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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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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24_Kasa 매표소 파네베지는 작은 도시이다. 처음 이곳에 버스를 타고 도착했을때 내 눈 앞에 미끄러져 지나가던것은 과연 언젠가 작동이 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풍차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풍차들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이곳에선 비단 그 풍차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소들이 단 하나의 원칙적인 기능외로는 변주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세트장 같은 인상을 주었다. 드라마 하나가 끝이나야 그제서야 건물 위치도 조금 바뀌고 간판도 바뀌고 사람들의 의상도 바뀔것같은, 이 도시를 뒤덮은 태생적인 수동성 같은것이 있었다. 사람이 적은 작은 도시를 여행하면 으례 영화 트루먼쇼의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정해진 동선위를 수학 기호같은 표정으로 걸어다니던 세트장 속 엑스트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막이..
리투아니아어 23_Stiklas 유리 작년인가 파네베지에 왔을때에도 Popierius (종이) 가 적힌 쓰레기통 사진을 올린적이 있다. 이런 쓰레기통들은 빌니우스 에도 널렸는데 왜 꼭 파네베지에서만 찍게되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알것같다. 사람도 차도 소음도 절대적으로 적은 적막한 파네베지의 휑한 거리에 움직임없이 서있는 이 쓰레기통들 만큼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곳임을 느끼게 하는것이 없기때문이다. 좀 더 안락해보이는 삶을 위해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학생이 부족해서 문을 닫는 학교들이 있어도 여전히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치워가고 쓰레기통을 뒤진다. 허리를 넘겨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버려진 땅처럼 보였던 곳들엔 정원을 가진 좋은 단독 주택들이 지어진다. 외국에 살며 돈을 번 사람들이 돌아와서 살 집을 짓거나 그들이 돌아오고 있거나 어느..
리투아니아어 8_미용실 Kirpykla (Panevėžys_2016) 리투아니아의 소도시 파네베지. 빌니우스에서 라트비아 리가행 버스를 탄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 도시를 거친다. 어딜가든 모든곳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드문드문 더디게 나른하게 움직이는 건축 현장들만이 그래도 아직 이 도시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이틀간 비가 오고 몹시 추웠다. 바람은 여전하지만 날은 화창해지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단조롭게 줄지어선 가정집들 사이로 이따금 미용실이나 옷가게들이 뜬금없이 자리잡고 있다. Kirpykla '키르피클라' 는 '자르다' 를 뜻하는 동사 kirpti 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간단히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을 뜻한다. 미용실이라는 단어를 몰랐더라도 입구위의 가위 장식을 보고 미용실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을까 한참 생각했다. ..
[리투아니아생활] 외국인 시어머니 댁 속의 한국 풍경 시어머니는 빌니우스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파네베지라는 도시에 살고 계신다. 인구수로 따지면 리투아니아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한국이라는 좁고도 큰 나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빌니우스도 한 나라의 수도라기 보다는 지방의 소도시처럼 느껴지고 지방의 소도시 파네베지는 한적한 시골처럼 느껴지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리투아니아의 진짜 시골에 가면 파네베지도 빌니우스도 얼마나 도시스러운지 모른다. 아기를 낳기 두달 전을 마지막으로 장장 7개월간 방문하지 않았던 시어머니댁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아기와 버스를 타고 방문했다. 내가 빌니우스를 여행할때 맸던 배낭속에 아기 기저귀를 넣고 셋이 되어 파네베지를 향하는 마음은 뭔가 감격스러웠다. 여행을 중단하고 리투아니아에 머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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