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베지'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7.06.18 흐르는 강물처럼 (4)
  2. 2017.06.17 리투아니아어 24_Kasa 매표소 (3)
  3. 2017.06.15 파네베지의 신발가게에서 (3)
  4. 2017.06.14 리투아니아어 23_Stiklas 유리 (4)
  5. 2017.06.11 파네베지의 하늘 (1)
Lithuania2017.06.18 09:00



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물과 함께 있을때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울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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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6.17 06:00



파네베지는 작은 도시이다. 처음 이곳에 버스를 타고 도착했을때 내 눈 앞에 미끄러져 지나가던것은 과연 언젠가 작동이 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풍차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풍차들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이곳에선 비단 그 풍차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소들이 단 하나의 원칙적인 기능외로는 변주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세트장 같은 인상을 주었다.  드라마 하나가 끝이나야 그제서야 건물 위치도 조금 바뀌고 간판도 바뀌고 사람들의 의상도 바뀔것같은, 이 도시를 뒤덮은 태생적인 수동성 같은것이 있었다. 사람이 적은 작은 도시를 여행하면 으례 영화 트루먼쇼의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정해진 동선위를 수학 기호같은 표정으로 걸어다니던 세트장 속 엑스트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막이 흐르는 이 도시를 태양은 이따금 태워버릴듯 내리쬔다. 그런날 유독 도시는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며칠전엔 공터 한가운데에 서커스 트레일러가 서있는것을 보았다. 촬영이 취소된 서커스  트레일러가 설상가상 기름도 바닥이나서 애꿎은 주택가 공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듯한 느낌을주었다. 그것 역시 촬영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부속물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트레일러 너머 서커스장 천막으로부터 어떻게든 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사람들의 텅 빈 환호성이 들려왔다.  파란 하늘 아래의 파란 서커스 트레일러, 도시를 이동할때마다 트렁크에서 끄집어내어져 세워지고 접혀지는 매표소 표시판을 보니 슬프고 우울했던 어떤 영화들이 떠올랐다. 서커스와 관련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랬던것 같다. 엘비라 마디간, 성스러운 피, 베를린 천사의 시 같은 영화들 전반을 지배하는 속박의 정서가 있다. 우리는 급조된 천막아래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의 곡예를 본다. 나는 서커스가 싫다. 파란 하늘이 천막처럼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싫다. 

Kasa (카사)는 일반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공간들의 총칭이다. 마트 계산대도 병원의 접수창고에도 이 단어가 쓰인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7.06.15 16:00


 딱히 신발이 필요한건 아니었지만 방앗간 못 지나치는 참새도 아니지만 심심해서 들어가 본 신발가게. 가끔 이런 엄청난 선택의 여지 속에선 '너에겐 내가 분명히 필요해' 라고 말을 걸어오는 치명적인 아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계절이 바뀌어서, 때가 되어서, 필요하니깐, 결코 싸지않은 돈을 지불하고 미적찌근한 기분으로 사야하는 새 물건들보다 한번의 이별을 경험한 이런 물건들과의  감정적 연대가 더 끈끈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내가 다시 한번 이들을 구제해주고 정성스럽게 입고 쓰다가 적당한때에 내손에서 완전히 폐기된다면 두번 버려지는 그들의 삶도 나쁘지만은 않겠다라는 생각도 한다. 물건을 살때엔 이게 나한테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생각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것을 미련없이 버릴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전자는 금전적 가치에 관한 습관적인 고민일것이고 후자는 일종의 로버트 드니로 컴플렉스. 정확하게 말하면 마이클 만의 <히트> 속 거물 도둑 로버트 드니로가 내게 심어놓은 딜레마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사는 아파트는 종합병원 시체 안치실이나 도축장의 냉동고처럼 차갑고 싸늘하다. 그에게 집이란것은 '어디 가니?' 라고 물었을때 집에 간다고 대답할수 있는 어떤 방향으로만 존재할뿐 그 자신이 집안에서 어떤 안락함이나 불편함을 느끼는것도 마다한 텅 빈 상자에 불과하다. 목표물을 설정하고 초시계를 손안에 들고 목적을 달성하고 사냥감을 나누고 또 숨어들어 또 다른 기회를 엿보는 그의 삶. 그는 언제든지 필요할때 미련없이 떠날 수 있으려면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집은 텅 비어있다.  기본적으로 어딘가에 정착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지않은데 정말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때 미련없이 떠날려면 어느정도로 덜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남기고 떠나도 아깝지 않은것. 잃어버려도 슬프지 않은것들과 절대 뗄레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나와 반드시 함께 움직여야 마음이 놓이는 물건들의 비율을 어떻게 설정할것인가.  가진것이 이미 별로 없는데 그나마 가진 몇가지 안되는것들에 집착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신발을 겹겹이 신어서 집채만해진 발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게 아니라면 신지 않는 신발 한켤레 정도는 버려야할것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6.14 09:00




작년인가 파네베지에 왔을때에도 Popierius (종이) 가 적힌 쓰레기통 사진을 올린적이 있다. 이런 쓰레기통들은 빌니우스 에도 널렸는데 왜 꼭 파네베지에서만 찍게되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알것같다. 사람도 차도 소음도 절대적으로 적은 적막한 파네베지의 휑한 거리에 움직임없이 서있는 이 쓰레기통들 만큼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곳임을 느끼게 하는것이 없기때문이다. 좀 더 안락해보이는 삶을 위해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학생이 부족해서 문을 닫는 학교들이 있어도 여전히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치워가고 쓰레기통을 뒤진다. 허리를 넘겨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버려진 땅처럼 보였던 곳들엔 정원을 가진 좋은 단독 주택들이 지어진다. 외국에 살며 돈을 번 사람들이 돌아와서 살 집을 짓거나 그들이 돌아오고 있거나 어느 정도의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는 지도 모른다.  한밤중 창밖으로는 전에 없던 풍경이 펼쳐진다. 말끔한 집들 사이에 점점이 놓인 가로등들이 내뿜는 노란 빛들이 달과 함께 속삭인다.  가로등이 빛을 뿜어내는 동안은 쓰레기통도 살아 남을 것이다.  Stiklas 라고 적혀져있는 쓰레기통이 보인다면 유리류를 넣으면 된다. 이번에 베를린에 가니 유리류도 갈색빛이 나는 유리병은 따로 분리수거를 하던데 아직까지 리투아니아에서는 그렇게 세부적인 분리를 요구하진 않는다. 그나마도 빈병을 돌려주고 돈을 받는 문화가 이제 정착이 되어서 맥주병이 주고객이었던 이 쓰레기통은 좀 심심해지게 생겼다. 쓰레기통 앞에 놓여져있던 6개의 유리병. 채소와 과일들이 풍성한 여름이면 유리병을 소독해서 기름이나 소금물을 부어 각종 허브를 넣어 피클을 만들거나 설탕과 끓여 잼을 만드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지하실의 창고든 빛이 닿지 않는곳에든 두고두고 넣어두고 필요할때마다 하나씩 열어서 먹는 것들이다. 아마도 타지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자식이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면 엄마가 가방에다 넣어주는것. 집에 돌아와 단단히 잠겨진 뚜껑을 열어 포크로 집어 입에 넣으면 아 이 맛이다 할 수 있는 것들. 나 역시도 파네베지에서 빌니우스에 돌아갈때 잼 한병. 비트피클 한병. 기름에 담긴 오이 피클 하나정도는 항상 챙겨간다. 날씨가 더워지고 이제 새로운 통조림을 아쉬움없이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되었는데 누군가는 부엌 찬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된 유리병들이 거슬렸을것이다. 유리병이 부족했더라면 병을 비우고 썼을텐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이곳에서 살다보면 끊임없이 생겨나는것이 저런 병이니깐. 열어서 먹어도 상관없는 통조림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놓아둔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저런 유리병들은 유리 Stiklas 에서 파생된 명사 Stiklainis 라고 부른다. Stiklinė 라고 하면 컵이 없는 유리잔을 뜻하기도 한다. 어디가서 물 한잔을 부탁하고 싶다면 'Atsiprašau,  Galima stklinė vandens? ' 라고 물어보면 된다.  쓰레기통 얘기를 하다가 물부탁 문장으로 끝을 냄. 



리투아니아 단어 '물'   http://ashland11.com/427
리투아니아 단어 '종이  'http://ashland11.com/382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7.06.11 09:00



가끔 가는 파네베지인데 파네베지를 제목에다 끌어 쓸 생각은 한번도 못했다. 괜히 미안해진다. 파네베지가 '내 이름뒤에도 숫자를 달건가요? 빌니우스에는 숫자 매기지 않잖아요. 저에게도 빌니우스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해주세요.' 라고 절규하는것도 같다. 빌니우스가 어쨌든 당분간은 무한대의 존재감을 주는 공간이라는것은 분명하다. 문득 도시에 번호를 달아주는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내가 홍콩 여행을 시작으로 도시에 숫자를 달기 시작한것은 내가 부정할 수 없는 여행의 유한성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인것 같다. 끝나버린 여행의 사진은 고갈될것이지만 난 다시 여행을 하든 어떤식이든 왠지 숫자는 계속 늘어날것이라는 기대를 마음 한 켠에 지니고 있는것 같다.  베를린에서 빌니우스에 돌아온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파네베지에 5일째 머무르는 지금 초여름의 기온을 보인다. 껌종이 은박지처럼 살살 긁어내면 민낯을 드러낼것 같은 뜨거운 지붕. 지붕의 굴뚝에서 폴짝 뛰어오르면 가로등이 점이 되어 사라지는 저 먼 공간까지 구름을 딛고 뛰어나갈 수 있을것만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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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