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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5 [The Hateful 8] Quantin Tarantino (2015) - 제니퍼 제이슨 리를 위한 영화 (2)
Film2016.02.25 08:27



<The Hateful eight> Quantin Tarantino (2015)


<The Hateful 8>. 많은 이들이 타란티노라는 이름에 혹했겠지만 순전히 제니퍼 제이슨 리 때문에 본 영화. 중고등학교 시절에 정말 좋아했었는데 왜, 언제부터 나에게 잊혀진 배우가 되어버렸을까. 많은 굵직한 배역들이 그녀에게로 갔지만 정말 자기가 몹시 내키는 역할만 골라서 출연한다는 느낌을 주던 몇 안되는 배우중 하나였다.  내가 그녀를 알게된 건 중학생때 가장 좋아했던 배우 팀 로빈스의 영화들을 찾아 보면서 부터였다. 코엔 형제의 <허드서커 대리인>에서 함께 출연했고 로버트 알트만의 <숏컷>에도 함께 나왔다. 팀 로빈스 역시도 그 당시 내가 읽은 기사들에서 헐리우드 반골로 곧 잘 묘사되었고 여러모로 난 두 배우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여리여리 예뻤지만 여타 여배우들과는 다른 눈빛, 마치 '네가 나에게서 원하는것이 뭔지 알지만 난 그것이 아닌 다른것을 가지고 있어' 라고 말하는듯한. 다른 그 누구도 갖추지 못한 은근한 카리스마에 끌려 그녀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기 시작했었다.  생각해보면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머시니스트>, <마이애미 블루스> 등 그녀는 창녀 역할을 자주 맡았다. 어린 조디 포스터가  창녀로 출연한 <택시 드라이버> 역할을 비롯해여 조디 포스터가 성공적으로 연기한 많은 배역들이 그녀에게 주어졌었다. 그 즈음에 제니퍼 제이슨 리가 출연한 일련의 영화들 <위험한 독신녀>, <러쉬>, <돌로레스 클레이본>, <조지아>...모두 상처가 있고 어둡고 음침하고 구석진 그러나 분노와 광기는 최대한 절제된 잔잔하고도 날카로운 연기들이었다. 난 그녀의 많은 역할들에 동정심을 느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기 연민을 모르는, 눈물이 이미 말라버려서 슬퍼하는 방법도 망각한 캐릭터들을 숨죽여서 연기하곤 했다. 못 본 사이에 거의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 말도 안되. 그리고 이 영화 <Hateful 8> 에서는 정말로 '그녀 아니면 그 누구도 연기 할 수 없는' 이라는 구태의연한 수식으로라도 칭찬하고 싶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속의 그녀의 연기와 그래도 비교할만한 여성 캐릭터가 있다면 역시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트루 로맨스>에서 제임스 갠돌피니에게 작살나게 얻어 맞아 얼굴에 피가 흥건한채로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미친듯이 웃어버리는 패트리샤 아퀘트 정도일것이다.  제니퍼 제이슨 리도 커트 러셀에게 아낌없이 맞아준다. 이왕 후보에 오른거 아카데미에서 꼭 수상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패트리샤 아퀘트가 작년에 여우조연상을 탔네. ㅋ 타란티노 영화의 여성 캐릭터들을 비교해보는것도 재밌겠다. 사무엘 잭슨이나 커트 러셀, 팀 로스 같은 굵직한 배우들 사이에서. 게다가 <네브라스카>의 노장 브루스 던의 일관적이고 의뭉스러운 표정 연기는 또 어찌 해야할지  (네브라스카 리뷰) ,각자의 카리스마를 뿜어내기 바쁜 기라성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그녀의 연기는 영화의 구심점이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도 추악한 범죄자인 그녀를 사형대까지 무사히 이동시켜야 하는 사람과 그를 탐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로 부터 그녀를 지켜야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사실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역할이다. 완전 자포자기 상태의 냉소적이고 건방진 사형수. 때로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때로는 완전 나른하고 지루해 보이는 얼굴로 이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끌고가다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그녀의 연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커피를 들이키는 커트 러셀을 보고 멍한 눈으로 미소짓는 장면만으로도 그 존재감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본색을 드러낸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런 장면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일것이다. 



<The Hateful eight> Quantin Tarantino (2015)


근데 커트 러셀이 느닷없이 기타를 뺏어 부수는 장면에서 그녀가 놀라는 연기는 생각해보면 정말 연기가 아니었을것도 같다. 그 기타가 박물관에서 빌려온 백년도 넘은 정말 엄청 값나가는 기타란다. 박물관에서는 영화 촬영에서 부서지는줄 모르고 빌려줬고 기타를 부숴야 할 커트 러셀은 기타에 대해서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한다. 기타는 부수기전에 바뀌어졌어야 했겠지만 저 정도로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제니퍼 제이슨 리라면 아마 그 기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어서 그렇게 놀랐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이 들어 웃겼다. 나는 타란티노가 왜 갑자기 <저수지의 개들>이나 <트루 로맨스> 같은 후줄근한 스타일의 악착같은 깡따구 영화에서 <황혼에서 새벽까지>나 <킬빌> 같은 폼나는 세단 같은 스타일로 바뀌어 버렸는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약간 옛 시절로 돌아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색감과 살육씬은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코믹함을 여전히 기억나게 하지만 온갖 계산과 추측과 견제가 난무하는 밀폐된 공간 (거친 눈보라때문에 문을 닫으려면 열고 닫을때마다 못질을 해야한다니 말 다했다) 에서의 긴장감과 한정된 세트 속에서 치렁치렁 껴입고 '누가 더 폼나는 대사 퍼붓나 대회'라도 하는 듯한 이 영화는 뭔가 예전의 타란티노를 추억하게 했다. 본 중에 가장 연극적인 영화이다. 이런 연극이 있다면 정말 VIP 티켓을 구입해서 보고 싶을 만큼.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