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리 여행

(10)
Paris 14_몽마르뜨의 크레페리아 (Paris_2013) 나는 일하는 도중에 나와서 혼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뒷문의 후미진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서 쫓기듯 담배를 피우고 땅바닥에 멋없이 비벼끄는 사람들보다는 곧 돌아가야 할 일터를 등지고 먼곳을 응시하고 서서는 난 지금 쉬는중이요. 알았소? 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당당함이 좋다. 그들 대부분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거나 키친 클로스따위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 있었다. 가게 안은 그로 인해 텅 비어 있다. 대신 주문을 받아줄 수 있는 동료가 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여유로워 보였다. 배가 고프오? 나는 담배가 고프오.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의 욕망은 충돌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허기짐은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거대한 운석을 그..
Paris 13_파리의 바그다드 카페 (Paris_2013) 파리의 어디쯤이었을까. 아마도 머물던 집을 나와서 센강 주변으로 이동할때 지나치던 길목중 하나였을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머물던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가정집이었는데 세탁소와 헌책방이 있는 평범하고 한적한 동네 어귀를 돌아 얼마간 걷다보면 당혹스러울만치 뜬금없었던 매우 커다란 이슬람 사원 (Mosquee de Paris) 이 나타났다. 그 사원은 우리가 여전히 길을 잃지 않고 노트르담 사원 (Cathedrale de Notre Dame de Paris) 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그렇게 서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골목의 초입부터 항상 북적북적되던 무프타르 거리 (Rue Mouffetard) 가 나왔다. 길게 늘어진 오르막길 양옆으로 간판에 그리스 국기..
Paris 11_파리의 에펠탑 (Eiffel Tower) 파리는 한마디로 에펠탑으로 과잉된 도시이다. '에펠탑 과잉이라니. 에펠탑에 감히 과잉이라는 어감의 명사를 붙이는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라고 에펠탑이 보이는 발코니를 낀 코딱지만한 주택을 30년만기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구입한 사람은 펄쩍뛰며 대꾸할지도 모르겠다. 노트르담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서 금빛 에펠탑 두개를 1유로에 샀다면 당신은 다음 날 루브르 근처에서 에펠탑 세개를 1유로에 파는 흑인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센 강변에서 1유로에 은빛과 빨강빛이 섞인 에펠탑 네개를 발견했다면 이번엔 몽마르뜨의 후미진 메트로 역사 바깥에서 이보다 더 저렴한 에펠탑은 본 적 없을것 이라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검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다섯개의 에펠탑 열쇠고리를 짤랑거리는 또 다른 흑인을 만날것이다.
Paris 10_퐁피두 센터 ( Pompidou Centre)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온 엽서를 보고 있자니 2년전의 짧은 파리 여행이 떠올라 회상에 젖었다. 아니면 이 즈음의 온도와 습도가 파리로 떠나던때의 날씨와 오버랩되어 무의식중에 사진첩의 파리 여행 폴더를 열게 만든것일까? 정말 딱 2년전 8월의 이맘때에 우린 파리에 있었구나. 휴가철이라 주택가 깊숙한곳의 식당들과 상점들은 문을 닫은곳이 많아 아쉬웠더랬다. 반대로 파리 중심가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어쩌면 일년내내 이방인으로 북적이는 파리에서 정작 소외되는것은 파리 시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 파리지앵들은 그토록 시크한것일지도. 프랑스 대통령 조르쥬 퐁피두의 이름이 붙여진 이 귀여운 건축물.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영국인 리차드 로저스가 설계한 이 곳. 내가 좋아하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길고 ..
Paris 08_파리의 데어데블 파리를 떠나기 전전날. 월요일.베르사유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으로 와인이며 도너츠며 사단 도시락까지 바리바리 싸서 집을 나섰지만 Gare d'Austerlitz 역 RER 창구의 매우 친절한 직원이 '월요일엔 베르사유에 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단다' 라고 말해 주었다.파리에서 고작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베르사유 였지만 파리 시내를 잰걸음으로 걷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그곳은 TGV 쯤은 타야 도착 할 수 있는,작은 숙녀 링이 앤드류스를 타고 뛰어 놀던 만화 속 영지처럼 아주 아득하게 느껴졌고누군가의 염원이기도 한 베르사유라는 목적지에 마지막 날까지 다다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피로가 급습했다.떠나는 날 당일 아침에 노트르담 성당을 오르는 대작전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모른채크레페나 먹으면서 여유롭게 여행의 마..
Paris 06_파리의 마네킹 어딜 여행하든 마네킹을 만났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그들을 만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포즈로 지루하게 서있지만 단 한번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기 의무를 다하는 충실한 마네킹 서너명 정도를 친구로 두고있다. 그들 곁을 스쳐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그 딱딱한 플라스틱 몸뚱아리에 우리의 모습을 망설임없이 구겨넣는다. 살아서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은 동네일수록 그들의 개수도 함께 늘어난다. 타인과의 접촉 면적이 넓어질수록 스스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날카로워진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은 나와 똑같이 생긴 말없는 마네킹과 다르지 않다. 공장을 빠져나와 폐기되는 순간까지 그들은 몇벌의 옷을 갈아 입을까.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제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지만 어제보다 더 이상적인 오늘..
Paris 05_파리의 알 파치노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불어 명칭을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써내려 가다보면 지도 속 그 명칭을 읊조리며 걸었던 파리의 구석구석이 떠오른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여럿있지만 교재를 통한 학습이 아닌 반복적인 노출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싶은 언어가 있다면 불어이다.우리가 세뇌된 파리의 로맨틱이 매체의 장난이 아닌 보편성이라는것을 확인 하고픈 욕망의 중심엔 불어가 가진 자존감이 있다. 센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조르쥬 퐁피두 대로 Voie Georges Pompidou 의 끝과 함께 시작되는 거리 Av de New York.Palais de Tokyo 를 나와 콩코드 광장 Place de ra Concorde 으로 향하는 그 여정의 끝에는 그렇게 프랑스와 미국의 우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욕이라고 명명된 거리가..
<파리 5구의 여인 The women in the fifth > 파벨 포리코프스키 (2011) The women in the fifth 이 영화를 본지 한참이 지났는데 최근 들어서야 내가 본 영화가 이 영화란것을 알았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뚜렷한 동기없이 우연히 봤는데 재밌었던 영화들에 대해 누군가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그게 무슨 영화인지, 내가 본 영화인지 아닌지 헷갈릴때가 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때 문장성분의 배열때문이었는지 엉뚱하게도 바네사 파라디가 나왔던 가 바로 떠올랐고 제목속의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체적으로 영문 제목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최종적으로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던 이유는 아마 스쳐지나간 에단 호크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이름때문이었을거다. 실제 제작년도는 2011년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개봉을 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