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2013.02.01 07:52

 

 

나이가 들면 정말 코르토나같은 도시에서 한적하게 살고싶다.

워낙에 경사가 심해서 그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내 정서에 맞는 도시를 하나 꼽으라면 베네치아도 피렌체도 아닌 코르토나를 선택할것 같다.

코르토나의 밤길을 걸으면서 까치발을 들고 훔쳐보았던 어떤 부엌.

인테리어 자료나 영화 속 주방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카포트를 보고 있으면

왠지 사용하지 말고 깨끗하게 진열해놔야하는 장식품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사용을 하면서도 가끔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중적인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익숙한 창살사이 꽃무늬 커튼이 쳐진 실제 누군가의 부엌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카포트들을 보고있으니

이들도 수많은 부엌살림중의 하나일 뿐인데하며 아차 했다.

 

 

2인용 4인용 6인용쯤 되려나?

나에게도 언젠가 모카로 끓인 커피를 누군가에게 대접할 날이 올까?

<그린카드>의 조지처럼 내가 정말 맛있는 커피를 끓여줄게 하고 망설임없이 대접하고 싶은 그런 소중한 손님이

우리집에도 빨리 놀러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3.01.24 03:16

 

 

 

 


Firenze_2010



피렌체 중앙역에서 베네치아행 기차를 기다리던 중 간단히 요기를 하러 역내 스낵바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 매번 카페에서 주문을 할때마다 이렇게 서서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신다는것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뼛속깊이 체득된 뭔가였다. 이탈리아에서의 커피맛이 다르게 느껴진것은

우유의 지방함량,커피의 산도.알맞게 잘 데워진 커피잔의 조화 따위로는 설명될 수 없는것이었다. 그들이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하고 한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될때까지의 시간, 커피를 들이키고 문을 나설때까지의 낯선이들과의 짧은 대화의 시간은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두세시간씩 앉아서 수다떨때의 나른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촘촘한 밀도였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잘개 쪼개진 마디사이에서 그 무엇에도 침범당하지 않을 모두의 공통된 일상. 그런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하루 온종일 촘촘이 쌓여갈때,  하나의 일상이 또 다른 하나의 일상을 불러올때 나의 하루도 좀 더 소중하고 의미있게 흘러갈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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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3.01.22 04:07

 

 

왜 갑자기 이 카페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바르샤바 얘기를 할때면 이 카페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처음이다.

카메라 없는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이런 옛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실현불가능한 꿈인것도 같다.

2008년도에 일주일간 폴란드를 여행했었다.

별다른 준비없이 그냥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급하게 둘러본 여행치고는 별 아쉬움이 안남는 여행이었다.

2009년도에 프라하를 가면서 또 바르샤바를 경유하게됐다.

빌니우스에서 바르샤바까지 우선 밤버스를 타고 바르샤바에서 프라하까지 유레일을 탄것.

아침 일찍 기차표를 사고 저녁 출발 시간까지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역을 나섰는데 마치 오랫동안 살아온 곳 같았다.

구시가지같은곳은 발도 들이지 않고 그냥 강 건너 다리건너서 바르샤바 동네들을 파고들었다.

그때 발견해서 들어간 카페가 바로 cafe baobab.

 

 

날씨가 좋았다.

정말 조그만 카페였다. 동네 사람들이나 오며 가며 들어올까 싶은.

아프리카인이 주문을 받았다.

그냥 커피를 마시기전부터 이 카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6시간 걸려서 버스를 타더라도 이 카페때문이라도 가끔 바르샤바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장소가 마음에 들려면 단지 인테리어가 좋고 커피맛이 좋고의 문제는 아니다.

커피맛은 정말 어딜가나 비슷한것 같다.

커피맛을 구분할만큼의 내공도 없거니와.

그날 우리의 기분, 우리가 느끼고자 했던 느낌.

손님도 손님이 아니고 직원도 직원이 아닌 모두가 긴장이 풀렸을때에만 느낄 수 있는 나른함.

 

 

하지만 무작정 찾아갔는데 가게가 없어졌으면 어쩌나 싶어 오늘 처음으로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신기하다. 항상 그런 의문을 가졌었는데 검색 해 볼 생각을 못했었다.

다행히 아직도 그자리에서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www.cafebaobab.pl

폴란드어에는 리투아니아어와 러시아어가 완전 같진 않아도 아무튼 이삼십퍼센트식 섞여있는 느낌이다.

히비스커스와 생강이 들어간 뭔가랑 세네갈 음식과 커피 그리고 좋은 아프리카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고 써있다.

그러고보니 그때 저 아프리카인이 우리에게 세네갈 커피를 권했던것도 같다.

 

 

커피 맛있다고  생각하는사람 치고 카페차리는 꿈 안 꿔본 사람 있을까.

큰 이윤 남길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조그만 내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빌니우스 영하 15도. 바르샤바는 영하 7도다. 훨씬 따듯하구나.

그래도 지금은 너무 추워서 안되고 날씨가 따뜻해질때즘 바르샤바행 버스표를 알아봐야겠다.

한 이틀 머물면서 아침 점심 저녁 다 여기서 해결하고 설렁 설렁 걸어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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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