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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19 Krakow 02_새벽의 커피 (2)
  2. 2017.08.07 Krakow 01_어떤 광고 (4)
Poland2017.09.19 08:00



Krakow_2008



오늘 즐로티 대 원화 환율을 보니 1 즐로티가 318 원 정도.  9년 전 새벽의 크라쿠프에 내려서 마신 역 근처 키오스크의 커피는 지금 돈으로는 570원 정도이다. 홍차는 480원.  물론 십년 전 환율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겠지만.  작은 스티로폼 컵이 새벽의 찬 기운에 꿋꿋이 맞서는 커피의 열기에 녹아내리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내며 마셨던 그때 그 커피.  오늘 왜 갑자기 그 커피가 떠올랐을까. 오늘은 집 근처 빵집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이따금 내리는 비로 축축해진 아침의 거리. 그런 날만 가고 싶은 빵집이 한 군데 있는것이다. 그런데 그 빵집도 저 빵집도 문을 열지 않았다.  작년에 부산 가기전에 서울역에서 새벽에 먹은 에그 맥머핀이 생각나서 맥도날드를 향한다.  그리고 마주친 배낭 여행자들. 배낭 커버에 이슬처럼 맺힌 빗방울들, 빈 자리를 찾는 동행을 보려고 몸을 돌렸을때 뒷 손님들을 미세하게 건드리며 함께 방향을 트는 육중한 배낭 그리고 낯선 도시에 내려 얼마간을 배회했을 그들이 뿜어 내는 차가운 공기 냄새.  계산을 끝내고 매장 구석으로 비껴서서 배낭에 기댄 채 음식을 기다리는 그런 움직임들... 밤 기차를 타고 내린 유럽의 일요일 아침에 커피를 마실 곳은 흔치 않다.  나 역시도 그런 상황이 되면 보통은 이 한없이 헌신적인 패스트 푸드점을 찾거나 역 근처에서 뜬눈으로 보초를 서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런 허름한 키오스크를 찾곤 했다. 이곳은 화장실 암호가 적힌 영수증을 건네지도 커피에 초코바라도 하나 먹지 않겠냐는 상냥한 술수를 쓰지도 않는다. 계산을 끝낸 후 재빨리 뒤돌아 서서 갈아져 나온 커피를 포터필터에 소복히 담아 기계에 장착하는 능숙한 몸짓도 쏟아져 나오는 스팀 소리에 맞춰 세련되게 재생되는 음악도 없다.  그들은 전기 포트에 물을 부어 버튼을 누른다. 필요 이상의 많은 물을 채워 담는다. 졸음에 힘겨운 그들의 새벽을 깨우는 커피도 낯선이를 위한 커피와 함께 어둠 속의 흰 구름을 만들어 내며 그렇게 끓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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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Poland2017.08.07 09:00



(Krakow_2008)



오래전 폴란드 여행은 아주 급조된 여행이었다. 휴가가 시작됐고 아무런 계획이 없던 상태에서 오전에 걸어다니다 그냥 폴란드에 다녀오자로 결론이 났고 책가방 하나를 꾸려 집을 나섰다.  집에 놔두면 썩어버릴것 같은 과일과 빵들도 에코백에 주섬주섬 챙겼다. 매일 밤 10시경에 폴란드로 떠나는 밤 버스가 빌니우스 중앙역앞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해로부터 딱 2년전에 똑같은 바르샤바행 버스표를 버린적이 있다.  급조된 여행이었음에도 꽤나 대담한 루트로 움직였다. 한 군데에 되도록이면 오래도록 머무는 기존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여행이다.  긁어모을 판타지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은 또 그런대로 즐거웠다. 마치 도시와 점심 약속을 잡은듯 내려서는 도시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는 또 기차를 타고 다음 도시로 이동했다.  매일매일 한 도시씩 밤기차를 타고 폴란드 전체를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움직였는데 그래서 오히려 모든 도시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모든 도시들의 새벽을 보았다. 호스텔 침대 시트를 붙잡고 게으름을 피울 여지도 없이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모든 도시에서 출근하는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폴란드의 밤에 대한 기억이 미미하다.  새벽의 크라코프. 네모진 돌들이 빽빽하게 박힌 거리가 밤사이에 내린 비로 촉촉했다.  그 거리위를 오고가는 트램과 함께 아침의 크라코프를 걷고 또 걸었다. 폴란드어는 러시아어와 유사한 느낌이 있지만 다른 언어들이 통하지 않아서 결국 조심스럽게 어설픈 러시아어를 내뱉었을때 이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마치 '너 우리나라 말이 러시아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가끔 알아들을 것 같아도 절대 대꾸 안해줄거라고. 그러지마.' 라고 정색을 하는 느낌.  아랍어나 히브리어나 힌디어 등등처럼 한번 읽어볼까 하는 의지조차 파묻어 버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언어들이 한번은 소리내어 읽어볼 여지를 주지만  모음과의 규칙적 연결없이 잘 어울리지 않은 자음들이 한데 뒤섞인 이 언어는 읽는데 참 불편한느낌을 준다. 게다가  Y 같은 경우는 ㅜ로 발음해야할지 ㅣ로 발음해야할지도 헷갈리고 모음과 자음의 느낌을 동시에 주는 알파벳이니 단어들이 그냥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느낌을 주는것이다.  한마디로 셰브졔브쳬브. 셰졔졔 약간 이런 느낌.  오래된 자갈길을 헤치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트램위로 굳건히 걸려있는 은행의 대출광고속의 기이한 폴란드어. 새벽 트램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절대자처럼 군림하고 있는 돈에 관한 천박한 담론.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언어를 붙여놓은다 한들 시처럼 읋을 수 없는 문장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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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