이 불어오는 바람을 붙잡고 서서히 녹아 들어갈 때,  커피가 땅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그런 친절한 진동을 감내하는 순간은 그것이 나 아닌 누군가의 커피여도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그날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카드를 챙겨서 다시 나갔다. 내가 마신 오후의 빈 커피잔도 얼마간은 테이블 위에 머물러 있었기를. 그리고 얼마 후에 또 다른 내용의 커피를 담고 나의 그것과는 다른 햇살과 바람을 마주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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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offee2017.08.31 10:00



(Incheon_2017)


친구 가족을 만나러 간 인천의 어느 키즈 카페.  아무리 기다려도 커피를 토해내지 않던 장난감 커피 머신. 몹시 세기말적인 풍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캡슐을 넣지 않아도 커피콩을 담지 않더라도 수북하게 쌓이는 커피 향기를 머금은 기체를 마시는 날이 올까. 그런 커피여도 왠지 커피잔은 덜 진화한 지금의 형태로 남을것 같다.  모든것이 깡그리 변하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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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TAG 커피
Korea2017.07.04 09:00



5년만에 갔던 한국. 한국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것은 공항에서 다같이 커피를 마시는거였다.  그것이 아마도 여행을 실감하게 하는 가장 상징적인 상상이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바깥에서 가족 누구와도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없었던것이다. 그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우유 거품이 어떻고 커피가 시고 쓰고의 느낌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설자리를 찾지 못할것이다. 한참이 지나도 수다를 떠느라 커피는 줄지조차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내가 상상했던 풍경은 오히려 비행기를 타기 이전의 풍경에 가까웠던것 같다. 뭔가 이제 짐도 다 보내고 탑승권을 쥐고 탑승만 기다릴때의 홀가분함으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의 북적북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공항의 카페에 앉아 온 몸으로 노곤함을 느끼는 그런. 하지만 우선 겨울이 아니라는것을 간과했고 몸이 피곤했고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에는 전반적으로 활달하고 산만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들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서 차가운 음료수 두 잔을 수다를 떨며 공항에 놓여진 나무 벤치 같은데 앉아서 나눠 마셨다. 결국 한달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다같이 커피 마실 기회가 생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플레인 요거트. 얼음 넣은 더블 에스프레소. 라떼. 카라멜 라떼. 옹기종기모인 커피잔이 지난 모든 시간을 담고있는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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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TAG 커피
Coffee2016.12.20 00:17



날씨가 따뜻해서 정말 오랜만에 바깥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얇지 않게 옷을 입은 탓에 내부의 열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거리는 한적하지만 대학이 있는 동네에서 주말이 시작됐다는것을 느끼게 하는것은 오히려  두꺼운 전공서적과 에이포용지가 자취를 감춘 한산한 카페 테이블이다. 냅킨에 카페 로고가 찍혀있으면 기분이 좋다.  수중에 책이나 수첩이 있으면 책갈피처럼 끼어서 돌아오게 된다. 민무늬 냅킨이면 혹시나 해서 뒤집어 보게된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의 커피콩이 분쇄되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가루가 탬퍼에 소복히 쌓이는 모습을 보는것은 큰 기쁨이다. 밖에 앉아있으니 초록색 형광색 빗자루로 부스러진 낙엽을 치우는 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가득했다. 도장처럼 묵직한 탬퍼가 냅킨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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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